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백발의 관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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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1-13 07:48  |  수정 2018-11-13 07:48  |  발행일 2018-11-13 제25면
[문화산책] 백발의 관객
최민우 <수성아트피아 공연기획팀>

필자가 근무 중인 공연장은 한 해 동안 여러 해외 명연주자를 초청한다. 해외 출연자가 대구에 도착하고 떠날 때까지 보필하는 업무를 여러 해 맡다보니 말이 잘 통하진 않지만 알고 있는 영단어와 보디 랭귀지로 소통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대부분의 해외 연주자는 공연 전 리허설을 하며 공연장의 울림에 대해 높이 평가하고, 공연 후 대구 관객들의 뜨거운 환호와 쏟아지는 박수 세례에 큰 고마움을 느낀다. 유럽 공연장을 찾는 관객들은 대부분 백발의 고령 관객들이 많지만 대구는 젊은 관객들이 많고 특히 학생들이 많아서 좋다며 입을 모은다. 클래식의 본고장 유럽에 비해 젊은 관객들이 많은 것은 공연계 종사자로서 지역 관객에 대한 자긍심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해외 연수 프로그램에 참가해 7일간 프랑스, 오스트리아, 독일을 다녀왔다. 그 기간 주요 극장과 전시장·문화기관 등을 방문하는 바쁜 일정 속에서 세 편의 공연과 2018~2019 시즌 안내 행사를 보게 됐다.

첫 공연으로 프랑스 오페라 가르니에 극장에서 열린 오페라 ‘Trompe la mort(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사람)’를 관람했다. 해외 연주자들에게 익히 들어온 백발의 관객을 기대하고 공연장에 입장했다. 초연 공연임에도 객석은 만석이었고, 듣던 대로 관객의 대부분은 백발이었다. 음악을 전공했기에 현대음악으로 작곡된 오페라는 가볍게(?) 들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예상한 것보다 훨씬 자유롭고 변칙적인 음악에 관람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백발의 관객들은 음악에 집중하고 애정 어린 박수를 보내며 공연에 대한 애정을 표했다.

다음은 바이에른 국립 오페라극장의 2018~2019 시즌 발표 행사였다. 극장장과 주요 예술감독이 출연해 프리미어 오페라부터 초연되는 작품, 콘서트와 각 작품 출연진을 소개했다. 인터넷과 TV에서도 볼 수 있는 이벤트지만 객석은 만석이었고, 마찬가지로 백발의 관객이 객석을 채웠다. 이들은 다음 시즌 공연될 오페라와 출연진이 발표될 때마다 감탄사를 연발했고, 보고 싶었던 성악가들의 출연 예정 소식에는 표할 수 있는 모든 감탄사를 사용하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필자가 유럽에서 만난 백발의 관객들은 어려서부터 클래식을 접하고 음악을 듣고 공연을 보는 것이 생활이자 삶이었다. 공연장을 찾고 애정을 쏟는 것은 클래식에 대한 사랑이자 자긍심을 표현하는 것이었다. 유럽을 다녀온 지 1년이 훨씬 지났지만 아직도 백발의 관객들이 환호하고 박수치는 모습이 눈에 아른거린다. 친숙한 과거의 음악뿐만 아니라 동시대의 음악도 가리지 않고 몸으로 흡수하고 있는 백발의 관객들이 있기에 서양음악의 역사는 현재 진행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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