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인성교육- 재능기부, 첫발을 내딛다

  • 최소영
  • |
  • 입력 2018-11-12 07:54  |  수정 2018-11-12 07:58  |  발행일 2018-11-12 제18면
재능 발견하고 ‘기부쿠폰’으로 나눔 실천하는 아이들
20181112
일러스트=최소영기자 thdud752@yeongnam.com

“2학기 인성교육주간에는 새로운 주제로 해 볼까 합니다.” “아이들을 자세히 보니까 재능도 많은데, 늘 받는데 익숙해져 있습니다. 작은 것이라도 나눔을 실천하다 보면 어른이 되어 자연스럽게 재능기부를 실천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이들의 재능을 발견하고, 그 재능을 나누기 위해 국어 선생님들이 수업시간에 광고 만들기 단원과 연계하여 자신의 재능을 찾아보고, 그것을 광고하도록 했습니다. 다음 단계로 담임선생님들이 학생들의 재능기부서를 모아서 학급의 특징을 살려 꾸민 후에 학년별로 전시하기로 했습니다. 일주일 정도 친구들의 재능을 살펴본 후에 각자 만든 재능기부서 하단에 쿠폰을 떼가도록 가위질을 했습니다. 이 재능기부 광고문을 만든 것은 각자의 재능을 찾아 자존감을 가지고 동시에 친구들에게 재능을 나누면서 학교에서 재능 기부를 실천하는 기회를 주기 위해서 시작했습니다.

자기 장점 발견하고 광고 만들어 홍보
‘캐릭터 그려주기·농구 같이 하기’ 등
어른 돼서도 기부 실천하는 힘 길러


3학년들이 먼저 재능기부서를 만들어 교실에 붙여 두었습니다. 1학년 학생에게 긴 설명 대신 3학년 교실의 재능기부 광고문을 구경하러 보냈더니 1학년들이 쪼르르 달려가 선배들의 작품에 올망졸망 매달려서 한참을 들여다 봅니다.

“아~~ 기부는 꼭 많은 돈을 내는 것이 아니라, 아주 작은 것도 되는 거네요.” “저는 그림을 잘 그리는데, 캐릭터 그려줘도 돼요?” “저는 시간이 많은데, 화장실 갈 때 따라갈게요.” “저는 친구의 말을 진심으로 경청해 줄게요.”

아직도 자신의 재능이 무엇인지 찾지를 못해 망설이고 있는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너는 키가 크니까 높은 곳에 있는 물건을 내려준다고 해.” “너는 수학공부를 잘하니까 수학 문제 같이 풀어주면 되잖아?” “너는 농구 잘하니까 그거 가르쳐 주면 되지.” “너는 정리를 잘하니까 사물함 정리해 주면 되겠네.”

아이들은 자기의 재능을 찾을 뿐 아니라 서로서로 재능을 찾아주면서 1학년들이 자기 반에 와서 자기의 재능기부 광고지를 완성했습니다. 2학년들은 설명을 듣고 금세 자신의 재능을 찾아서 광고문을 만들고, 사용설명서와 유통기한까지 적어 넣습니다. 광고문에 관련하여 배운 것을 잘 활용하고 있습니다.

“우리반은 어떻게 꾸미지?” “자기 손바닥을 그리고, 거기에 이름을 적으면 어떨까요?”

아이들의 재능 기부서를 다 모아서 학급별로 특징을 살려 전지 두 장에 붙였습니다. ‘1-2 재능 상점’ ‘3반의 재능 Run’ ‘1-4 재능 유치’ ‘5반 재능기부소’ 등 학급의 특징이 연잎 위의 물방울처럼 재치있게 통통 튀어오릅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부도 참 다양합니다. “중국어, 가르쳐 드립니다” “농구 같이 할래요?” “이름으로 3행시 지어 드립니다” “진심으로 상담해 드립니다” “급식 줄 양보해 드립니다” “교과서 가져다 드려요” “우산 빌려 드려요” “수학문제 2개 대신 풀어드려요” “고민하는 것, 결정해 드립니다” “혼자 웃기 민망할 때 같이 웃어드립니다” “닮은꼴, 찾아드립니다” “예쁜 캐릭터 그려줍니다” 등등. 읽고 있으면 기발한 생각에 웃고, 아~~ 이것도 고민이구나 싶어 아이들의 마음이 이해됩니다. 어떨 때 아이들이 진심어린 경청이 필요하구나 싶고, 별별 것이 다 귀찮구나 싶었지만, 이런저런 재능나눔을 실천할 아이들과 이것을 일일이 지도하신 선생님들의 정성이 참 고맙습니다. 그러나 언제든지 우리반 사랑이 뜨겁습니다. 학급별로 전시된 재능기부서를 살펴보는데 “우리반, 진짜 잘했지요?” “우리는 점심시간마다 영어미디어실에서 꾸몄어요.” “우리는 집에 가서 그렸어요.”

전지 두 장에 담긴 사연도 재능기부만큼이나 알찼고, 추억도 작품만큼이나 알록달록했습니다. 인성인문부장님의 열정을 말 없이 따르며 아이디어를 보탠 국어선생님, 담임선생님의 헌신적인 노력과 보이지 않은 애살이 감동입니다.

드디어 일주일이 지난 오전 8시50분, 홈베이스가 쿵쾅거립니다. 이 정도면 지진 강도 5에 거의 육박할 수준입니다.

“야호, 비타민 C 쿠폰 뗐다.” “아싸~~~, 벌점 2점 상쇄, 학주쌤 거, 횡재했다.”

아이들 재능기부 사이사이에 보물쪽지처럼 숨어있는 선생님들의 재능기부가 단연 인기입니다. 아이들이 쿠폰을 떼자, 그 밑에 예쁜 그림이나 문구가 있어서 쿠폰을 뗀 후의 전체 그림은 또 다른 아름다움입니다. 각반의 추억이 담긴 만화, 캐릭터, 아름다운 문구, 학급의 특징을 나타내는 문구까지 적어두었습니다. 이런 깊은 배려까지 기획한 선생님들의 기발함은 놀랍습니다. 중국어를 배우고, 급식 줄을 양보하고, 수학문제를 가르쳐주는 아이들의 재능기부는 따스함이고 아름다움이었습니다.

저도 마지막 잎새처럼 남아있는 쿠폰 한 장(높은 곳의 물건을 내려줍니다)을 뗐습니다. 저의 재능기부 쿠폰을 들고 오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네잎클로버가 있는 엽서에 편지를 써주는 것이었습니다. 용기를 주는 편지에 행복을 소복하게 담았습니다. 원미옥<대구 동변중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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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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