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단상] 부산한 문재인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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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0-27   |  발행일 2018-10-27 제23면   |  수정 2018-10-27
[토요단상] 부산한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참 부산하다. 그는 지난 2월에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대회를 북한과의 관계 개선의 계기로 삼았다. 북한 선수단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특사가 묻어와서 북한과의 관계 개선의 물꼬가 트였고, 4월27일 판문점에서 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의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졌다. 5월26일엔 문 대통령은 판문점에서 비밀리에 김 위원장을 한 번 더 만났다. 9월18~20일 그는 평양을 방문했는데, 20일에는 양 정상이 백두산에 함께 올라가 천지 물에 손을 담갔다. 감격하지 않은 우리 국민이 없었다.

문 대통령의 외국 순방은 올들어 잦았다. 3월에는 베트남과 아랍에미리트를 순방하고, 5월9일엔 당일치기로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에 다녀왔다. 그달 21일에는 미국으로 건너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을 했는데 단독회담은 21분 걸렸다고 한다.

러시아에서 월드컵 축구가 열리던 기간엔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월드컵 경기를 관람했다. 7월 초순에는 인도와 싱가포르를 국빈방문했다. 백두산에 오른 지 사흘 뒤엔 뉴욕으로 날아가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했다. 이달엔 9일간 프랑스, 이탈리아, 교황청, 벨기에, 덴마크를 순방하고 돌아왔다. 숨가쁜 일정이었다. 이런 활발한 외교활동을 본 국민들은 우선 행복했다. 이렇게 종횡을 가리지 않고 외교전을 벌이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와 화해와 공영을 위해서다. 그것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비핵화가 먼저 이뤄져야 하는데, 그것이 담보되지 않으니 그는 몸이 달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의 이런 활동을 보면 ‘부산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비핵화 문제는 국제적인 공조에서 그 속도가 결정되는 것이니, 트럼프 대통령의 말처럼 차분히 지켜봐야 할 때가 있다. 미국으로 날아가 트럼프 대통령과 21분간 단독 회담한 것은 차분하지 못하다는 느낌을 준다. 부산을 떨다 보면 잃는 것이 얻는 것보다 많을 수 있다. 외교든, 정치든, 세상살이든, 밝고 화려한 것만 존재할 수 없다. 모든 것에는 어둡고 궂은 쪽이 있다. 한쪽만 과도하게 추구하다 보면 다른 쪽은 메말라 버린다. 제왕적 대통령으로서 중요한 것은 밝은 것과 어두운 것의 균형 잡힌 국정 운영이다.

문 대통령에게는 아직 청년 실업, 중소기업 진흥, 경제 성장 등 당면한 문제가 산적해 있다. 그 하나도 깔끔한 해결을 못 보고 있다. 그런 점에서 문 정부가 이명박·박근혜정부보다 한 걸음도 더 나간 것이 없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경제문제에 있어서는 부산하지 않다. 그가 경제문제로 전문가들과 밤 새워 고민했다거나,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 경제인들을 초청해 진솔한 의견을 나눴다는 소식을 접한 적이 있던가. 그가 열악한 중소기업의 산업 현장을 시찰하고 그곳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던가. 오늘날 우리 경제문제는 풀기 어렵고 접근하기 험하고 궂은 영역이 되어 버렸다. 문 대통령은 그런 험하고 궂은 영역에는 발을 내디디려 하지 않는다. 경제부총리와 청와대 정책실장이 알아서 할 일이다. 그러나 경제회의에서 호통은 친다. 예컨대 각종 규제가 경제 발전의 암적 요소인데 왜 빨리 철폐하지 않느냐고 질타한다. 이런 문제를 참모나 각료가 쉽게 해결할 수 있었다면 이명박·박근혜정부에서 왜 못했겠나. 이런 문제는 대통령 자신이 하나하나 챙기고 씨름하고 설득하지 않으면 절대로 해결되지 않는다.

경제 분야에서 ‘불통’의 문제도 심각하다. 예컨대 탈원전 정책, 최저임금 문제 등에 대해서 유연하게 대처해야 하거나 재검토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박근혜의 불통과 다를 바 없다. 탈원전 정책을 선거공약으로 내세운 후 후퇴란 없었다. 탈원전 정책으로 국내외적으로 입는 손실과 적자가 눈덩이처럼 커져 가고, 그 적자의 부담은 고스란히 애먼 국민들이 덮어써야 할 것이다.

박재열 (시인·경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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