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진의 정치풍경] 보수의 자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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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1-01   |  발행일 2018-11-01 제30면   |  수정 2018-11-01
[차명진의 정치풍경] 보수의 자격
시사만평가

보수진영의 통합을 저해하는 이런저런 말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처럼 시대를 거스르는 반평화적 행태로는 보수가 합쳐 봐야 국민적 지지를 받기 힘들다.” “태극기 세력은 광신적 종교적 집단이므로 통합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 “탄핵을 찬성하고 나간 배신자들은 받아들일 수 없다.”

‘보수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답하면 다른 답은 간단합니다. 기존의 것을 지킨다는 태도로서의 ‘보수’가 아니라 하나의 이념으로서의 ‘보수주의’는 19세기 초 영국과 프랑스에서 사회주의에 대항해 막 정착한 자유주의를 지키고자 태동했습니다. 대한민국의 보수주의가 처한 현실이 과거 서구의 자유주의가 처한 환경과 아주 유사합니다. 참고로 보수주의 탄생의 역사를 응용하면 북한에서는 주체사상이 보수주의이고 베트남처럼 체제변동 중인 나라에는 아직 보수주의가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 집권 여당은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핵무기 제조를 포기시키고 개혁과 개방을 하려는 담대한 결정을 돕기 위해 무기대결도 감축하고 경제제재도 풀자는 평화 드라이브를 맹렬히 걸고 있습니다. 이에 반대하면 극우 반동세력입니다. 이에 대한 답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미국에서는 트럼프와 공화당이 아니라 진보적인 민주당 쪽이 한국의 보수주의자와 동일한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반공을 수구적 행태로 모는 사람들은 보수통합을 질시하는 외부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보수 내부에서는 탄핵이 잘 됐느냐 잘못됐느냐에 대한 태도가 실제로 단합을 저해하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구원(舊怨)을 뒤로 접고 객관적으로 박근혜 정권의 통치행태가 권위주의적이었느냐 아니었느냐 따져봐야 합니다. 이것 역시 답이 의외로 간단합니다. 대한민국 대통령들은 문재인정권까지 포함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운명적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탄핵의 앙금을 푸는 해원(解怨)은 필요하겠으나 다시 뭉치지 못할 이유는 없습니다. 결론은 대한민국에서는 자유민주주의를 지지하면 누구나 보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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