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백일의 낭군님’의 왕세자 이율이 여심을 사로잡고 있다. 현대물의 남자주인공과 차별화된, 이른바 ‘꽃세자’(꽃미남+왕세자) 캐릭터의 부활이다. 앞서 하이브리드 퓨전 사극을 표방한 ‘해를 품은 달’의 이훤, ‘구르미 그린 달빛’의 이영 등이 청춘들의 아름답고 절절한 순애보를 색다른 방식으로 그려내 많은 사랑을 받았다. 안방극장을 ‘낭군님 앓이’로 물들였던 그들의 차진 매력을 살펴본다.
◆‘백일의 낭군님’, 사극 로코킹의 계보를 잇다
꽃세자의 계보는 ‘백일의 낭군님’ 속 왕세자 이율 역으로 호연을 펼친 도경수가 이었다. 극 중에서 이율은 살수의 공격을 받아 모든 기억을 잃게 되는데, 도경수는 ‘아쓰남’(아무짝에도 쓰잘데기 없는 남정네)으로 전락한 원득의 허당미와 수려한 외모에 모든 것을 갖춘 무결점 왕세자 이율의 까칠함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드라마 흥행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특히 사극에 최적화된 중저음의 목소리와 미세한 표정 변화만으로 시청자를 설득시키는 도경수만의 저력은 사극 로코킹 꽃세자의 계보를 잇기에 충분했다. 냉철함과 카리스마로 극의 긴장감을 불어넣다가도 홍심(남지현) 앞에서만큼은 따스한 눈빛과 하염없이 흔들리는 내면 깊숙한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해냈다.
그의 활약에 힘입어 지난 14화 방송은 평균 12.7%, 최고 14.3%(닐슨코리아 제공)로 tvN 전체 드라마 역대 시청률 5위를 차지했다. 이와 함께 도경수는 2주 연속 드라마 출연자 TV 화제성 부문 1위를, 드라마는 TV 화제성 부문과 콘텐츠 영향력 지수(CPI) 1위를 차지하는 등 시청률과 화제성을 모두 잡았다.
◆사극의 옷을 입은 청춘 멜로 속 꽃세자…시청자들의 마음을 훔치다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훔친 꽃세자들은 지금까지도 인구에 회자된다. 먼저 김수현이 분한 MBC ‘해를 품은 달’(2012·이하 해품달)의 왕세자 이훤을 들 수 있다. 시청률 42%로 당시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해품달’은 검증된 원작의 힘과 사극의 옷을 입은 판타지 멜로라는 점에서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극 초반부터 궁중 내 왕권을 둘러싼 음모와 배신, 그리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청춘들의 고뇌와 로맨스가 강렬하게 전개됐다. 그 중심에 ‘명품 아역’의 꼬리표를 떼는 데 성공한 김수현이 있다.
김수현은 정치적 카리스마와 지혜, 첫사랑을 향한 순정까지 여심을 홀릴 만한 모든 요소를 갖춘 이훤을 매력적으로 그려냈다. 정치에서는 개혁적인 성향을, 로맨스에서는 지고지순함과 여린 면을 보여주며 여성들에게 판타지를 심어줬다. ‘퓨전사극’이란 옷을 입은 덕분에 젊은 시청자들과의 거리감도 많이 좁혀졌다. 궐내에서는 근엄하게 무게를 잡다가도 종로 거리에서 월(연우, 한가인)을 만났을 때는 마치 소개팅에 처음 나온 예전 젊은이들처럼 수줍어하는 모습 등 이전 사극과는 다른 접근의 ‘궁중로맨스’를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덕분에 김수현은 당해 MBC 연기대상에서 인기상과 남자 최우수상을 함께 거머쥐었다.
KBS 2TV ‘구르미 그린 달빛’(2016)의 츤데레 왕세자 이영으로 분한 박보검도 빼놓을 수 없다. 왕권을 탐하는 자들이 시시각각 자신의 눈빛, 표정 하나하나 예의주시하는 상황에서 이영은 진지한 모습부터 허당끼 가득한 열아홉 청년의 해맑음까지 폭넓게 아우르며 입체적인 세자 캐릭터를 완벽히 소화했다. 이영은 김유정이 분한 남장 내시 라온과의 역대급 안구정화 조합을 이뤘는데, 보기만 해도 산뜻해지는 이 조합은 박보검의 말처럼 “힐링을 주는 청춘 테라피” 그 자체였다. 특히 예쁜 외모와 부드러운 목소리, 사슴을 닮은 눈과 다정다감한 눈빛으로 젊은 여성은 물론 어머니들까지 사로잡으며 시청률 23%까지 찍는 데 주된 역할을 했다. 박보검 역시 당해 KBS 연기대상에서 네티즌상, 베스트 커플상, 남자 최우수상을 거머쥐었고 블루칩으로 떠오른 광고시장에서의 그의 인기는 현재까지 진행형이다.
지난해 MBC ‘군주-가면의 주인’에서 가면을 쓴 왕세자 이선으로 열연한 유승호도 있다. 충무로와 안방극장을 넘나들며 다양한 연기 스펙트럼을 쌓아온 유승호는 고통받는 백성을 구하기 위해 편수회와 맞서는 강인하고 정의로운 세자 역을 맡아, 강렬한 카리스마부터 부드럽고 자상한 면모까지 다채로운 매력을 분출했다. 특히 가은(김소현)과의 운명 로맨스는 당시 국내뿐만 아니라 중국 네티즌 사이에서도 큰 사랑을 받았다. MBC ‘왕은 사랑한다’ 역시 왕원 역의 임시완과 은산(임윤아)의 운명적인 사랑에 국내외 시청자들이 열광했다.
김광원 대중문화평론가는 “왕세자는 권력을 잡기까지 수많은 도전과 위협을 극복해야 하는 불안정한 신분이기에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를 풀어내기 좋은 소재이자 캐릭터”라며 “특히 로맨스가 가미된 퓨전사극은 청춘스타들을 전면에 내세운 만큼 기대 이상의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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