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과 녹색의 충돌' 환경파괴 논란 친환경에너지] (하) 태양광·풍력시설 찬반대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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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석천기자
  • 2018-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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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류만 통과되면 발전사업 승인…고산 임야 중심 과열진출

김천 어모면 일대에 조성된 김천태양광발전단지 전경.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추진 정책으로 인해 ‘녹색충돌’이 잦아지면서 태양광 발전시설 설치장소로 건물이나 환경보전 가치가 낮은 지역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정책 등이 마련되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대규모 산지에 태양광발전설비가 건설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산림청에 따르면 2017년 8월 기준 전체 ‘풍력 환경영향평가’ 협의건(71개소) 중 약 40%(29개소)가 생태·자연도 1등급지, 백두대간, 정맥·지맥 등 생태 우수지역을 포함하고 있다. 이는 친환경에너지 풍력발전이 오히려 산림파괴, 경관훼손, 생태축 단절, 소음 등 환경을 훼손하는 ‘녹색과 녹색의 충돌현상’을 초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태양광·풍력 발전의 지속가능성에 심각한 걸림돌이 아닐 수 없다. 이 때문에 중앙·지방정부와 민간 발전사업가가 환경에 부담을 덜 주면서 동시에 태양광·풍력 보급을 확대할 수 있는 소위 ‘환경성과 경제성을 조화’시키는 정책과 실행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부처 엇박자에 제도 부족

녹색과 녹색의 충돌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태양광·풍력 발전의 양적 확대에 치중한 나머지 환경성을 고려한 제반 제도 마련엔 소홀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환경성에 대한 검토는 물론 기준 규정이 없다 보니 발전사업허가·개발행위허가·산지전용허가 단계에서 서류만 통과되면 승인되는 구조로 진행됐고, 이는 결국 경제성이 높은 산지(山地)를 중심으로 발전사업자의 과열 진출을 야기했다는 것. 신재생에너지시설의 산지 설치에 대한 환경규제 완화 역시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환경부-산자부의 ‘엇박자 정책’
생태 1등급지 발전기 설치 면죄부

독일, 특별법으로 갈등요소 방지
미국·일본도 입지조건 엄격 제한

정부, 문제 부각되자 규제 강화
신재생공급인증서 가중치 하향
전국자원지도 만들어 공유해야



환경성을 강조하는 환경부와 경제성을 주장하는 산업통상자원부 간 엇박자가 녹색과 녹색의 충돌현상을 심화시켰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4년 환경부가 육상풍력 개발 사업 환경성평가 지침을 마련해 생태계 훼손을 최소화하는 풍력발전 보급 정책을 추진했으나, 산업통상자원부는 2017년 태양광 발전시설 보급 촉진을 위한 태양광 발전시설 입지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부처 간 정책 엇박자를 냈다는 것. 특히 환경부의 2014년 지침은 오히려 산지 능선부 및 생태·자연도 1등급지에 풍력발전기를 설치할 수 있도록 면죄부를 주는 역기능을 했다는 비판마저 제기됐다.

더욱이 발전단지 조성 계획이 부지마다 개별적으로 건건이 진행돼 지자체별 입지 가능지에 대한 종합적이고 전략적인 계획이 부재했고, 특히 태양광·풍력발전 지역의 진입도로 개설 기준과 지형·서식지 훼손 유발에 대한 평가 기준마저 마련되지 못했다. 발전효율이 높은 고산 임야지역은 태양광·풍력 개발의 최적지인 동시에 생태계 우수 보전지역이기도 해 충돌을 피할 수 없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정책은 부족했다. 이로 인해 사업추진 과정에서 법적 논란 및 환경민원을 발생시켰다. 강철구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생태 우수지역은 가능한 설치를 피하고 이미 훼손된 산림지역, 나대지, 매립지, 광산, 황무지 등에 설치를 우선 유도하는 정책을 추진해야 했지만 이에 대한 정책 의지가 공공이나 민간 모두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독일, 입지선정 단계부터 관리

친환경에너지 선진국은 재생에너지 시설을 조성하기 전 환경성을 철저히 고려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두고 있다. 독일은 ‘계획 절차’와 ‘특별법’으로 재생에너지의 환경관리를 함으로써 공간 입지와 이용에 따른 환경과의 갈등 요소를 사전에 방지하고 있다. 계획절차를 통한 환경관리는 입지선정, 전략환경평가,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환경관리가 이뤄지는 것을 말한다. 또 건설법에 따라 토지이용계획상 에너지 생산시설의 입지를 미리 지정함으로써 공간 소모나 이용에 따른 환경과의 갈등요소를 사전에 방지하고 있다. 재생에너지원에 따라 이를 규정하는 특별법이나 시행령 지침 등이 각각 마련돼 환경영향평가에서 바로 특별법령 지침 등을 기준으로 환경성을 검토하게 되는 것이다.

미국은 통합 법률보다는 시설이 위치하는 장소와 해당 기술에 따라 규제기관들이 입지 및 허가 절차를 통해 재생에너지시설의 환경성을 검토하고 있다. 내무부 국토관리국과 에너지부의 ‘태양광 및 풍력 프로그램 환경영향평가제도’와 어류 및 야생동식물보호국의 ‘육상풍력에너지에 대한 지침’ ‘독수리보호계획’ 등을 통해 사전 환경성을 검토한다. 또 자연보존지역보다는 가능한 토양오염 등으로 버려진 기존 개발지역이나 최근 복구된 지역으로 유도하는 특징이 있다. 미 환경청은 토양이 오염된 부지 50만개를 파악하고, 이 중 재생에너지 발전효율성이 우수한 지역을 GIS(지리정보시스템)로 지도화해 발전사업자에게 제공하고 있다. 환경에 대한 부담을 줄이는 지역 위주로 태양광과 풍력을 보급하는 것이다.

일본은 풍력발전 입지 조건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풍력발전소의 입지 요건을 풍황 자원이 좋고 풍력발전기 설치에 충분한 공간과 토지이용규제(농지·산림·공원 등)가 없는 지역으로 한정하고 있다. 이밖에 스웨덴은 종(種) 다양성 손실을 막기 위해 오염자 부담 원칙을 적용해 비오톱(동식물서식지) 조성비용부담제를 운영하고 있다. 유명수 대구지방환경청 기획평가국장은 “일본의 경우 전기를 송전하기 위해 연계 가능한 용량의 송전선이 가까운 곳에 있거나 풍력발전기의 각종 부속품을 운반할 수 있는 도로나 항만 등 기반시설이 있어야 풍력발전기 설치가 가능하다”면서 “뿐만 아니라 자연환경과 주민생활에 영향이 없고, 지역주민에 대한 경제적 지원과 행정사항 등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만 한다”고 설명했다.

◆확대하되 입지 환경성 철저 검토

정부도 신재생에너지 시설로 인한 환경훼손 문제가 부각되자 규제 강화에 나서고 있다. 산업부는 임야 태양광 신재생공급인증서(REC) 가중치를 하향 조정했다. 한전에서 전기를 구입하는 비용, 이른바 ‘발전단가’를 낮춰 사업자의 인센티브를 줄여보자는 의도다. 또 환경부는 ‘육상 태양광 발전사업 환경성 평가 협의 지침’을 시행해 태양광 발전 입지규제 강도를 높이고 있다. 환경영향평가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사업자로 하여금 개발 예측가능성을 높이는 동시에 친환경적 개발계획을 수립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산림청은 현행 산지 전용허가 대상인 태양광발전시설을 풍력발전처럼 20년 후 원상복구하는 일시 사용허가 대상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또 대체산림자원조성비를 전액 부과하고 토사 유출과 산지경관 훼손을 줄이기 위해 평균 경사도 허가기준을 25도 이하에서 15도 이하로 강화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태양광·풍력 자원은 국가적인 계획을 세워 국토 이용과 보전이라는 종합적 차원으로 접근해야 하고, 이를 통해 태양광·풍력 발전시설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지금처럼 허가를 받은 민간 발전사업자가 주도하는 난개발 점(點)조직형 개발보다는 국가 차원의 종합적인 선계획 후개발 방식을 지향해야 한다는 것이다.

녹색과 녹색이 충돌할 수 있는 산림 및 생태우수 지역 등 환경보전 가치가 높은 후보지역에 대해서는 ‘태양광 풍력자원의 공개념’을 도입해 선국가계획·후민간참여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지속가능한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해 태양광·풍력 발전 전국자원지도를 GIS(지리정보시스템)화해 공유하는 것도 필요하다. 무분별한 난개발을 막기 위해 태양광·풍력 발전 효율이 높으면서 동시에 환경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는 후보지의 정보를 담은 자원지도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해 인허가권자 민간발전사업자 등 관계자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전소영 경기연구원 연구원은 “이러한 정보를 통해 인허가 단계에서 환경 훼손이 우려되는 지역에 태양광·풍력 발전시설이 설치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유명수 대구지방환경청 기획평가국장은 “미세먼지·온실가스 감축 등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친환경에너지 확대에는 대부분 국민이 동의하지만 환경자원을 훼손하면서까지 태양광과 풍력을 무분별하게 개발하는 것은 주거권과 환경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글·사진=홍석천기자 hongsc@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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