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 토크] ‘창궐’ 현빈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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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0-26   |  발행일 2018-10-26 제43면   |  수정 2018-10-26
“조선 왕자지만 풍운아…좀비 야귀떼와 일당백 검술 신선함에 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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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극과 크리처의 만남. ‘창궐’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좀비와 같은 야귀떼와 혈투를 벌이는 무사들의 이야기다. “타격감이 느껴지는 리얼하고 화려한 액션영화”라는 김성훈 감독의 말처럼 화끈한 액션 블록버스터를 지향한다. 사실 그보다 눈길을 끈 건 ‘공조’에 이어 다시 한 번 김성훈 감독과 호흡을 맞춘 현빈의 거침없는 행보다. 현빈은 야귀(夜鬼)가 창궐한 위기의 조선을 구해내는 왕자 이청을 연기했다. 일당백의 검술실력을 지닌 이청은 무수히 등장하는 야귀떼는 물론 조선을 집어삼키려는 절대악 김자준(장동건)에 맞서 시종 파워풀한 액션을 펼친다. “이전에 시도한 액션과 많은 부분이 다르고, 극한의 상황 속에서 살아 남기 위한 사실적 액션을 보여주려고 했다”는 현빈은 무엇보다 액션의 강도와 규모가 커졌음을 강조했다. “나중에 관객들이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이청이 야귀들을 맞닥뜨렸을 때 ‘아 많다’라는 대사가 있는데, 애드리브처럼 즉흥적으로 나온 말이에요. 죽여도 죽여도 계속 나와서 정말 힘들었죠.” 감출 수 없는 현빈의 매력은 그런 악전고투의 상황속에서도 오롯이 피어난다. 액션전사로서의 예리하고 날카로운 눈빛과 표정, 그리고 이와 상반되는 이청의 능청스러움을 자기만의 색깔로 완성해낸 현빈은 다시금 세간에 회자 중이다.


김성훈 감독과 ‘공조’이어 다시 호흡
친분보다 시나리오가 좋아 출연 결정
수많은 야귀들과 지루할 틈없는 액션
무사 이야기와 검술신…화려한 볼거리

절대악 존재 장동건 선배와 대결구도
카메라 앞에 섰을때 포스와 눈빛 대단

핼러윈시즌 19개국 동시 개봉 기대감
칼·창으로 야귀 맞서는 모습 반응좋아
막연한 것에 대한 도전…성취감도 커
드라마 촬영도 한창…충전 받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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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궐’은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오락영화로 대중과의 만남을 이어가고 싶다고 말한 당신의 영화적 방향성에 정점이 될 만한 작품이다. 결과물을 보니 어떤가.

“놀라웠다. 영화 스케일과 제대로 어우러진 런던 필하모닉의 음악도 좋았고, 그동안 고생하면서 찍었던 액션신도 화려하고 멋있게 잘 나온 것 같다.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부터 조선시대와 야귀라는 새로운 크리처가 만났을 때의 긴장감과 신선함에 끌렸다. 특히 이청이라는 인물이 청나라에서 조선으로 오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야귀를 물리치는 과정에서 나도 모르게 서서히 성장하고 변해가는 모습들이 흥미로웠는데 잘 그려진 것 같다.”

▶스케일과 비주얼에 비해 서사의 밀도가 좀 약하다는 평가가 있는데.

“모든 분을 만족시킬 수 있는 작품이 과연 있을까. 나는 없다고 생각한다. ‘창궐’의 시나리오는 ‘광해’의 황조윤 작가가 썼다. 그 점에서 믿음이 갔고, 배경은 조선시대지만 역사적 재현보다는 야귀떼가 날뛰는 판타지적 세계에 집중했다는 점도 좋았다. 그만큼 오락영화로서의 방향성을 분명히 정했다는 얘기인데 그 부분이 나와 통했다. 혹자들은 내가 (‘공조’를 함께 찍은) 김성훈 감독님과의 친분관계 때문에 이 영화를 선택했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시나리오도 안 좋은데 친분관계로 일하기엔 좀 그렇지 않나. 나는 매번 다른 장르의 작품과 캐릭터를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있다. ‘공조’ ‘꾼’ ‘협상’ 그리고 ‘창궐’로 이어진 건 그 맥락이다.”

▶‘창궐’에서 액션 연기를 빼놓고 얘기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추운 날씨도 그렇지만 수많은 야귀와의 몹신 대결이 지루할 틈 없이 이어진다. 고생이 많았겠다.

“정말 힘들었다. 시나리오를 읽을 때는 그런 설정이 피부에 와닿지 않았는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 장난이 아니었다. 해치워도 해치워도 끝없이 나오고, 하물며 숫자가 더 많아지기까지 했다. 혼자 다수를 상대해서 액션을 찍는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일대일 액션을 찍을 때는 설령 둘 중에 하나의 합이 어긋나더라도 다시 찍는 게 수월하지만 몹신이다보니 한쪽에서 문제가 생겨서 다시 찍게 되면 많은 사람이 고생을 한다. 그래도 다행인 건 대부분 순차적으로 촬영이 이어졌다는 점이다. 그러다보니 후반부에선 검술이 손에 익고 실력도 늘었다. 야귀로 분한 배우들과의 호흡도 잘 맞아서 한편으론 더 편하게 더 빨리 찍었다.”

▶야귀로 분장한 배우들의 연기는 물론, 분장과 CG가 섬뜩할 정도로 디테일이 살아 있었다.

“그 분들이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 야귀 분장에만 굉장히 많은 시간이 소요된 것은 물론, 출연진 모두 특유의 몸짓이나 행동을 오래 연습해온 것이 느껴졌을 만큼 노력과 열정을 다했다. 그 분들 덕에 나도 훨씬 몰입이 수월했다. 사실 액션보다 계속 긴장을 하면서 촬영했던 게 더 힘들었다. 검술이라는 게 상대방과의 거리가 정확하게 계산이 안 되어있으면 큰 부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 야귀는 특성상 입을 벌리고 있고 머리가 몸보다 앞으로 나와있어서 그 부분에 대해 항상 신경 쓰면서 촬영했다.”

▶하얀 도포를 휘날리며 야귀들을 해치우는 검술신이 정말 멋졌다. ‘역린’과 ‘공조’에서도 액션이 등장하지만 이번엔 절정에 달한 느낌이다.

“촬영할 때는 힘들지만 재밌다. 나중에 결과물을 보면 강한 성취감과 뿌듯함이 느껴진다. 앞뒤 상황의 내용을 모르더라도 액션장면 하나로 볼거리를 담보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차이점이라면 전작 ‘공조’는 살상 무술이었다. 누군가를 죽이거나 반드시 가해해야 하는 과정에서 일대일로 붙는 밀착 액션이 많았다. 반면 ‘창궐’은 검술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확실히 색다른 화려함이 있다. 원래 설정은 관우가 쓰던 ‘언월도’를 사용하기로 했는데 극의 흐름상 손잡이가 긴 지금의 검으로 바꿨다. 일반 칼보다 길고 무거운 편이라 한손에 익숙해지기까지 많은 훈련과 노력을 기울였다.”

▶오래전부터 친분관계를 유지해온 장동건과의 호흡은 어땠나.

“뻔할 수 있는 얘기인데 되게 좋았다. 하지만 선배님은 좀 걱정을 했다고 하셨다. 너무 친하게 지내고 있는 사람과 마주보고 연기를 해야 하니 아무래도 몰입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 하는 점을 우려한 것 같다. 솔직히 나는 그 점에서 기대가 더 컸다. 10대 때부터 선배의 연기를 보고 자랐고, 이제 친분관계를 떠나서 배우 대 배우로 만났으니 얼마나 기대감과 궁금증이 크겠나. 이런 생각은 들었다. 만약 현대물에서 만났으면 잘 꾸며진 사람 둘이 사석에서 만났을 때처럼 외적으로 큰 변화나 차이를 발견하지 못 했을텐데 ‘창궐’은 배경이 조선시대이고 분장도 각자의 캐릭터에 맞게 했기 때문에 보는 재미가 있을 것 같았다. 촬영장에서 실제 마주한 선배님은 카메라 앞에 섰을 때와 무게감이 확실히 다른 것 같다. 김자준 역할 자체도 그렇지만 특히 후반부 곤룡포를 걸치고 카메라 앞에 섰을 때의 포스는 정말 대단했다. 스크린이 꽉 채워진 느낌이라고나 할까. 더 놀랐던 건 연기할 때마다 상황에 맞게 눈빛이 달라졌다. 선배님은 이번 역할을 통해 스스로 망가졌다는 표현을 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야귀로 변해가는 후반부 모습에서 선배의 진짜 멋짐을 발견했다.”

▶액션과 별개로 이청 캐릭터를 표현하는 과정에서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의상부터 헤어스타일, 수염같은 외형적인 부분은 물론 처음으로 조선땅을 밟고 박종사(조우진) 일행과 만나서 민초들과 사건사고들을 겪었을 때 그들과의 강한 이질감이 느껴졌으면 했다. 그래야 이후 이청이 변화되는 모습을 흥미롭게 지켜볼 것 같았다. 극 초반의 이청은 왕위나 나라의 안위에 별 관심이 없는 풍운아처럼 그려진다. 그러다 여러 사람을 만나고 야귀와 싸워나가면서 자신도 모르게 서서히 성장하게 된다. 내가 중점을 둔 부분도 청에서 고국으로 돌아온 뒤 겪게 되는 변화들, 그리고 삶에서 중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깨닫는 내적인 활동을 어떻게 표현해낼 수 있을까였다.”

▶정통 멜로 혹은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서의 현빈을 기다리는 팬들도 많은데.

“로맨틱 코미디나 멜로는 늘 생각하고 있다. 지금 하게 된다면 분명 다른 느낌이 나올 것 같다는 기대감도 있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요즘 멜로 장르가 잘 만들어지지 않는다. 대작 위주로 작품이 기획되다보니 멜로 장르의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드는 것 같아 안타깝다. 물론 앞서 언급했듯 두시간 동안 즐길 수 있는 오락영화를 보여주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긴 하다. 물론 그 안에서 내가 만족하지 못하거나, 하고 싶지 않은 요소들이 있다면 달라질 수 있을 텐데 아직까진 만족하며 작업하고 있다.”

▶‘창궐’은 세계 19개국에 동시 개봉이 확정됐다. 이에 대한 기대감도 있을 듯하다.

“설렘이 있다. 마침 핼러윈 시즌이기도 해서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해외에 살고 있는 동포나 현지인들이 영화를 빠른 시간 안에 접할 수 있다는 건 좋은 것 같다. 우리가 할리우드 좀비영화를 흥미롭게 대하듯이 그들도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한국의 야귀를 흥미롭게 볼 것 같다는 기대감이 있다. 얼마전 ‘창궐’의 예고편을 본 외국인들의 반응을 찍은 동영상을 본 적이 있는데 많은 관심을 갖는 것 같았다. 할리우드에선 좀비를 대적할 때 총을 사용하지만 우리 영화에선 칼과 창을 사용하니 그 부분을 신선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올해 두 편의 영화를 선보였고 현재는 드라마 촬영이 한창이다. 휴식이 필요하진 않나.

“‘협상’에서 ‘창궐’로 이어지는 일정이 빡빡해서 두 달 정도밖에 쉬지를 못했다. 그런데 지금은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찍고 있다. ‘협상’을 끝냈을 때만 해도 나만의 소확행으로 마냥 걷고 싶었는데 ‘창궐’을 끝내고 나서는 걸을 힘도 없어서 그냥 침대에 가만히 누워만 있고 싶었다. 그런데 희한한 게 감정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힘든 상태지만 드라마를 찍고 있는 지금, 다시 충전이 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매번 그런 것 같다. 다른 환경과 상황을 접하면서 전 작업에서 있었던 고생들이 잊히고 해소된다. 배우를 직업으로 가진 나로서는 정말 다행인 셈이다.”

▶‘창궐’은 본인에게 어떤 의미로 남은 영화인가.

“선뜻 선택할 수 있었던 작품은 아니었다. 만화적인 요소들이 많아서 어떻게 영화로 담겨질까에 대한 의구심이 있었다. 인물에 대한 접근은 어떻게 하고, 대사는 어떻게 치고, 상황은 어떻게 전개되고, 또 야귀들은 어떻게 보여질지에 대한 걱정과 우려가 컸다. 그래도 하기로 결정하고 하나씩 준비해가면서 조금씩 채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 점에서 막연한 것에 도전을 했다는 의미가 있을 것 같다. 특히 힘든 액션을 하고 나면 어떻게 봐주실지에 대한 기대감이 생기는데 그런 부분에 대한 성취감이 큰 작품이다. 다양한 소재와 이야기, 그리고 색다른 캐릭터로 관객을 만날 수 있었다는 점에서도 개인적으로 굉장히 기쁘고 영광으로 생각한다.”

글=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사진제공=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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