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조원규 A & B프로젝트 대표

  • 이춘호
  • |
  • 입력 2018-10-26   |  발행일 2018-10-26 제41면   |  수정 2018-10-26
춤으로 대구 홍보 ‘1세대 댄서’…“파티공연 문화시장이 새 무대”
20181026
대구의 댄서 1세대로 활동하던 조원규 A&B 프로젝트 대표. 그는 지역 아티스트와 일반 시민이 파티형 공연문화로 만날 수 있는 채널을 만들기 위해 SNS마케팅사업을 펼치는 것은 물론 오프라인 신개념공연기획도 시도해 나가고 있다.

조원규 A&B프로젝트 대표(45). 그가 내민 프로필의 주요 대목을 정리해 보았다. 대구예술대 실용무용학과 출강, 대구경북춤예술센터 이사, TOZ 댄서 센터 실장, 대구 첫 프로 멀티퍼포먼스댄스팀인 PX2 댄서컴퍼니 단장, C2 엔터테인먼트 이사…. 2017 MBC 세계비치발리볼대회 오프닝 공연, 세계드론페스타 오프닝 공연, 세계마스터스실내육상경기대회 홍보 플래시몹 등도 그가 기획 연출했다.

2017 대구시 관광홍보 ‘Likey-트와이스’ 커버 영상까지 제작한 그는 대구에선 멀티댄스 1세대로 꽤 이름을 날렸다. 그가 길러 낸 춤꾼만 200여 명. 작년 대구 청소년문화예술페스티벌에서 고교생으로 구성된 댄스팀 M폴리오리터가 대상을 차지했다. 2PM의 준수도 그한테서 댄스 개인레슨을 받기도 했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에 출연 중인 김현지도 제자다.

그런 그가 요즘 지역의 이런저런 공연형 파티 행사 보급에 매진하고 있다. 한때는 댄스 지도자였지만 이젠 점차 SNS 마케터 겸 파티메이커로 변신 중이다.

춤꾼이 어떻게 문화마케터로 변신할 수 있었을까? 그게 궁금해 중구 봉산문화거리 남쪽 입구 근처에 있는 그의 사무실을 노크했다.


옛 엑슨밀라노·교대역 등 입문 무대
인기가수 HOT·SES 백업댄스팀 입단
2PM 준수·뮤지컬 춤꾼 200여명 레슨

댄서가 공연기획자 변신 여러 어려움
예술인과 기업·관공서·소상공인 연결
SNS에 특화된 다양한 콘텐츠 제작
로컬 댄서와 K-pop 대구시 홍보 영상
중화권 누적조회수 1천만…감개무량

댄스팀·상인·디자이너·파워블로거
연령대별 온·오프라인 마케팅 공략
뉴엔터테인먼트 마켓시대 개척 욕심



20181026

▶춤을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지요.

“유치원·초등학교 시절에는 마이클 잭슨 춤으로, 중·고교 시절 소풍과 수학여행 때는 친구와 군무를 추곤했습니다. 성당 친구들과 팀을 결성해 전국 천주교 청소년예술제에 출전, 2등을 한 경험도 있습니다. 하지만 춤을 전공이나 직업으로 할 거라는 생각은 없었죠. 1997년 제대 후 2일 만에 부모의 권유로 바로 미국 LA 외삼촌댁으로 가게 됩니다. 삼촌이 대뜸 제 꿈이 뭐냐고 묻더군요. 그때 춤을 절감하게 됩니다.”

▶대구에서는 주로 어디서 춤을 추었는지요.

“제가 입문할 당시 대구 춤꾼들은 대봉교 다리 밑, 옛 밀리오레무대, 엑슨밀라노 무대, 지하철 교대역, 대학교동아리실, 청소년수련관 등에서 만났어요. 이때 자연스럽게 힙합·비보잉 등의 다양한 프로댄스팀, 대학동아리팀, 고교동아리팀 등이 생겨났습니다. 그중 가수 HOT·SES·유승준 안무 및 백업 댄스를 맡은 ING라는 댄스팀에 입단했습니다. 당시 아이들은 15~19세였는데 난 제대병이니 완전 노땅이었죠. 부모 반대로 자꾸 숨어서 췄는데 보다 못한 누나가 당당하게 인정받고 제대로 춰보라 했어요. 대외적인 활동보단 연습실에서 연습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대구 1세대 댄서들 대부분이 거의 제 또래들이죠. 나이트 & 록카페, 지하연습실 등을 전전하며 각종 대회에 출전한 놀레벤트팀, 광아, 유니티, 익스프레션, 외눈나라양눈, It’s pop, 티지브레이커스, 오리지날리티 등이 기억나네요.”

▶새로운 댄스아카데미를 2000년대 초에 오픈한 것으로 압니다.

“2002년 중구 봉산동 통신골목 근처에 ‘토즈(TOZ) 댄스’란 댄스아카데미를 열었습니다. 당시 대구에선 체계적으로 댄스를 배울 만한 학원이 없었죠. 그래서 대구권 다양한 댄서들이 우리 학원으로 배우러 왔죠. 지금도 있는데 현재 아내(김민지)가 운영합니다. 1주일마다 다음카페 등에 수업영상을 업로드했어요. 전국적으로 팔로어가 많아지게 되었죠. 서울의 재즈댄서까지 제 영상을 볼 정도였습니다. ‘어반(Urban)’ 이라는 힙합장르의 춤은 당시 ‘스타일힙합’이라는 명칭으로 소개했습니다. 기존 스트리트댄스 장르와 달라 힙합춤이 아니라는 지적도 받았어요. 어떻게 보면 제가 어반댄스의 1세대라는 생각이 드네요.”

▶댄서의 길이 쉽지 않습니다.

“춤을 처음 시작하고 2년쯤 지나 ING라는 댄스아카데미는 문을 닫더군요. 오갈 데가 없어 춤을 포기하고 싶었습니다. 다행히 사회체육학과로 편입한 후 일어난 일이라 나중에는 혼자 학교 에어로빅실에서 연습했습니다. 용돈을 받을 수 없어 새벽까지 알바를 병행했습니다. 어머니는 정신차리라고 미국으로 보냈는데 귀국해 춤에 몰입하자 장탄식을 연발했죠. 저는 편입과 동시에 부모에게 ‘앞으로 6년 뒤 춤으로 자리를 못 잡을 경우 평범한 직장인으로 돌아가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공연기획계로 건너오게 된 배경이 참 궁금하다. 진입과정에 어려움이 만만찮았을 것 같은데.

“춤으로 16~17년 달려오면서 댄서에서 안무자로 살아가며 많은 제자들이 생겨났습니다. 이 과정 속에서 지역 내 활동의 제약과 시장의 열악함 등을 뛰어넘을 방법들을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뭔가 한 단계 도약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공연기획자가 되었지요. 댄서와 안무자들이 놀 수 있고 활동할 수 있는 우리만의 시장을 만들고자 노력했습니다. 3년 전쯤 외부행사에 손을 대게 됩니다. 그때 알게 된 공연기획자와 손을 잡고 ‘C2’라는 기획사를 차리게 됩니다. 하지만 춤만 춘 댄서에게 비즈니스 관련 업무는 상당히 부담이 된 건 사실입니다. 숱한 서류, 경영, 그리고 마케팅…. 하나하나 익혀 나가야만 했죠. 생각했던 걸 실천하는 순간 손실로 그대로 이어지기 일쑤였습니다. 그래서 C2기획사 대표 자리에서 내려와 새로운 방향을 모색했습니다. 그래서 만든 게 A&B프로젝트라는 회사입니다.”

▶어떤 콘셉트의 회사인가요.

“A&B는 ART and Brand의 약자로 예술 또는 지역 예술인들을 관공서·기업·소상공인 등과 연결해준다는 의미죠. 우리는 크리에이티브한 영상 제작물을 원하는 관공서·기업·소상공인들의 브랜드 색깔에 맞게 다양한 예술분야의 요소들을 녹여내 SNS에 특화된 콘텐츠를 제작하는 회사입니다. 올해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창업팀으로 선정돼 회사에서 보유하고 있는 SNS 및 플랫폼을 활용해 지역 예술인들에게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주고, 그 시장 안에서 많은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도록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광고하고 있습니다.”

20181026
지난해 대구시 홍보영상으로 선보여 중국권에서 1천만 건 이상 조회를 한 4분13초짜리 ‘LIKEY-트와이스’ 댄스커브영상 캡처 화면.
20181026
댄스팀 TDP를 기반으로 결성한 14인조 PX2 크루. 단장인 조원규씨는 제자들로 구성된 이 팀을 현재도 이끌고 있다. 가운데 등을 보이는 댄서가 그다.

▶지난해 대구시 홍보영상도 만들었다고 들었습니다.

“대구시 홍보영상 LIKEY를 만들기 전에 PSY-I LUV IT 커버댄스 영상으로 먼저 만들었어요. 대구시 홍보영상을 세계적으로 좋아하는 K-pop과 K-pop 댄스를 오브제로 만들면 어떨까? 그래서 사비를 들여 PSY-I LUV IT 커버영상을 만들어 올린 지 1주일 만에 SNS 조회 수 60만을 넘었어요. 이게 지역에서 크게 이슈가 되었습니다. 그 영상을 토대로 여러 군데 접촉을 통해 여름에 ‘대프리카대구’라는 타이틀로 대구시 홍보영상을 제안했으나 무산되었죠. 다시 일본과 중국권 개별관광객 홍보 영상이 필요하다 싶었든지 재계약이 됩니다. 당시 제일 인기있는 가수 트와이스와 함께 11월 중순 대구 LIKEY를 찍게 되죠. 우여곡절의 나날이었습니다. 대구의 낮과 밤을 보여주는 4분13초짜리 영상이었는데 9명의 지역댄서들과 촬영스태프들이 추위에 덜덜 떨며 참 고생 많이했죠. 중화권 누적 조회 수가 1천만을 넘었다는 애기를 들었을 때 감개무량하더군요. 로컬댄서가 지역 홍보대사로 자릴 잡게 된 셈이죠. 이 경험을 토대로 탄생한 회사가 바로 A&B프로젝트입니다.”

▶요즘 파티형 공연기획에 주력하고 있다고 하는데.

“갈수록 파티가 문화의 핵이 되는 것 같습니다. 최근 현대백화점 대구점 옆에 있는 한옥카페 ‘라미아패밀리’ 가든파티 공연을 기획했습니다. 댄스팀, 버스커, 재즈밴드, 그리고 공연 사이에 바비큐를 굽고, 식전에 핑거푸드도 먹고, 틈틈이 바텐더가 와인과 칵테일을 건네줍니다. 동성로 신개념 몰인 애비뉴 8번가에서 가수 현설을 위한 미니콘서트도 열었어요. 그것은 상가마케팅을 겸한 파티였습니다. 저와 연계된 각종 댄스팀과 댄서, 가수, 패션디자이너, 파워블로거, 영상마케터, 카페와 레스토랑 대표, 주류회사, 통신사 마케터, 신종 프랜차이즈 대표 등의 서로 다른 욕구를 하나로 묶는다면 새로운 문화시장이 형성될 겁니다.”

▶홍보마케팅의 핵심은 뭐라고 보는지요.

“각 세대가 뭘 원하는지 모르면 홍보도 무력해지죠. 연령대별 마케팅이 각기 달라야 한다고 봅니다. 40~60대를 겨냥한 카카오스토리, 밴드, 블로그, 홈페이지 마케팅은 여전히 효과가 있다고 봅니다. 물론 전단, 현수막 등도 무시할 수 없죠. 10~30대는 휴대폰 하나로 모든 정보를 얻죠. 심지어 TV나 영화도 휴대폰으로 해결합니다. SNS를 기반으로 한 홍보마케팅에 집중하지 않으면 10~30대 공략은 어렵다고 봐야죠. 얼마 전 젊은 체험 관광단을 모집해야 할 때였죠. 우리가 운영하는 SNS 채널에 나이대에 맞는 사진과 글로 모집 관련 정보를 로딩하는 한편 구글독스라는 포맷을 활용해서 바로 신청자를 받았는데 120명 모집에 무려 1천200명이 접수 했어요. 기존 여행사 등을 통해 홍보했다면 그런 결과는 전무했겠죠. 내 장점은 SNS마케팅을 통한 홍보와 공연기획 쪽의 경험으로 오프라인에서도 참여자를 관리해 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아티스트 섭외가 실시간으로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죠.”

▶향후 계획도 궁금합니다.

“뉴엔터테인먼트 마켓시대를 열어가고 싶습니다. 그러려면 새로운 문화콘텐츠가 절실하죠. 그래서 숱한 얼리어답터의 머릿속 정보를 캐내려고 하죠. 갈수록 토크쇼와 EDM페스티벌이 강세를 보입니다. 새로운 공연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는 증거죠. 향후 보고, 즐기고, 먹고, 그러면서 인맥을 쌓아가는 ‘복합문화예술파티’의 견인차가 저희 회사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SNS채널 즉 문화예술 플랫폼을 더 키워나가는데 주력해 볼 겁니다. 워낙 유행주기가 짧아 해묵은 아이디어를 갖고 오래 미기적거리다간 언제 아웃될지 모릅니다. 잠자면서도 아이디어헌팅을 할 정도입니다. 그보다 먼저 저만의 브랜드파워가 있어야겠죠. 아프리카TV 같은 1인미디어 영상 유통대행 회사인 MCN도 론칭시켜볼까 싶습니다.”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위클리포유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