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과 호평 두마리 토끼 잡은 ‘리메이크作’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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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1-12   |  발행일 2018-11-12 제23면   |  수정 2018-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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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완벽한 타인’(10월31일 개봉)이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이탈리아 동명 원작을 리메이크한 이 작품은 탄탄한 연출력과 연기력에 더해 한국적인 상황을 고려한 플롯의 변주와 재해석이 밀도있게 잘 구성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연초 ‘리틀 포레스트’를 시작으로 ‘지금 만나러 갑니다’ ‘골든 슬럼버’ ‘사라진 밤’ ‘독전’ ‘인랑’ 등은 일본 원작을 리메이크했다. 이쯤되면 리메이크가 올해 국내 영화계 화두라 할 만하다. 물론 우리만 해외 원작을 리메이크한 건 아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콘텐츠의 우수성을 인정받은 한국 영화와 드라마에 대한 해외 제작사들로부터의 리메이크 판권 구입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특히 올해는 일본이 가장 적극적이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한국 드라마와 영화 총 15편, 일본서 리메이크 방영

한국콘텐츠진흥원(원장 김영준)이 지난달 31일 발간한 ‘일본 콘텐츠산업 동향’(2018년 11호)에 따르면 그동안 총 15개의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원작으로 한 일본 리메이크 드라마가 제작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올해는 ‘시그널’ ‘굿닥터’ ‘기억’ ‘세븐데이즈’ 등 4편의 작품이 리메이크되면서 눈길을 끌었는데, 휴머니즘에 기반한 웰메이드 드라마로 인식되면서 시청률과 비평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탈리아 원작 ‘완벽한 타인’
박스오피스 1위 굳건히 지켜
연초 ‘리틀 포레스트’ 등 인기
다양한 작품 스크린 가득 채워

‘시그널’‘굿닥터’ 국내 작품
일본서 흥행하며 좋은 평가



앞서 2013년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던 KBS 드라마 ‘굿닥터’가 지난 7월 후지TV에 리메이크돼 약 2개월간 일본 안방극장을 장악했다. 일본판 ‘굿닥터’는 평균 시청률 12.4%를 기록하는 등 유례없는 흥행을 거뒀으며 현재 시즌2 제작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이 가진 의료·수사물에 대한 제작 노하우와 소아과라는 보편적 공간에서 펼쳐진 스토리로 현지화에 성공했다는 분석이다.

한국 드라마의 리메이크는 사실 한류의 원조답게 일본이 그 출발점이다. 2004년 일본 TV아사히에서 리메이크 방영된 ‘호텔리어’를 시작으로 ‘미안하다 사랑한다’ ‘쩐의 전쟁’ ‘마왕’ ‘미남이시네요’ ‘가시고기’ 등 다양한 장르의 한국 드라마가 일본판으로 재탄생한 바 있다. 2000년대에는 ‘선물’ ‘두사부일체’ ‘내 머릿속의 지우개’ ‘엽기적인 그녀’ 등 우수한 한국 영화가 일본에서 드라마로 리메이크되며 관심을 끌었다.

2016년 잠시 얼어있던 한일관계가 해동되며 재개된 한국 콘텐츠 리메이크는 올해 그 수가 급격히 증가했다. ‘시그널’과 ‘기억’도 1년여 만에 각각 일본 KTV와 후지TV NEXT에서 재탄생하며 화제를 모았다. 2007년 개봉한 영화 ‘세븐 데이즈’ 또한 시청률의 여왕이라 불리는 마츠시마 나나코를 주연으로 TV아사히에서 리메이크 방영됐다.

특히 미국 원작인 ‘콜드 케이스’ ‘스니퍼’ ‘슈츠’ 등 글로벌 작품을 대상으로 한 활발한 리메이크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가장 다양하게 변주되고 있는 한국 드라마는 기존 한류 팬뿐만 아니라 신규 시청자를 유입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황선혜 한국콘텐츠진흥원 일본비즈니스센터장은 “최근 리메이크된 한국 드라마들이 양적·질적인 성공을 모두 거둔 덕분에 한일 콘텐츠업계 간 교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며 “앞으로도 작품성을 갖춘 우리 콘텐츠가 그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작과 비교해 보는 재미…한국적 정서와 캐릭터 재해석 필요

‘완벽한 타인’은 2016년 이탈리아 현지 개봉 당시 400만 관객을 동원해 그해 흥행순위 2위에 랭크됐다. 그 인기를 입증하듯 스페인·그리스·중국·프랑스·미국 등 7개국에 원작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리메이크 판권이 팔렸다. 작품성과 오락성은 물론 각 나라의 현실에 맞게 리메이크하기 적당한 소재와 이야기라는 점이 주효했다. 연출을 맡은 이재규 감독 역시 “원작을 살펴보면서 한국적인 주제 및 설정과 만나면 우리 삶에 가까이 맞닿은 이야기가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성공한 영화의 리메이크는 기본적인 흥행을 담보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지만 그만큼 관객들의 평가와 기준은 냉정하다. 평단의 호평과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원작일수록 그렇다. 관건은 원작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얼마만큼 창의적으로 재해석됐느냐다. 일본 영화 ‘열쇠 도둑의 방법’(2012)을 리메이크해 690만명을 동원했던 ‘럭키’(2016)는 모두를 만족시킨 좋은 예다. 원작의 플롯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한국적 정서와 캐릭터 재해석 능력이 돋보였던 결과다.

물론 모든 리메이크 영화들이 샴페인을 터뜨린 건 아니다. 올해 개봉한 리메이크 영화 중 ‘독전’(500만명), ‘지금 만나러 갑니다’(260만명), ‘리틀 포레스트’(150만명) 등이 흥행에 성공한 반면 ‘인랑’(89만명), ‘골든 슬럼버’(138만명) 등은 손익분기점에도 휠씬 못 미쳤다. 그럼에도 분명한 건 리메이크 행진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실패보다는 흥행에 성공한 사례가 많다는 점에서도 힘이 실린다.

김광원 문화평론가는 “국가, 성별, 나이, 그리고 문화적 차이를 떠나 사람들은 흥미롭고 재미난 이야기에 매료된다. 때문에 좋은 콘텐츠는 시간이 흘러도 사랑을 받을 수 있고, 리메이크가 대표적으로 여기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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