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타워] DGB금융그룹, 어디로 가는가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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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0-25   |  발행일 2018-10-25 제31면   |  수정 2018-10-25
[영남타워] DGB금융그룹, 어디로 가는가
이은경 경제부장

여기 부지런하고 능력 있는 장남이 있다. 집안의 생활비를 혼자서 벌어들이는가 하면 동생들의 학비며 용돈까지 책임지며 대가족을 먹여 살린다. 그런데 이 돈 잘 버는 장남이 언제부터인가 슬슬 아버지 노릇을 하기 시작한다. 돈을 못 벌어도 아버지는 아버지인지라 아들의 무시를 참을 리 없고, 동생들은 둘 사이에서 눈치만 보고 있다. 집안의 기강을 바로 잡겠다고 아버지가 나서니 장남이 반기를 든다. 지금까지 누구 덕에 잘 먹고 살았느냐, 아버지가 한 게 무엇이냐, 그렇다면 앞으로 돈 한 푼 주지 않을 테니 한번 살아보시라. 시끄러운 집안 사정은 담장을 넘어 동네로 퍼져 나갔다. 알고 보니 콩가루 집안이었다며 수군거렸고 부러움의 눈길을 보내던 이웃들도 등을 돌렸다.

다소 거친 비유가 됐지만, 지금 DGB금융그룹의 상황이 딱 이 모양이다.

지주 겸 행장 1인에 모든 권력이 집중되면서 내부 자정 기능은 상실됐고, 조직의 불법과 탈법은 사회적 문제로까지 커졌다. 비자금 횡령, 채용 비리, 경산시 금고 선정 특혜, 수성구청 펀드 투자 손실금 보전 으로 이어진 일련의 사건들이 그것이다.

채용 비리로는 이미 전·현직 임직원 상당수가 실형을 선고 받았거나 또는 수사 중이며, 수성구청 펀드 투자 손실금 보전 사건에도 전·현직 임직원의 이름이 무더기로 오르내리고 있다. 게다가 검찰은 국감에서의 늑장수사 질타를 만회하기 위해 비자금 조성 의혹의 조사 범위와 대상을 더욱 넓혀서 들여다볼 모양이다.

뿐만 아니다. 당장 이번 주부턴 금융당국이 은행을 대상으로 내부통제체제 점검검사에 나서고 이달 말쯤엔 국세청 세무조사도 예정되어 있다.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아무도 짐작할 수 없는 형국이다.

상황이 이처럼 엄중함에도 DGB금융그룹의 집안싸움은 여전하다. 지배구조 개선이니 권력 집중이니 소통 부재니, 내세우는 각각의 이유는 다양하지만 결국 논란의 핵심은 은행장 선임이다. 누가 행장을 선임할 것인가. 누가 행장이 될 것인가.

지난 7년, DGB금융그룹은 그야말로 말 뿐인 지주사 체제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회장이 행장이고 은행이 곧 지주였으며 은행의 전략이 곧 지주의 전략이었다.

그래서일까. 지주사가 그룹 전체를 지배하며 사업을 총괄하고 자회사 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전체 영업 전략을 구상한다는 지주사법은 DGB금융그룹엔 낯설기만 할 뿐이다.

지주사로 출범하던 2011년, 지주회장과 은행장이 분리되던 올 4월, 이 낯선 개념을 정착시켜 명실상부한 지주 체제를 확립할 수 있었던 두 번의 기회를 DGB금융그룹은 놓쳤다. 이제 세 번째 기회를 맞아 DGB금융그룹은 마지막 내홍을 치르고 있다.

꼬인 매듭을 푸는 것은 어렵지 않다. 지주사는 원칙과 명분만 내세울 것이 아니라 은행의 특수성과 내부 정서를 인정하고 받아들여 소통해야 한다. 은행은 기득권을 버리고 지주사로 대표되는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큰 흐름에 적극적으로 힘을 보태야 한다. 지주사가 중심이 돼서 자회사 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해 그룹 전체 파이를 더 키워 나가자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더는 허비할 시간이 없다. 시장도 고객도 오래 기다리진 않는다. 대구시민의 자랑이던 대구은행에 대한 지역민들의 불신과 피로감도 슬슬 한계치로 치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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