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딱 맞는 혜택에 안전한 금융거래…카드 이상거래도 탐지

  • 최수경 최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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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1-10   |  발행일 2018-11-10 제12면   |  수정 2018-11-10
■ ‘금융산업의 신무기’ 빅데이터
20181110
그래픽=최소영기자 thdud752@yeongnam.com

‘엄청난 양의 정보’를 뜻하는 빅데이터. 최근엔 ‘4차산업혁명의 핵심자원’ ‘21세기의 원유’로도 칭송받는다.

이 빅데이터를 잘 활용하면 새로운 정보도 쉽게 도출할 수 있다. 소비행동과 심리 예측도 가능해 기업 마케팅이나 실생활에 유용하게 쓸 수 있다. 세계경제포럼은 2024년 인터넷을 이용하는 1인당 개인정보 가치를 100달러로 전망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추경호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빅데이터시장 규모는 4천547억원으로 전체 ICT산업 총생산(2016년 428조원)의 약 0.1% 수준에 그쳤다. 반면 올해 글로벌 빅데이터시장은 408억달러(약 46조원)로 추산된다. 연 평균 15.3%까지 초고속성장해 2023년에는 787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결국 정부가 빅데이터분야를 활성화하겠다고 나섰다. 지난 7월 마이데이터 산업(My data·본인신용정보 관리업)을 도입하겠다고 선언한 것. 은행·카드사·보험사 등 각 금융회사에 퍼져 있는 개인의 금융 정보를 한 곳에 모아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마이데이터’ 시범 사업에 2019년까지 100억원을 투자한다. 올해는 금융·통신 분야에서 우선 시범 사업을 실시하기로 했다.

◆금융권 빅데이터 활용은 어떻게

빅데이터를 금융분야에 활용하면 실생활엔 어떤 변화가 올까.

우선, 투자상품 판매방식에 변화가 온다. 투자자가 입력한 투자성향 정보를 토대로, 인간 프라이빗 뱅커(PB) 대신 모바일기기나 PC 등을 통한 자산관리 서비스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일례로 중위험·중수익을 지향하는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는 기존 자산관리 서비스와는 달리, 인간의 판단과 개입을 최소화하고 철저하게 데이터를 기반으로 포트폴리오를 자동화해 운영한다.


세계 빅데이터 시장 46兆…年 15% 성장세
정부, 올 7월 마이데이터 산업 활성화 물꼬
은행 등 개인 금융정보 모아 관리 시범사업
금융권, 단순 생애주기별 상품 추천서 탈피
직업·소득 등 정보 활용 개인 맞춤형 서비스
대구銀, 인터넷 검색자료 분석 활용도 계획



금융 결제자의 다양한 정보를 수집, 하나의 패턴을 만들고 이를 활용해 다른 이상한(?) 결제를 찾아내기도 한다. 결제 경로를 차단하는 FDS(이상금융거래 탐지시스템) 활용이 대표적이다.

만약 대구에서 오전 10시에 결제를 했다고 하자. 30분 뒤에 대구의 어떤 지역이나 근교에서 결제가 일어난다면 정상적 결제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시간에 타지역이나 해외에서 결제가 이루어진다면 비정상적 결제가 분명하다. 이럴 경우 거래가 중지되고 카드 소유자에게 이상거래가 있다고 통지된다.

최근엔 금융결제원의 금융공동망 데이터를 활용해 CD/ATM에서 금융사기 의심계좌로 판단되는 경우, 거래를 자동중지시키는 시스템개발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보이스피싱이 차단될 날도 머지않았다.

또 고객 동의를 얻은 상태에서 주거래 금융기관에 제출한 직업·소득·나이 등 개인정보를 활용·분석하면 개인별로 최적화된 금융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은행의 경우, 종전엔 직장인·은퇴자 등 생애주기별로 필요한 상품이나 재테크 관련 상품을 고객에게 추천해줬다. 하지만 앞으론 개인 맞춤형 상품을 추천해줄 수 있다.

직장인에게 연말정산 세제혜택 상품인 ‘세제적격 연금저축’을 주로 권유했다면 향후엔 개인소득정보를 보고, 절세효과가 있는 ‘개인형 퇴직연금(IRP)’이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추천하는 식이다.

위치기반 서비스 동의를 얻었다면 고객의 카드사용 유형을 분석해 주변 맛집이나 커피전문점의 할인혜택에 대해 알려주는 서비스 제공도 보편화될 수 있다.

대구은행 한 관계자는 “인공지능의 발전과 함께 앞으로 빅데이터 활용 분야가 더욱 늘어나겠지만 그 목적이 단순히 개인의 숨은 요구를 찾아내어 마케팅에 활용하는 데만 그치지 말고 안전한 금융거래와 함께 개인의 가치 발굴을 통한 행복 추구에 있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권의 분주한 움직임

데이터 경쟁시대를 맞아 금융권에서도 빅데이터 활용방안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운다.

BNK금융그룹은 지난 7일 빅데이터를 활용해 중소기업 맞춤형 금융 지원에 나섰다.

최근 정보통신기술(ICT)사업 운영업체인 <주>더존비즈온과 ‘빅데이터 활용을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BNK금융은 더존비즈온이 보유한 대량의 기업데이터를 활용, 중소기업 맞춤형 금융 상품 서비스 개발과 여신업무 효율성 향상을 꾀할 것으로 전해졌다.

카드사도 발빠르게 움직인다. 국민 1인당 보유한 신용카드수가 평균 3.6개라는 점이 좋은 무기가 될 수 있다.

이달 초 신한카드는 온라인 개인통합자산관리 서비스인 ‘뱅크 샐러드’를 운영하는 핀테크기업 ‘레이니스트’와 마이데이터 산업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대구은행의 경우, 2005년을 전후해 고객데이터 활용방안을 영업활동에 꾸준히 적용해왔다. 자체 빅데이터 분석작업도 꾸준히 하고 있다.

최근엔 한달간 고객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영업점 창구와 모바일·인터넷뱅킹 이용에 대한 유의미한 자료를 도출했다. 예금 입·출금 및 송금 등 기본거래시에는 일선 점포 창구 이용률이 15%가 나왔다. 그만큼 비대면거래(85%)가 많아진 탓이다.

주택담보대출상담 이용자들의 비율도 인터넷대출 등 비대면접촉이 17%나 차지했다. 젊은 고객층이 늘면서 창구상담대출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것이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앞으론 비대면 이용자들이 펀드·적금에 가입했다가 중단됐을 시, 고객정보를 파악한 뒤 사전동의를 얻어 맞춤형 금융상품을 전화로 재추천하는 방안을 시도할 생각”이라며 “인터넷으로 은행상품을 검색할 때 축적된 자료도 분석해 상품 추천에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앞으로 이같은 금융사의 자체 노력과 별개로, 정부가 마이데이터 사업자를 선정하면 해당 사업자는 각 금융기관으로부터 제공받은 고객정보를 분석, 특정 금융상품을 추천하게 된다. 금융사 입장에선 자사 상품이 비교가 되기 때문에 상품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금융소비자의 편리성을 감안하면, 마이데이터 사업자 측에 마냥 정보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버틸 수도 없다. 이래저래 금융권은 데이터 경쟁시대에 적응하기 위해선 안팎으로 분주해질 수밖에 없다.

이미 빅데이터 활용을 정책적으로 장려키로 한 정부도 필요한 개인 정보만 추출하는 ‘스크린 스크레이핑’, 개인정보 보안유지,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도록 하는 ‘가명정보’ 도입 등 보완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수경기자 juston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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