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건정치칼럼] 거리의 태극기는 언제까지 휘날릴까

  • 송국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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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0-29   |  발행일 2018-10-29 제30면   |  수정 2018-10-29
촛불·태극기로 서로 편갈려
광장에서 충돌한지 2년세월
보수의 계륵된 朴 지지 국민
통합논의에도 걸림돌로 등장
공론의場 만들어 끝장 낼 때
[송국건정치칼럼] 거리의 태극기는 언제까지 휘날릴까

최근 보수진영에서 ‘태극기 논쟁’이 벌어졌다. 국기(國旗) 태극기가 아니라 광화문의 영남일보 서울지사에서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창밖에서 ‘박근혜 대통령 석방’ 구호와 함께 나부끼는, 바로 그 광장의 태극기다. 태극기 논쟁은 자유한국당 조직강화특위 위원으로 영입된 보수논객 전원책 변호사가 불씨를 살렸다. 보수대통합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왜 촛불은 혁명이고, 태극기는 부대냐. 태극기 든 분들을 마치 무기를 들고 나와서 쿠데타를 일으킬 것 같은 위협세력으로 간주하고, ‘극우’라고 표현하는 건 왜곡”이라고 했다. 또 “그분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두고 그릇된 판단을 무조건 하고 있다는 건 잘못된 시각이다. 나라 걱정하는 분들이고 직전 대통령을 구속시켜서 추락한 국격을 걱정하는 분들”이라고 했다. 그러므로 “그분들 빼고 뭐 빼고 하면 보수통합을 어떻게 하느냐”는 게 전원책 논리다.

당장 당 안팎에서 논쟁에 불이 붙었다. 진보진영에선 아예 무시하거나 “태극기 부대는 광주 5·18 때 공수부대처럼 나쁜 짓 하니까 부대라고 하는 것”(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이라는 식의 빈정거리는 말이 나왔다. 탄핵 국면에서 소속 정당이 바뀐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은 “태극기 세력은 헌법부정뿐 아니라 폭력까지 선동했다. 계엄령과 공개처형을 선동하는 저 사람들은 태극기 부대가 아니고 인공기 부대인가”라고 주장했다. ‘박근혜’ ‘태극기’가 금기어처럼 돼 있는 한국당 안에선 대체로 침묵이 흘렀다. 그러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네트워크를 통해 공동체를 형성, 공동대응을 하고 인식을 공유하자는 것이지, 모두 다 한 그릇에 다 들어오라는 건 아니다”고 나름의 정리를 했다. 한국당의 가치와 좌표 재설정을 최우선 가치로 치는 입장에서 보수통합과 관련해 전 변호사와 생각의 결이 다름을 드러낸 말이다.

오늘(29일)은 박근혜정권 퇴진을 요구하며 2016년 10월29일 시작된 촛불집회가 2주년을 맞는 날이다. 탄핵에 반대하는 국민들도 그 무렵부터 태극기를 들고 집회를 열어 맞불을 놨다. 처음엔 일부 친박단체 위주로 모였으나 나중에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가 출범하며 조직적 저항에 나섰다. 탄핵 이후엔 무효운동을 펼쳤고, 지금까지 박 전 대통령 무죄 석방을 촉구하는 태극기집회를 서울역 등에서 열고 있다. 이 태극기세력이 인적청산과 보수통합에 나선 한국당에 ‘계륵’이 돼 버렸다. 닭의 갈비뼈처럼 한쪽에선 버리기엔 아깝다고 하고, 다른 쪽은 큰 쓸모나 이익이 없으니 버리자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태극기세력은 언제든 한국당을 둘로 쪼개버릴 뇌관이다.

한국당으로선 지금이 계륵을 버릴지말지를 결정해서 뇌관을 제거할 적기다. 첫째, 당 개혁 칼자루를 쥔 사람들의 견해 차이가 확인되면서 오히려 공론화 기회를 맞았다. 당내에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박근혜 끝장토론’은 태극기 세력 포용 문제와도 직결된다. 전 변호사가 “한국당 모든 문제의 뿌리는 박근혜 문제고, ‘박근혜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친박계, 비박계의 상호 입장이 정리되지 않으면 누가 ‘칼질’을 한다고 해서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는다”고 한 건 정곡을 찌른 말이다. 둘째, 당분간 전국 규모의 큰 선거가 없으니 설령 당이 쪼개진다 해도 상처가 덜 하다. 물론 약간의 진통을 거쳐 보수 재결집이 이뤄질 수도 있다. 셋째, 이제라도 보수 쪽에 서 있는 국민도 말을 할 수 있는 언로를 열어줘야 한다. 촛불세력은 어제부터 광화문 광장 곳곳에서 그날을 기억하고, 다시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행사를 일주일 동안 연다. 태극기세력도 그런 장(場)을 만들 필요가 있다.
송국건기자 so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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