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구∼개성 ‘왕건로드’를 만들자

  • 뉴미디어부
  • |
  • 입력 2018-11-07 00:00  |  수정 2018-11-07
20181107

 올해는 고려 개국 1천100년, 동수대전(공산전투) 1091년으로 매우 뜻 깊은 해다. 이를 기념해 김해시와 한국중세사학회가 ‘고려시대 김해의 역사와 문화 학술회의’를 개최했다. 또 국립해양박물관이 ‘고려 건국 1천100주년 기념 국립해양박물관 국제학술대회’를 열었다. 이밖에 인천.경기문화재단이 ‘고려 건국 1천100년굛경기성립 1천년 학술대회’를 개최하는 등 고려 태조 왕건과 연관 있는 여러 기관굛단체에서 의미 있는 행사를 진행했다. 다가오는 12월에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고려 건국 1천100주년 특별전’을 개최해 북한 국보급 문화재 ‘태조 왕건 청동상’도 전시한다고 한다.
 

알다시피 개성(송악)은 877년 왕건이 태어나고 918년 고려 초대 왕으로 즉위 후 수도가 된 곳이다. 왕건이 잠들어 있는 현릉이 있어 ‘왕건의 땅’이라 불러도 될 것 같다. 왕건은 대구와 인연이 깊다. 927년 음력 9월 왕건이 신라를 침공한 후 백제 견훤과의 공산 전투에서 패색이 짙어지자 신숭겸 장군이 왕건의 갑옷으로 변장하여 싸우다 수많은 군사와 함께 죽음을 맞았다. 이때 왕건은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벗어나 도주의 길을 택했다. 그 길인 대구 동구 평광동 시량이(실왕리)에서 나무꾼을 만나 주먹밥을 얻어먹고, 겨우 목숨을 유지하여 앞산에 피신, 후일을 도모하며 개성으로 돌아갔다.
 

왕건은 신숭겸 장군의 지혜와 대구 사람들의 도움으로 살아남아 후삼국 통일을 이룩하였으며, 오늘날까지 팔공산 일대에 대왕재, 무태, 연경동, 파군재, 왕산, 지묘동, 독좌암, 불로동, 시량이(실왕리), 초례봉, 안심, 반야월 등 많은 지명을 남겼다. 또 앞산에는 왕굴, 은적사, 안일사, 임휴사, 달성 지역에는 왕선재 등 왕건 관련 지명이 남아 있어 대구는 태조 왕건에게 ‘은혜의 땅’이라 할 수 있다.
 

대구에는 고려 시대 유적굛유물은 별로 없지만, 왕건은 다른 지역에서 찾아 볼 수 없는 많은 발자취를 남겼다. 그럼에도 대구는 지난해 달성군과 달성문화재단에서 달성을 중심으로 한 ‘고려 개국 1100주년 기념 학술대회’만 한번 개최하였을 뿐 조용히 지나가고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
 

지난 4월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3차 회담까지 이어져 남북교류 협력과 활성화에 국민들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다소 어려움은 있겠지만 금강산 관광 재개와 개성굛백두산 관광이 먼저 진행되지 않을까 예측된다. 이러한 흐름에 김포, 수원, 나주, 거제시 등 여러 자치단체에서 개성시와 자매굛우호도시 결연을 위해 많은 준비를 하고 있다. 대구시도 2년 전부터 국채보상운동이 북한지역에서 가장 활발하게 전개됐던 개성시와 교류 및 공동연구 등을 위해 결연 준비 및 남북교류협력기금을 조성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 기대가 된다.
 

단재 신채호 선생은 ‘역사를 잊은 민족은 미래가 없다’는 말을 했다. 그동안 산발적으로 연구를 해 온 왕건과 공산전투에 대해 이 기회에 대구시와 관련 전문가가 힘을 합쳐 고려 정사기록, 유적굛유물, 설화 등 자료를 토대로 대구와 왕건에 대해 재조명과 집대성을 하자.
 

먼저 대구~개성 간 왕건이 오고 간 길에 대한 고증을 거쳐 ‘왕건로드’를 만들고 시민들이 왕건의 심정으로 발자취를 따라 걸어보고 숨결을 느끼며 즐길 수 있도록 대구시와 구굛군이 함께 ‘왕건축제’를 개최하면 좋겠다. 그리고 왕건의 삶과 정신, 공산전투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을 통해 절망에서 희망을 찾아 삶에 활력소를 불어 넣을 수 있는 ‘왕건체험학교’를 개설해 운영하면 좋겠다. 그렇게 하면 타 지자체보다 개성시와의 자매결연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지 않을까. 남북 교류가 활성화되고 후일 통일이 되면 ‘왕건로드’는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 못지않은 역사관광자원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또한 대구 홍보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최 주 원(대구통일교육센터 통일시민대학 전 회장)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