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맘 상담실] 창의력 키우는 손쉬운 방법

  • 이효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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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0-29 07:44  |  수정 2018-10-29 07:44  |  발행일 2018-10-29 제17면
“일상 용어를 속성이 반영된 말로 바꿔서 써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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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는 자녀와 대화를 하면서 창의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존재란 점을 명심해야 한다. 엄마와 자녀가 재미있는 놀이를 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초등교육과 제공>

자녀의 상상력과 사고력을 기르는 데 반드시 비싼 교구나 학습지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부모와 단순한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폭넓은 사고를 하도록 이끌 수 있다. 현직 교사에게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대화법에 대해 들어봤다.

Q. 창의력이나 사고력은 교구나 학습지가 있어야 기를 수 있나요.

A: 아닙니다. 상상력과 사고력 키우기는 사물의 차별화된 특성에 관심을 기울이는 데서 출발합니다. 그 차별성을 바탕으로 사물을 세심하게 보는 것이 바로 호기심과 민감성의 기초입니다. 따라서 주변 사람과의 대화만으로도 충분히 사물을 세심하게 보는 힘을 기를 수 있습니다. 호기심이 많고 사물 사이의 차이점을 금방 알아차리는 능력을 가진 아이는 다른 아이들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끼는 아이로 자라날 것입니다.


소금 대신 ‘음식 짜게 하는 물질’ 표현
사물 특성 관심 기울이면 사고력 커져



Q. 아이의 사고력을 키워주는 대화법, 어떤 방법이 있나요.

A: 사고력을 키워주는 대화법으로 ‘개념해체적 대화’라는 것이 있습니다. 일상적인 대화의 과정에서 쓰는 용어나 표현이 아니라 그 개념의 속성이 반영된 다른 말로 바꿔 쓰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면 ‘소금’을 말할 때 직접 소금이라는 용어를 언급하지 않고 ‘음식의 맛을 짜게 하는 물질’이라고 하는 것이죠.

그럼 이런 대화를 통해 아이의 창의성을 자극하는 방법을 볼까요? 우리는 개념을 기본 단위로 대화를 합니다. 시계, 컴퓨터 등 이 모든 것은 개념이지요. 수박도 개념입니다. 수박을 먹고 싶은 아이가 수박을 사달라고 하면 부모는 수박을 사줄 것입니다. 아이와 부모는 수박이라는 개념을 기본 단위로 대화를 했기 때문에 이 상황에서는 사고가 자극되지 않습니다. 아이가 사용한 수박과 부모가 쓴 수박의 개념 정도가 같기 때문입니다. 아이는 수박을 보고 만지고 먹으면서도 수박을 사고의 단서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생각을 하려면 생각할 거리가 있어야 하지요. 아이가 수박을 먹으면서 생각을 할 수 있도록 하려면 수박이라는 개념을 깨뜨려야 합니다.

Q. 대화 방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세요.

A: 아이가 연필을 사달라고 조릅니다. 이 때 곧바로 연필을 사주면 사고를 자극할 수 없어요. “연필이란 말을 쓰지 말고 엄마가 연필을 사줄 수 있게 말해 보아라.” 이 말을 들은 아이는 연필의 특성에 주목하게 될 것입니다. 아마도 이렇게 말할 것입니다. “종이에 글씨를 쓰는데 사용하는 물건을 갖다 주세요.”

그런데 하나의 대상을 늘 같은 말로 하는 것은 창의적인 태도가 아니지요. 그러므로 가끔씩 부모가 의도적인 반칙을 해야 합니다. “종이에 글씨를 쓰는데 사용하는 물건을 갖다 주세요.” 아이가 이렇게 말하면 일부러 색연필을 갖다 줍니다. 아이가 자기가 요구한 것이 아니라고 말하면 이렇게 반박할 수 있겠지요. “색연필도 종이에 글씨를 쓰는데 사용하는 물건이잖아.” 그러면 아이는 색연필과 연필이 글씨를 쓸 수 있다는 속성을 공유한다는 것을 알게 되며 차이점을 생각하면서 다시 요구를 해야 할 것입니다. “종이에 검은 글씨를 쓰는데 사용하는 물건인데 쓴 글씨를 지우개로 지울 수 있는 것을 갖다 주세요.”

이런 과정을 거치면 그 아이는 사물을 대하는 태도가 전과는 크게 달라집니다. 어떤 사물을 보더라도 그 사물이 다른 사물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피게 되지요.

Q. 아이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끝없는 질문이나 엉뚱한 대답을 계속 하면 지칠 때가 있어요.

A: 반드시 기억해야 할 점은 자녀의 사소한 질문도 성실히 대답하는 태도입니다. 자라면서 궁금한 것이 많아지는 아이들은 부모에게 온갖 종류의 질문을 던집니다. 처음에는 꼬박꼬박 대답을 해주던 부모도 꼬리에 꼬리를 무는 끝없는 질문에 지쳐버려 무성의한 대답을 주기도 합니다. 이때 부모가 무심코 귀찮아하는 태도를 보이면 자칫 아이의 호기심을 꺾을 수 있습니다. 질문에 대답을 잘해주고 엉뚱한 발상에도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을 때 아이는 스스로 생각하고 창의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칭찬을 아끼지 않는 것도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바람은 왜 불까”라는 질문에 아이가 ‘제우스가 입으로 부는 거야’ ‘천사가 한숨 쉬는가 봐’처럼 엉뚱한 대답을 내놓더라도 “참 재미있는 생각이구나”라며 칭찬해줘야 합니다. 아이의 자신감은 부모의 칭찬에서부터 시작되는 만큼 부모가 대답의 질에 관계없이 항상 관심을 갖고 자기 얘기를 들어줄 때 아이의 자신감이 쑥쑥 자라기 때문입니다.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사물을 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채소를 싫어하는 아이에게 무조건 강요하기보다 “채소를 안 먹으면 어떻게 될까. 채소가 사라진다면?”과 같은 내용으로 대화를 하며 아이의 생각을 들어보는 것이 더욱 바람직합니다. 아이가 마음껏 생각을 표현하도록 하면서 자연스럽게 채소의 중요성을 알게 하는 것입니다.

이효설기자 hobak@yeongnam.com
▨도움말=김창원 대구 한샘초등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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