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식의 산] 노음산 726m (상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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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1-02   |  발행일 2018-11-02 제37면   |  수정 2018-11-02
명산의 명당 아래 물든 황금빛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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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선 아래에 자리 잡은 중궁암. 상주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는 명당에 자리 잡았다. 남장사 보광전을 중심으로 가람이 배치되어 있다. 남장사 입구 석장승. (위쪽부터 아래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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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아래의 바위능선에서 본 풍경.

상주 곶감 특구지역인 남장1길을 따라 들머리인 남장사로 향하는 길에는 가로수로 감나무가 심겨 있고, 집집마다 감을 따거나 곶감을 만들기 위해 감 깎는 작업이 한창이다. 이미 깎은 감들은 2층 높이의 덕장을 채워가며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남장사로 향하는 길은 가로수부터 정면으로 바라보이는 노음산 전체가 가을빛으로 곱게 물들어 있다. 남장사 바로 아래 왼쪽으로 보이는 석장승을 지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일주문을 들어선다. 경내에 들어서기 전 도안교를 지나 오른쪽 길 아래에 수령 400년이 넘는 느티나무가 우람하게 서있다. 남장사 경내에 들어 보광전의 목각아미타여래설법상을 눈으로만 감상하고 되돌아 나와 들머리를 찾는다. 일주문 아래에 석장승에서 들머리로 잡아도 되지만 중궁암으로 올라 정상을 돌아 석장승으로 내려오는 코스를 잡는다.

관음선원 방향으로 ‘MRF 이야기길’로 적은 리본과 이정표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찻길을 따라 걷는다. MRF는 Mountain, River, Field의 약자로 상주시의 산과 강, 들을 잇는 둘레길로 상주의 아름다운 산야를 두루 둘러볼 수 있도록 15개 코스로 이루어져 있다는 설명도 붙어있다. 5분 정도 넓은 길을 따르면 왼쪽으로 관음선원을 지나 작은 계곡을 건너면 왼쪽에 안내 리본이 몇 장이 걸려있는 산길을 만난다. 참나무가 주류인 숲길을 따라 잠시 완만한 길을 오르다가 작은 능선을 하나 만나면서부터 평탄하던 길은 너덜 길로 바뀌고 발판만 놓인 계단이다가 밧줄을 연이어 만나게 된다. 워낙 가파른 길이라 등산로도 지그재그로 에둘러 가도록 길을 내놨다. 보통은 산길에 접어들면 몸에 땀이 나도록 30분은 걷고 한번 쉬어 가는데 20분을 오르지 못하고 주저앉는다. 고도를 높이면서 내려다보이는 발아래 남장마을과 상주시내 들녘은 온통 황금빛이다. 흰쌀과 하얀 분이 묻은 곶감, 명주. 삼백의 고장이라는 상주들녘은 삼 홍으로 물들었다. 두어 번을 쉬었다 능선이 가까워진다는 느낌이 들 무렵 강아지 한 마리가 짖어댄다. ‘정상 1.7㎞, 중궁암 0.1㎞’ 이정표 앞에서다. 정상 방향의 이정표를 따르지 않고 중궁암으로 향한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중궁암으로 뒷걸음질치는 강아지를 달래며 암자 마당에 올라선다. 마당에는 어미로 보이는 개와 강아지 몇 마리가 더 있었다. 10년쯤 전에 이곳을 찾은 적이 있는데 그때와는 다르게 데크를 깔아 제법 넓어진 마당과 통유리를 댄 별채가 눈에 들어온다. 아마도 글을 읽거나 차를 마시며 풍광을 즐기려고 지은 건물인 듯하다. 데크 한편에 찻잔과 커피포트가 놓여있다. 짖어대던 견공들은 스님 한 분이 마당에 내려서자 일제히 뚝 그친다. 합장으로 인사하니 차 한 잔 하고 가라며 일행을 잡아 세운다. 가볍게 커피를 한 잔 마시려는데 다기를 들고 나와 보이차라며 한 잔 내준다. 이제 두 달을 막 넘긴 강아지들인데 그래도 한번 본 사람은 절대 짖지 않는다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커피포트의 찻물 한통을 다 비우고서 자리를 털고 있어났다. 인사를 나누고 올라왔던 길을 되돌아 내려가려는데 암자 오른쪽으로 안내하며 돌탑이 보이는 능선으로 바로 올라가면 더 빠르다고 일러준다.

남장사 향하는 길 감깎는 작업 한창
가을빛으로 가득한 노음산 일주문 걸음
아름다운 산야 둘레길 도는 15개 코스
중궁암이 자리잡은 바로 뒤 능선 올라
상주시내와 건너편 갑장산과 마주서
정상 바위지대 사방이 탁 트이는 조망
단풍 숲길 걷다보면 콧노래 절로나와


능선에 올라 돌탑을 지나고 중궁암이 자리 잡은 바로 뒤 능선에 섰다. 산의 지기를 누르기 위해 암자를 지었다는데, 상주시내와 건너편 갑장산이 마주보이는 위치로 명당 중에 명당자리가 여기가 아닌가 싶다. 2분 정도 능선을 따라 걸으면 중궁암 입구에서 정상으로 오르는 길과 만나게 된다. ‘정상 1.0㎞’로 적은 작은 삼거리다. 10분 정도 더 오르자 계단을 한번 만나고 작은 바위 위에 올라서니 2층 구조의 근사한 팔각정이 있다. 팔각정에 올라보니 앞의 숲에 가려 탁 트이는 조망은 아니지만 쉬어가기에 적당한 위치에 자리 잡았다. 갈잎이 떨어져 바스락거리는 길을 20분 정도 오르면 정상 바로 직전에 여러 단계의 계단이 놓여있다. 몇 곳의 계단을 다 오르면 노음산 정상인데 대리석으로 세운 정상 표석과 삼각점이 있다. 정상에서도 사방이 숲에 가려 조망이 어렵다. 본격적인 조망은 정상에서 직진 방향으로 조금 내려서야 되는데 바위지대가 나오면서 사방 조망이 트인다. 상주의 대표적인 산으로 연악(갑장산·해발 806m), 석악(천봉산·435m), 노악(노음산·726m)으로 불리는 삼악(三岳) 중의 한 산이다. 노음산 중에서도 이곳 바위능선에 서면 상주시를 사이에 두고 마주한 갑장산, 구병산과 속리산이 한눈에 들어오고 진행할 옥녀봉과 국사봉 능선이 시원스럽게 펼쳐진다. 철 계단과 밧줄 구간이 몇 번 나타나고, 바위구간을 다 지나면 오른쪽 아래에 북장사가 내려다보이는 지점을 만나고 이어 완만한 능선길이 펼쳐진다. 얼마 지나지 않아 ‘북장사 1.8㎞, 석장승 2.6㎞’의 이정표 삼거리를 지난다. 진행방향은 정면이지만 왼쪽으로 휘어진 능선을 따르게 된다. 비교적 완만한 길이지만 낙엽이 깔려 있어 길 찾기가 까다롭고 미끄럽다. 30분 정도 능선을 따르다 능암리 갈림길에서 석장승 방향으로 왼쪽 능선을 따른다. 지나온 정상부가 왼쪽 숲 사이로 건너다 보이고, 산허리를 따라 길이 나 있다. 노랗게 물든 생강나무며 붉게 물든 단풍이 어우러진 숲길을 걷다보니 저절로 콧노래가 흘러나온다. 중궁암에서 너무 쉬어서인지 산 그림자는 계곡 아래 남장사까지 길게 드리워진다. 별다른 조망 없이 숲길만 30분 정도 더 내려서니 ‘석장승 0.9㎞’ 이정표가 서있는 삼거리 길이다. 더 직진하면 옥녀봉이지만 갈림길에서 왼쪽의 석장승 방향으로 내려선다. 내선에서 잠시 내려서니 멧돼지 목욕탕처럼 물이 고인 작은 웅덩이가 있고 이를 지나자 수량은 많지 않은 계곡물은 만난다. 석장승이 가까워지자 당단풍나무가 군락을 이루며 숲 전체를 붉게 물들이고 있다. 25분 정도 내려서니 도로를 만나는 지점에 경계석을 두른 석장승이 서있다. 186㎝로 적지 않은 석장승은 서낭당 같은 토속신앙에서 비롯된 장승으로 잡귀의 출입을 막는 남장사의 수문장 역할을 하고 서있다.

석장승에서 남장사 주차장까지는 도로를 따라 5분 정도 오르면 다다를 수 있다.

대구시산악연맹 이사·대구등산아카데미 강사 apeloil@hanmail.net


☞산행길잡이

남장사 -(50분)- 중궁암 -(5분)- 팔각정 -(35분)- 노음산 정상 -(15분)- 북장사 갈림길 -(25분)- 능암리 갈림길 -(30분)- 옥녀봉 삼거리 -(30분)- 남장사 석장승 -(10분)- 남장사

노음산은 상주에서 자랑하는 명산으로 꼽히지만 많이 알려지지 않은 산이라 한적하고 깨끗하다. 정상 가까운 중궁암에서 식수를 채울 수 있으며 소개한 코스의 전체 산행거리는 7㎞ 남짓하지만 소요시간은 4시간 정도 잡으면 여유롭다.

☞ 교통

경부고속도로 남김천JC에서 중부내륙고속도로를 따라 상주IC까지 간다. 상주IC 앞 삼거리에서 우회전으로 영남제일로를 따라 약 5㎞를 간 다음 북천교차로에서 계속 직진으로 25번 국도를 따른다. 약 3㎞를 더 가면 ‘상주 곶감 특구지역’으로 적힌 조형물이 서있는 삼거리에서 우회전으로 약 2.5㎞를 가면 남장사 주차장이 나온다.

☞내비게이션: 상주시 남장동 502(남장사 주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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