[기고] 지방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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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1-13 00:00  |  수정 2018-11-16
20181113

 대한민국 헌법 제120조 2항과 제123조 2항에 국토의 균형발전을 의무화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지방은 구조적이고도 제도적인 차별을 받아왔다. 광복과 6.25전쟁을 겪으며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 집중적이고 효율적인 경제개발 과정에서, 수도권과 산업단지 위주로 급성장해 오면서 상대적으로 지방은 소외되었던 것이다. 산업화 과정에서 오염되었던 자연환경은 많은 투자로 상당히 회복되었으나, 산업화 과정에서 소외되었던 지방과 농촌은 아직까지도 열악한 환경으로 소멸위기까지 와있다.
 

열악한 환경의 대표적인 것이 지방도로 차별이다. 고속.국도는 갓길이 있고, 지방도.시군도는 갓길이 없다. 그러므로 고속.국도는 교통사고가 나도 사망률이 낮지만, 지방도.시군도는 사망률이 훨씬 높다. 어떻게 보면 지방도로가 그야말로 자동차 전용도로인 듯하다. 차도만 있지 인도는 아예 없으니까 전형적인 자동차 전용도로가 맞지 않은가.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2017년 인구 10만명당 교통사고 발생건수는 도시지역이 413건인 데 비해 농촌지역이 478건으로 15.7%인 65건이나 더 많다. 특히 사망률은 몇 배나 더 높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농촌 교통사고 치사율은 100명당 6.5명으로, 1.2명인 도시 교통사고에 비해 5배 이상 높다. 농촌지역 도로는 인적이 드물고 교통량도 적어서 과속을 하고 설상가상으로 갓길마저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제는 도로관리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국도, 지방도, 시.군도 등을 국가, 시.도, 시.군 계층으로 나누어 관리하지 말고, 시.군이나 읍.면.동에서 모든 도로를 구역관리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도로신설이나 구조변경 등은 국가, 시.도, 시.군별로 하더라도 유지관리보수는 해당지역 자치단체에서 현실성 있게 직접 관리해야 신속하게 안전사고 예방조치를 하고 주민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하루빨리 제도개선과 지방도로를 확장.정비하여 사람과 농기계가 안전하게 통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하천관리도 마찬가지다. 국가하천, 지방하천, 소하천으로 국가, 시.도, 시.군 계층으로 나누어 관리하지 말고 시.군이나 읍.면.동에서 모든 하천을 구역관리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어야 한다.
 

수계관리와 하천시설은 국가, 시.군도, 시.군별로 하더라도 유지관리보수는 해당지역 자치단체에서 직접 관리해야 신속하게 재난대비 예방조치를 하고, 특히 가뭄을 대비해 농촌지역의 지방하천과 소하천은 층층이 보와 수문을 설치하여 빗물을 저류시키는 방식으로 농업용수를 확보하고, 지표면 이하로 흘러내리는 강물은 자정작용으로 맑은 물을 생활용수로 이용해야 한다.
 

다음은 재정 불균형이다. 국세와 지방세가 8대 2로 매우 열악한 지방자치에 머무르고 있다. 국민 1인당 연간 1천만원 정도의 세금을 납부하지만 국세로 800만원이나 편성되고 지방세로는 200만원밖에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향후 6대 4 정도로는 개편이 되어야 지방자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부끄러운 모습이지만 지방공무원도 구조적.제도적 차별을 받고 있다. 국가부처 과장은 3급이고 광역시.도 과장은 4급, 시.군 과장은 5급이다. 고시공무원은 5급 출발이며 7급 공채와 9급 공채도 차이가 크다. 승진기간도 5급 기준으로 시.군공무원들은 10년 이상이나 늦고, 그나마 4~5급이 한계다. 1~3급은 제아무리 유능해도 자리.경력부족과 낙하산인사 등으로 아예 승진 기회조차 없는 것이다.
 

2천년 전에 진시황은 산위로 대로를 건설하고 병마가 고속으로 진격하여 중국대륙을 통일하였다. 진나라의 모든 공무원을 현재의 9급 공채처럼 하나로 통일해 지역.기관.직능별, 일절 차별 없이 능력에 따라 중앙에, 지방에, 각 분야에서 각자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기회균등 인사를 하여 1급, 장관, 총리까지 임명하였다. 그리하여 짧은 기간에 강성대국을 이루고 천하를 통일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제는 우리도 국가직과 지방직, 광역과 기초, 고시와 비 고시 장벽을 걷어내고 차별 없는 대한민국 공무원으로 각자가 최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인사제도를 시행해 세계가 부러워하는 21세기 초일류국가로 달려 나가자.

김 휘 태 (안동시 풍천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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