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숙의 스타일 스토리] 레오파드의 화려한 귀환

  •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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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1-02   |  발행일 2018-11-02 제40면   |  수정 2018-11-02
‘애니멀 패턴 끝판왕’ 센 언니들 열광

2018 FW 시즌은 레오파드의 귀환으로 여자들의 패션이 화려해지고 있다. 사실 레오파드는 다소 와일드한 센 언니 포스와 걸 크러시, 혹은 치명적인 팜므 파탈의 섹시함으로 쉽게 도전하기 어려운 아이템이었다. 그러나 올 시즌 레오파드 아이템들은 소셜 미디어의 해시 태그 #OOTD(Outfit of th day : 오늘의 착장)를 도배하며 가장 핫한 아이템의 향연을 펼치고 있다.

패션에서 애니멀 패턴(Animal Pattern)이란 동물의 모피 문양 천을 의미하는데, 줄무늬나 반점 등 유니크한 동물의 털이 패션소재의 대상이 되며, 가장 많이 활용되는 것으로 호랑이 무늬, 젖소 무늬, 지브라 무늬 외에 레오파드 무늬가 있다. 레오파드는 대담함과 강열함에 있어 애니멀 패턴 중 단연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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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적인 감성의 레오파드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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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엽고 세련된 호피니트.

올 시즌 SNS 해시태그 핫 아이템
강한 여성상 ‘미투’…강렬함 주목
청색·녹색계 더욱 컬러풀해진 색상
실크·시폰·벨벳·퍼 유니크한 소재
와일드 보다 시크·모던 이미지 살려
체크·레이스·무지 섞어 레트로 감성
여리여리한 특징도 갖춰 대중적 흥행

레오파드의 모피는 아프리카 동부 소말리랜드산 표범 가죽이 최고 등급으로 규칙적으로 배열된 반점과 균일한 털의 결, 엷고 자연스러운 바탕의 색조를 고급품으로 친다. 현재 레오파드는 국제동물보호법으로 패션재료로의 사용이 금지되고 있으나, 페이크 레더나 페이크 퍼의 발달로 송치, 말가죽, 벨벳, 시폰, 니트와 같은 특별한 표면효과를 가진 직물에 프린팅해서 많이 사용하며 이외에 면, 폴리에스테르와 같은 일반 직물 프린팅으로도 많이 사용하고 있다.

인류는 제 4빙하기를 거치며 방한의 목적으로 동물의 가죽과 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였고, 이후 이것들은 신체보호를 넘어 힘과 권력의 과시를 위해 오랫동안 지배계층에 사랑받고 착용되었다. 20세기 들어 애니멀 패턴소재는 현대적 개념으로 다소 과한 소재로 인식되었으나, 오랫동안 전형적 서구의 페어레이디들은 부유함을 상징으로, 핀업 걸 같은 섹시 걸들은 개성의 상징으로 레오파드에 대한 팬텀을 형성하고 있었다. 반면 평면적인 외관과 이미지의 동양인에게는 오랫동안 접근하기 어려운 패션이었다.

그런데 올해 패션트렌드에서 애니멀 패턴의 끝판왕이라 할 레오파드 패턴이 왜 인기일까. 올 초부터 전 세계를 뜨겁게 달구었던 미투현상은 우리 사회의 강한 여성을 요구하게 되었고 이것의 영향으로 센 언니 파워드레싱, 강렬한 네온 컬러 트렌드, 볼드한 액세서리와 장식, 오버사이즈 등과 맞물려 파워풀한 레오파드에 열광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을 표현하고 알리는데 익숙한 요즘 세대에 강렬함에 이만한 것이 없다는 점도 작용했다.

서양에서는 표범을 가리키는 말로 팬서(Panther)와 레오파드(Leopard)가 있는데, 팬서는 숨은 아름다운 향을 뿜어서 다른 동물들을 매혹시킨다는 이야기가 있다. 로마시대부터 알려진 이러한 신화적 스토리는 기독교에 수용되면서 의미가 더욱 강화되었고, 기독교를 이끄는 전도자의 상징이 되었다. 팬서 모피의 아름다운 반점과 매끈한 털은 종종 여성의 관능성으로 비유되었고, 셰익스피어 시대에는 아름답지만 기질이 드센 여자를 팬서에 비유해서 말하기도 했다. 반면 팬서와 난폭한 암사자의 혼혈인 레오파드(Leo+Pard)는 용맹하나 야비한 짐승으로, 안티그리스도의 상징이었으나 오늘날은 이 둘을 구분 없이 사용하며 오히려 레오파드라는 명칭이 대중적으로 더 많이 알려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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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파드 백.

세계적인 보석브랜드 까르띠에의 명작으로 알려진 ‘달을 품은 팬서’ 디자인은 팬서를 ‘달의 짐승’이라고 뜻한 이러한 여자와의 관계에서 나온 연상이다. 대담하고, 우아하고, 섬세하고, 역동적이며 달을 품고 있는 듯한 에메랄드빛 눈동자의 팬서는 심연으로 우리를 인도하는 유혹의 방랑자 같은 모습으로 세계를 매혹시켰다.

올해 레오파드 패턴의 특징은 오리지널 패턴 외에 핑크, 청색, 녹색과 같이 더욱 밝고 컬러풀해진 색상과 실크, 시폰, 벨벳, 퍼와 같이 다양하고 유니크한 소재들로 표현되어 기존의 와일드한 이미지보다 시크하고 모던한 이미지의 매력을 살렸다. 또한 의류제품도 기존의 재킷, 코트, 스커트나 팬츠에 국한되지 않고 로맨틱한 탱크톱과 블라우스, 이브닝드레스는 물론 선글라스, 구두, 스니커즈, 스카프, 뱅글과 이어링 같은 액세서리류까지 확대되어 메인 아이템부터 포인트 아이템까지 풍성해져 패션 피플의 선택 폭이 넓어졌다. 또한 소재 믹스에 있어서도 레오파드 단독무늬로 쓰기도 하지만 체크나 레이스, 무지와 섞어서 쓰기도 해 레트로 감성의 낭만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이런 연유로 올해의 레오파드는 훨씬 캐주얼해지고, 도시적이며 부드럽고 일견 청순하면서도 여리여리한 여성적인 특징도 갖출 만큼 대중적인 흥행요소를 장착했다.

레오파드를 특히 애호하는 톰 포드, 돌체 앤 가바나, 발렌시아가, 빅토리아 베컴 외에 막스 마라, 보테가 베네타, 캐롤리나 헤레라 등의 해외 디자이너 브랜드들도 믹스매치가 가능한 다양한 아이템을 선보이고 있다. 하이패션브랜드뿐만 아니라 자라와 같은 SPA 브랜드들 역시 패셔너블 아이템으로 레오파드 디자인을 대거 출시하고 있다.

레오파드 패턴을 처음 시도하는 초보 패피라면 레오파드 선글라스와 가방부터 시작해보면 부담 없이 다양한 연출이 가능하고, 요즘 대세인 베레모와 스카프를 활용해도 간편하게 개성을 살리고 멋도 보장받는 좋은 코디아이템이 될 수 있다. 레오파드처럼 강한 아이템은 디자인이 단순해야 하며 원포인트 스타일링을 하면 더욱 돋보인다. 또한 코디 아이템을 블랙으로 코디하게 되면 블랙파워로 중화된 패턴이 더욱 세련되어 보이는 효과가 있다.

디자이너 돌채 앤 가바나는 “레오파드 패턴은 여자에게 자신이 아름답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필수적인 요소”라고 했다. 멋내기 좋은 계절 11월에 우리의 내면에 잠재된 매혹의 레오파드 한 마리로 우리의 일상을 신선하게 흔들어 보는 건 어떨까. ’

영남대 의류패션학과 교수

▨ 참고문헌

COLLAGEVINTAGE.COM

https://blog.naver.com/prologue/PrologueList.nhn?blogId=pierrot_4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16626196&memberNo=35758720&vType=VERTICAL

https://blog.naver.com/richest7777/220015453757

https://blog.naver.com/hoju202/100092468237

종교학대사전 / 1998.08.20. 한국사전연구사

패션전문자료사전 / 패션전문자료편찬위원회 / 한국사전연구사 1997.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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