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진단] 한국당, 가치와 쇄신의 불일치

  • 이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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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1-06   |  발행일 2018-11-06 제30면   |  수정 2018-11-06
한국당, 새보수 새가치
잘 만들어 놓고도 굳이
외면하는 이유가 뭔가
새가치 맞춰 인적쇄신 후
보수대통합 門 열어야
[화요진단] 한국당, 가치와 쇄신의 불일치
이재윤 경북본사 총괄국장

가치는 지향점이다. 쇄신은 지향점으로 가는 수단이다. 가치좌표에 부응 못한 쇄신은 조자룡 헌 칼과 진배없다. 쇄신의 뒷받침 받지 못한 가치는 헛구호다. 문제는 가치는 이상이고, 쇄신은 눈 앞 현실이라는 데 있다. 현실은 항상 절박하다. 눈 앞 현실 때문에 가치가 전도되는 일이 다반사다. 가치와 수단의 불일치가 그런 결과를 낳는다. 작금의 자유한국당 사정이 꼭 그렇다. 한국당은 새집을 짓는 중이다. 비상대책위는 시공사 격이다. 여야를 넘나든 소위 업계 전문가들이 포진했다. 내로라하는 대목수도 모셨다. 설계는 새 가치로, 뼈대는 새 인물로 세워야 한다. 그게 입주자 다수의 요구다. 그런데 설계도면과 뼈대 세우는 일이 엇박자다. 뼈대 세우는 대목수가 딴 맘 먹고 있다. 맘대로 구조변경할 눈치다.

한국당 가치와 좌표 재정립 소위원회가 1차 활동을 마무리했다. 결과물은 기대 이상이다. 홍성걸 위원장이 직접 발표했다. 김병준 비대위원장과 함께 ‘국민대 교수 둘이서 한국당 쥐락펴락한다’는 당사자다. 발표문에는 ‘보수정치의 새로운 좌표와 가치’란 제목이 달렸다. 위기의 보수가 지향할 새 가치다. 건축물로 치면 설계도면인 셈이다. 6대 혁신가치는 무릎을 칠만 했다. 국가도덕성, 국민성장, 정의로운 보수, 따뜻한 사회, 준비된 미래, 당당한 평화. 어느 것 하나 버릴 게 없다. 잘 정제된 좌표다. 왜 ‘국가도덕성’을 앞세웠을까. 국정농단과 보수 몰락에 대한 반성의 뜻이 읽혀졌다. 향후 인적 쇄신의 기준이 될 법하다. “새 가치에 같이할 수 있는 분인가 없는 분인가에 대해서 평가가 나올 것”이란 비대위원장의 말에 움찔할 사람 적지 않을 게다. ‘정의’ ‘따뜻한’ ‘당당한’ ‘평화’란 표현은 꽤 품격 있다. 발표문의 고갱이다. 새 보수의 새 가치로서 손색 없다. ‘변화된 국민적 요구 수용한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보수대통합, 중도보수 포용의 뜻도 담겼다. 유승민의 ‘따뜻한 보수’와 별반 다르지 않다. 황교안의 ‘참된 보수’와도 일맥상통한다. 최근 공개된 서울대연구소의 한국당 진단 보고서도 비슷한 결론이다. 경직된 안보관, 계파싸움이 민심이탈 원인이고, ‘떠나간 중도를 잡아라’고 하지 않았나. 중도포용은 보수집권 불변의 키워드다. 한나라당·새누리당 때도 익히 경험한 바다. 쇄신이 뭔가. 보수의 품을 넓히는 거다. 이 정도 집을 짓고 나서야 황교안 유승민 원희룡 오세훈을 부를 수 있다. 이들과 당 소속 광역단체장 권영진 이철우 그리고 김병준 홍준표까지 합세하면 이낙연 박원순 김부겸 이재명 김경수 유시민이 절대 부럽지 않다. ‘당내 대권주자 없다’는 패배의식 왜 가지나. 새 가치로 새집을 짓는데 미적거리니 이들을 멈칫하게 만들고 대권주자 없다는 자괴감만 드는 것이다.

문제는 사람이다. 정치만큼 사람 의존도가 높은 영역도 드물다. 그 ‘사람’을 책임진 게 조직강화특위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전원책 조강특위 위원에게 ‘전권’을 줬다. 전 위원은 이를 ‘일체의 권한’이라 이해했다. 김 위원장도 같은 생각이었던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서 의미가 수정됐다. 김 위원장이 ‘전례 없는 권한’ 정도로 격을 낮췄다. 뭔가 못마땅한 눈치다.

발단은 전원책으로부터 비롯됐다. 조강특위의 핵심역할은 인적쇄신 아닌가. 새 가치에 맞지 않는 사람 물러나게 하고, 새 인재를 수혈하는 일이다. 그 권한의 경계를 넘어 ‘가치’ 영역을 침범하면서 사달 났다. 전 위원이 재론한 ‘태극기 부대’ ‘박근혜’ ‘친박’ ‘탄핵’ 문제는 판도라 상자다. 뚜껑 열면 계파싸움 뻔하고 극우 프레임에 갇힌다. 이 프레임에 갇히면 아무리 때 빼고 광 내도 헛수고다. 계파싸움 다시 하면 보수대통합도 물 건너간다. 총선 승리, 정권재탈환 모두 일장춘몽이다. 지키면 안 되는 것을 지키는 것은 수구이고 가짜 보수다. 참된 보수는 바르고 옳은 가치를 지키는 것이다. 한국당 조강특위는 오락가락할 필요 없다. 잘 만든 새 가치에 맞춰 인적쇄신 단행하고 보수대통합 문 활짝 열어 젖히면 된다. 그렇지 않으면 보수의 겨울은 길어진다. 이재윤 경북본사 총괄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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