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영화] 프리다의 그해 여름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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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0-26   |  발행일 2018-10-26 제42면   |  수정 2018-10-26
“아무도 날 사랑하지 않아” 여섯 살 소녀의 상처극복 성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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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여름, 여섯 살의 나이에 엄마를 잃은 프리다(라이아 아르티가스)는 카탈루냐의 시골 외삼촌 집으로 보내진다. 외숙모 마르가(브루나 쿠시)와 외삼촌 에스테베(다비드 베르다거) 그리고 사촌동생 아나(파울라 로블레스)가 따뜻하게 맞아준다. 그렇게 시골 집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 프리다. 새 가족과 잘 지내고 싶지만 외삼촌 부부가 자신보다 아나를 더 사랑하는 것 같아 서운하다. 프리다는 주말마다 방문하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이모들에게 바르셀로나의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며 떼를 써본다. 하지만 소용없다. “아무도 날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한 프리다는 가출까지 결심한다.

연출을 맡은 카를라 시몬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프리다의 그해 여름’은 한창 사랑받고 싶은 여섯 살 프리다의 성장담을 그렸다. 스스로 외톨이라 여겼던 프리다가 새 가족 안에서 자신의 위치를 찾고 성장해가는 이야기다. 엄마와의 영원한 이별 뒤 찾아온 시골 외삼촌 집은 모든 게 낯설다. 방목으로 키워진 닭들이 점령(?)하고 있는 좁은 길은 지나가기가 두렵고, 같이 놀아 줄 친구도 없는 이곳의 생활은 따분하기만 하다. 가끔 “같이 놀자”며 귀찮게 하는 아나와 물놀이와 소꿉놀이를 함께 할 때는 천진난만한 아이의 모습으로 돌아가지만 그때 뿐이다.


엄마 잃고 난후 외삼촌집에서 새로운 삶
친척들에 관심 덜 받는다는 생각에 서운
90년대 스페인 풍광 보는 재미도 ‘쏠쏠’



엄마를 향한 그리움, 새로운 가족, 낯선 환경은 사실 여섯 살 아이가 감당하기엔 너무도 벅찬 일이다. 자신을 돌봐주는 외숙모에게 괜한 고집을 피우고, 아나에게 심하게 장난을 치는 것도, 서럽고 속상한 자신의 마음을 알아달라는 일종의 시위이자 항변이다. 카메라는 그런 프리다의 혼란스러운 심리를 섬세하면서도 담담하게 포착한다. 그가 온전히 감추지 못하는 외로움과 허전함을 포함해서다.

인상깊은 건 자신의 슬픔과 상처를 마주한 프리다가 이를 조금씩 극복해가는 과정이다. 어린 시절의 기억을 바탕으로 생동감 넘치고 정직하게 아이의 세상을 들여다본 카를라 시몬 감독의 통찰력이 빛나는 순간이다. 영화는 실제로 카탈루냐 지방의 목가적인 풍광을 담았다. 의상부터 작은 장난감까지 90년대 스페인의 모습을 철저하게 고증한 영상도 보는 재미를 더한다. 미덕이라면 자신과 유사한 경험을 가진 아역 배우를 캐스팅해 영화에 진정성과 생동감을 더했다는 점이다. 특히 1천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발탁된 라이아 아르티가스의 진솔한 연기는 놀랍다. 갖은 양념으로 맛을 낸 오락영화에 지친 관객들에게 담백함으로 다가올 영화다. 제67회 베를린영화제에서 데뷔작품상 및 제네레이션 K플러스 대상 등을 수상했다. (장르:드라마 등급:전체관람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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