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 투런포' 정수빈 "맞는 순간 장외인 줄…짧게 가서 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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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11-09


2-1 역전승 이끌고 KS 4차전 데일리 MVP

두산 베어스 외야수 정수빈(28)은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장타를 포기했다.
 홈런은 다른 타자가 때려줄 거니, 자신은 빠른 발과 정확한 타격으로 동료에게 기회를 만들어주겠다는 생각에서다.

 그래서 방망이를 극단적으로 짧게 쥐고 나왔다. 배트 노브(손잡이 끝)부터 주먹두 개는 위로 올려잡고 타석에 선다.
 이제 막 야구를 시작한 리틀리그 선수처럼 보였지만, 그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리고 그 배트로 정수빈은 두산을 벼랑 끝에서 구해냈다.

 정수빈은 9일 인천 SK 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0-1로 끌려가던 8회초 1사 1루에서 타석에 섰다.
 앞선 타자 허경민이 번트 실패 끝에 내야 땅볼로 아웃돼 진루타를 만들지 못한 상황에서다.
 SK 두 번째 투수 앙헬 산체스와 마주한 정수빈은 볼 2개를 그대로 보낸 뒤 3구째를 파울로 걷어냈다.
 4구째 시속 153㎞ 강속구가 들어오자 그는 완벽한 타이밍에 배트를 뻗었다.

 배트 중심에 맞은 타구는 외야 우측으로 쭉쭉 뻗었다. 홈런을 직감한 정수빈은 양손을 번쩍 들었고, 타구가 우측 펜스를 넘어가는 걸 확인한 뒤 다시 한번 환호했다.
 이날 야구장에서 가장 짧게 잡은 배트로 만든 홈런이다.
 아무리 빠른 공이라도, 아무리 짧게 잡은 배트라도 중심에 맞으면 얼마든지 홈런을 때릴 수 있다는 걸 보여준 한 방이었다.
 정수빈은 가장 극적인 순간에 야구 인생에 남을 만한 홈런을 때렸다.
 올해 8월까지만 해도 경찰청에서 군 복무 중이던 그는 제대와 동시에 1군에 복귀했다.


 그리고 시즌 막판 26경기에서 타율 0.367, 2홈런, 23타점, 20득점을 올리며 두산의 정규시즌 우승에 작은 힘을 보탰다.
 원래 정수빈은 '가을 남자'라는 별명이 붙어도 될 정도로 큰 경기에 강한 선수다.
 2015년 한국시리즈에서는 타율 0.571(14타수 8안타), 1홈런, 5타점으로 맹활약하며 시리즈 MVP를 차지해 '두산 왕조'의 시작을 알렸다.
 이날 두산의 2-1 역전승을 이끈 정수빈은 4차전 데일리 MVP에 뽑혀 또 하나의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정작 정수빈은 경기 후 사실은 장타를 노리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정수빈은 "분위기 반전이 필요할 때라 큰 거를 노렸다"면서 "그 타이밍에 마침 쳤다"고 활짝 웃었다.
 짧게 쥔 방망이는 상대를 방심하게 했고, 정수빈은 정확하고 간결한 스윙으로 공을 넘겼다.
 그는 "아무리 짧게 잡아도 정확한 타이밍에 정확하게 맞으면 멀리 갈 거라 생각했다"면서 "산체스 선수가 볼도 빠르고 위력도 있어서 그걸 이용했다"고 설명했다.


 타자는 보통 때린 순간 홈런을 직감한다.
 짜릿한 손맛을 본 정수빈도 홈런을 예감하고 손을 번쩍 들었지만, 우익수 한동민이 타구를 쫓자 잠시 손을 내렸다.
 정수빈은 "맞자마자 넘어갈 거라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멀리 안 나가서 뛰면서 불안했다"며 "맞는 순간 생각으로는 장외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