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혜숙의 여행스케치] 경남 통영 연대도(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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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0-26   |  발행일 2018-10-26 제36면   |  수정 2018-10-26
색색지붕·벽화골목 어여쁜 마을 ‘천국같은 세상의 색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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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도 전경. 왼쪽은 해발 220m의 연대봉, 오른쪽은 나지막한 야산으로 마을은 그 사이 구릉에 옹기종기 들어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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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산의 솔숲 사이로 ‘지겟길 걸어 나무하러 다니지 않아도 되고, 동력선 타고 다니며 고기 잡고 통영도 나가는 천국 같은 세상’이 내려다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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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화가 아기자기한 첫 번째 골목. 몽돌해변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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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오솔길 끄트머리에 서자 출렁다리가 코앞이다. 그 너머에 만지도가 웅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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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돌해변의 오른쪽은 암석지대로 솟구친 기암과 황토빛깔의 괴석이 절경이다.

달아항을 출발한 배가 물살을 일으키며 만을 빠져나간다. 방파제에서 낚시하던 청년들이 잠시 승객들에게 눈길을 준다. 눈부신 윤슬에 덮인 바다에는 검은 낚싯배들이 점점이다. 승객대부분은 섬마을 사람들로 보인다. 국립공원 조끼를 입은 노인도 여럿이다. 배를 쫓는 갈매기는 하나도 없다. 먼저 학림도(鶴林島)에 선다. 한가득 짐을 가진 사람들이 우르르 내리자 배는 조금의 지체도 없이 떠난다. 서쪽의 작은 섬 저도(楮島)를 지나 남쪽의 큰 바다로 나아간다. 가두리 양식장이 지천이다. 갈매기들은 모두 양식장 주변에 집결해 있다. 양식장에는 대부분 작은 건물들이 딸려 있는데 그것은 수상가옥이나 원두막처럼 보여 괜스레 조금 고달프다. 저기 앞에 출렁다리로 연결된 두 개의 섬이 보인다. 왼쪽은 연대도(烟臺島), 오른쪽은 만지도(晩地島)다.

출렁다리로 연결된 두개의 섬
크고 가파른 연대봉 아래 44가구
태양광으로 냉·난방 ‘에코마을’
똑똑한 할머니·윷놀이 고수…
집집마다 달린 문패 읽는 재미
충렬사 논밭 ‘사패지해면’ 기념비
섬 왼쪽 에코센터·다랭이꽃밭
야산 능선따라 오솔길·몽돌해변
솟구친 기암·황톳빛 괴석 절경


◆연대도

연대도는 주변 섬들에 비해 산정이 우뚝하다. 섬 정상을 연대봉이라 하는데 조선시대 삼도수군통제영에서 왜적의 상황을 알리기 위해 섬 정상에 봉화대를 설치하고 봉화를 올렸다고 한다. 그래서 섬 이름이 연대(烟臺)다. 왼쪽이 덩치 크고 가파른 연대봉, 오른쪽은 나지막한 야산이다. 그 가운데에 낮은 구릉지에 마을이 오밀조밀 들어서 있다. 44가구가 산다고 한다. 잘 익은 감 빛깔의 등대를 지나 나루에 닿는다. 바닥에 그려진 파란선을 따라 간다. 파란선은 통영의 6개 섬을 묶은 ‘한려해상 바다 백리길’의 표식이다. 이곳 연대도에는 ‘지겟길’이 있다.

물양장이 넓다. 마을에서 운영하는 간이식당이 커다랗게 서있는데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마을 정자를 지나면 백옥 같은 2층 건물에 ‘비지터 센터’와 마을회관이 자리하고 그 옆에 연대도 경로당인 ‘구들’이 위치한다. 마을 위쪽 언덕에 태양광 판이 보인다. 주민 대부분이 태양광으로 생활하고 있고 마을 내 공공시설은 모두 태양광과 지열로 냉난방한다고 한다. 그래서 섬의 또 다른 이름은 ‘에코 아일랜드’다.

바다를 바라보는 집들 사이사이 골목길이 여럿이다. 벽화가 아기자기한 첫 골목은 몽돌해변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둘째 골목 앞에는 두 개의 비석이 있다. 골목을 떡하니 막고 선 것은 ‘별신장군(別神將軍)’ 비석이다. 매년 정월 초순에 좋은 날을 받아 이곳에서 제를 지낸다. 옆의 작은 비석은 ‘사패지해면(賜牌地解免)’ 기념비다. 사패지는 임금이 내려주는 논밭을 뜻한다. 연대도는 섬 전체가 1665년 충무공을 모신 충렬사의 사패지로 지정되었고 주민들은 소작농이 됐다. 1949년 농지개혁이 일어났지만 일부 대지와 전답은 여전히 충렬사 사패지로 남았다. 그러다 마침내 1989년 8월7일, 섬 주민들의 소유가 됐다. 비석은 그날을 기념해 세운 것이다.

◆연대마을

파란선은 셋째 골목으로 들어선다. 골목으로 들지 않고 섬의 왼쪽 끝으로 가면 에코 체험센터와 ‘다랭이꽃밭’이 있다. 에코센터는 원래 학교였다. 이제 섬에서 학교를 보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 꽃밭은 먼 눈으로만 바라본다. 골목 집집마다 재미난 문패가 달려 있다. ‘마늘농사를 많이 지으면서 부지런하고 착한 할머니가 산다는 박말수 할머니댁’ ‘팽나무가 오래된 집’ ‘윷놀이 최고 고수의 집’ ‘노총각 어부가 혼자 사는 집’ ‘연대도에서 가장 똑똑한 천성금 할머니댁’ ‘꽃이 있는 풍경 어정자 할머니 댁’ ‘춤사위가 아름다운 염상근 노인 회장댁’ 등 이곳 사람들의 얼굴을 만지는 느낌이다. 문패의 색이 많이 바랬다. 바람의 짓인지 태양의 짓인지 둘의 작당인지.

‘어우두리 할머니’는 연대도에서 태어나서 연대도 청년과 결혼했고 시금치나 마늘 등 밭농사를 짓는다고 한다. 차곡차곡 오르는 마을길 위에 또 차곡차곡 가꾸어진 밭들이 이어진다. 연대도 바다는 청정수역이다. 옛날에는 해마다 30명 정도의 제주도 해녀들이 물질을 하러 들어왔고 머구리배가 20척이나 있었다고 한다. 술집이 7곳이나 있었고 돈이 많다고 ‘돈섬’이라 불렸다 한다. 지금 연대도는 쌀과 보리도 키우고 바다는 청정하며 우럭과 광어, 참돔 양식을 많이 한다. 밭들을 지나면 ‘지겟길’의 입구가 나타난다. 옛사람들이 나무를 하러 다니던 길이다. 지게 너비만큼의 좁장한 산길이 섬의 5분 능선을 한 바퀴 가로지른다. 멧돼지가 출몰한다는 경고안내가 붙어 있다.

◆몽돌해변과 소나무 숲길

멧돼지를 피해 밭 아랫길로 간다. 연대도 산성교회를 지나면 왼쪽으로 몽돌해변으로 내려가는 나무계단이 있고 오른쪽에는 나지막한 야산의 능선을 따라 오솔길이 나 있다. 몽돌해변은 아주 작아 보이지만 내려가면 제법 크다. 안내표지판에는 ‘맨발 걷기를 하면 혈액순환에 큰 도움이 된다’고 적혀 있다. 그리고 ‘아이구 허리야, 너거는 놀고가모 그마이지만 우리는 치운다꼬 억수로 욕본다 아이가’라는 동네 할부지들의 문구도 있다. 깨끗한 해변에서 주민들의 손길을 느낄 수 있다. 몽돌은 크기가 다양한데 발바닥이 엄청나게 아프다. 저기 파도까지만, 하고 안간힘을 쓴다. 파도에 씻긴 몽돌은 아프지 않다. 차갑고 신선한 바다로 온몸이 새로워진다. 해변의 오른쪽은 암석지대다. 솟구친 기암과 황토빛깔의 괴석 사이 검푸른 바다가 까마득한 벼랑 같다.

해안을 벗어나 야산의 오솔길로 들어선다. 엄청난 둥치의 소나무가 여럿이다. 나뭇가지 사이로 마을이 내려다보인다. 파랑, 빨강, 주황 등 색색의 지붕들이 맑고 어여쁘다. 동네 노인들이 말하는 ‘지겟길 걸어 나무하러 다니지 않아도 되고, 동력선 타고 다니며 고기 잡고 통영도 나가는 천국 같은 세상’의 색채다. 소나무 숲길의 끝 지점에 다다르자 먼 바다에서 보았던 출렁다리가 코앞에 선다. 그 너머에 만지도가 웅크리고 있다.

여행칼럼니스트 archigoom@naver.com

☞여행정보

45번 중부내륙고속도로 창원방향으로 가다 신안 분기점에서 10번 남해고속도로 함안, 진주방향으로 간다. 진주 분기점에서 35번 대전통영고속도로를 타고 통영으로 가 북통영IC에서 내려 통영대교 방향으로 간다. 대교를 건너면 미륵도다. 산양일주로를 따라 통영수산과학관 방향으로 계속 남하하면 연명항 지나 달아항이다. 연대도 가는 배는 두 곳 항에서 모두 출발하는데 시간에 맞춰 선택하면 된다. 배삯은 왕복 1만원 선. 달아항에서 연대도까지는 약 15분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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