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통령이 '삼고초려'로 들인 장하성…떠날 때는 담담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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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11-09

문재인 대통령의 적진에 섰다가 극적으로 한배를 탔던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9일 문 대통령과 손을 놓게 됐다.
장 전 실장은 이날 오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참모들 회의에 모습을 나타냈다.

평소에는 달변을 자랑하며 농담으로 회의 분위기를 주도하곤 했지만, 인사 발표를 앞두고 있어서인지 이날만큼은 담담한 모습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별도의 고별사도 없었다고 한다.

장 전 실장은 코엑스에서 문 대통령 주재로 열린 공정경제 전략회의에도 모습을드러내는 등 마지막 날까지 대통령 참모로서의 맡은 바 임무를 다했다.

장 전 실장은 오후 6시께 업무를 모두 마치고 정책실 직원들과 작별인사를 했다.
직원들은 백팩 하나와 종이가방 하나에 자신의 짐을 정리해 나온 장 전 실장을 박수로 배웅했다.

이 자리에는 김연명 신임 청와대 사회수석도 함께했다. 장 실장은 김 수석에게 "김수현 정책실장을 잘 모셔야 한다"면서 "잘 못 모시면 쫓아오겠다"고 농담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 실장은 인사를 마치고 관저에서 문 대통령과 '고별 만찬'을 함께한 것으로 전해졌다.
1년 반 전 청와대 정책실장에 발탁되기 전만 해도 문 대통령과 장 전 실장의 관계는 악연에 가까웠다.

문 대통령은 2012년 대선 때 고려대 교수였던 장 전 실장에게 경제정책 설계를 부탁했지만, 장 전 실장은 이를 거절하고 안철수 후보 캠프에 합류했다.

문 대통령은 2016년 4·13 총선을 앞두고 안철수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탈당으로 당이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다시 한 번 장 교수에게 손을 내밀어 구원투수 역할을 부탁했다.
하지만 이때도 장 전 실장은 문 대통령의 손을 잡지 않았다.

장 전 실장은 지난해 정책실장 임명 직후 기자들을 만나 "(2016년) 당시 민주당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달라고 하셨을 때 또 제가 거절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때 민주당 비대위원장직은 결국 김종인 전 의원이 맡았다.
문 대통령은 장 전 실장을 임명하기 이틀 전인 지난해 5월 19일 직접 그에게 전화를 걸어 정책실장직을 맡아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장 전 실장은 "대통령께서 직접 말씀하시니 더는 말씀을 드릴 수 없었다"면서 "학자로서 일생을 마친다고 생각했는데 마음이 흔들린 것 같다"고 당시를 떠올리기도했다.

문 대통령으로선 '삼고초려' 끝에 장 전 실장과 손을 잡은 셈이다.
장 전 실장은 취임 일성으로 "사람 중심의 정의로운 경제를 현실에서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그를 임명하며 '경제민주화와 소득주도성장을 추진할 적임자'라고 했던 문 대통령의 표현대로 장 전 실장은 김밥집 사장을 만나가면서까지 좋은 일자리 늘리기 등 정부의 경제정책 구현에 나름대로 전력을 기울였다.

장 전 실장의 구체적인 향후 행보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학자로서 일생을 마치겠다는 소신을 밝혀온 점이나 교수 출신 청와대 참모들이 학계로 복귀한 사례가 일반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연구와 교육 등의 현장으로 복귀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장 전 실장이 10일 아들이 있는 뉴욕으로 건너가 한 달 남짓 머무르면서 한동안은 휴식을 취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