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자율주행·승차감 고려하면 전기차 성장가도 달릴 것”

  • 손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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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0-20 07:59  |  수정 2018-10-20 08:00  |  발행일 2018-10-20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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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대세로 떠오른 전기차에 대한 시각은 두 갈래다.

하나는 ‘시기상조’라는 판단이다.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비싼 전기차의 가격과 배터리 기술 한계에 따른 짧은 주행거리 때문이다. 전기차 충전기 확보 등 전기차를 위한 인프라도 내연기관 자동차보다는 부족하단 느낌이 아직 강하다. 전기차가 국내에서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지만 전체 자동차 시장에 견줘서는 극히 적은 편이어서, 전기차에 대한 호기심이 강한 얼리어답터(남들보다 먼저 신제품을 사서 써 보는 사람)들이 두 번째 차로 산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런 이유로 대중화되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린다는 것이다.

반론도 있다. 충전 인프라가 확대되고, 배터리 기술도 발전해 향후 몇 년 안에 전기차의 약점이 보완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는 여러 시장조사기관에서 내놓은 ‘전기차 전망 보고서’에 근거한다. 과연 전기차 시대는 올까?


전기차, 언제 보편화될까

국내 올해 상반기 신규 등록 차량 1만대 돌파
비싼 가격·배터리 기술 한계는 넘어야할 산
배기가스 규제 등 내연기관차 판매감소 예상
美 포드 “2022년까지 전기차 50억달러 투자”

中, 친환경차 보조금·충전 인프라 비용투입
현대차는 수소차에 올인하다 시장 진입 늦어

센서 등 자율주행설비 가동에 전기모터 필요
엔진소음·배기음 없고 재빠른 기동력 장점

정밀 기계가공 필요 없어져 부품업계 ‘울상’



◆2030년 전기차 시장 3천만대로 커져

국토교통부의 자동차관리정보시스템(VMIS)에 따르면 국내 전기차 등록대수는 정부가 처음 보급 사업을 펼치기 시작한 2011년 344대에서 2012년 860대, 2013년 1천464대, 2014년 2천775대, 2015년 5천712대, 2016년 1만855대, 2017년 2만5천108대를 기록했다. 올 상반기에는 신규 등록 1만대를 넘어섰다. 빠른 속도로 전기차의 보급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그다지 높지 않다.

올 상반기 신규 등록차량 가운데 전기차의 점유율은 1.3%에 불과하다. 다른 나라도 비슷하다. 미국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의 점유율은 1.4%, 친환경차를 선호하는 중국도 3%에 그치고 있다. 게다가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보급 열풍에 큰 영향을 끼친 보조금이 단계적으로 축소됨에 따라 전기차의 성장 속도가 늦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데도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BNEF)는 전기차가 성장 가도를 달릴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블룸버그는 전기차 시장이 2030년 3천만대까지 규모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그해 전체 승용차 예상 판매량의 28%에 이르는 규모다. 또 2040년에는 6천만대로 전체의 55%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내연기관 차량은 2020년대 중반부터 판매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이유는 업체들의 잇단 전기차 신모델 출시와 배기가스 규제 강화, 배터리 가격 하락 등이다. 또 블룸버그는 전기버스의 성장세가 전기승용차보다 더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달, 순찰 등의 용도로 사용될 것이라는 예상도 내놨다.

유럽 일부 국가는 정부 차원에서 전기차 보급을 잇따라 확대하고 있다. 프랑스와 영국 등 유럽 일부 국가에 이어 이스라엘도 2030년 자국에서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할 계획이다.

이같은 흐름은 업계도 마찬가지다.

미국 포드자동차의 짐 해켓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투자은행(IB) 관계자들과의 세미나에서 “2022년까지 내연기관차에 대한 개발비용을 5억달러 감축하고, 총 50억달러를 순수 전기차 개발에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장세가 멈춘 가솔린, 디젤차 시장에서의 출혈 경쟁을 접는 대신 향후 시장 규모가 커지게 될 전기차에 공력을 집중하겠다는 뜻이었다. 국제유가 상승과 잇단 화재위험, 배기가스 연비조작 사태 등으로 인해 내연기관차의 시대가 저물고 있는 반면 연료 효율성이 높고 친환경적인 전기차로 수요가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환경을 위한 선택이 전기차 시장 확대로

전기차가 개발된 것은 1830년대다. 내연기관차가 본격적으로 개발되던 1860년보다 30년이나 앞섰다. 당시 전기모터와 축전지 기술이 급속히 진보한 덕분이었다. 1897년에는 전기 택시가 공급되기 시작하고, 1900년대 뉴욕에서는 내연기관차보다 전기차가 더 많았다고 한다. 토머스 에디슨도 전기차 개발에 나섰고, 독일 페르디난트 포르셰는 1898년 전기모터가 2개 장착된 전기차 ‘포르셰 P1’을 개발했다. P1의 최고 시속은 35㎞, 주행거리는 80㎞로 기록돼 있다.

그런데 내연기관차와 전기차의 상황은 역전된다. 대형 유전이 개발되고 휘발유 값이 떨어지면서 내연기관차의 인기가 높아졌다. 이후 기술적인 한계로 성능 향상이 지지부진해진 전기차는 잊혔다.

그렇게 사라졌던 전기차는 1996년 다시 등장했다.

GM이 1996년 전기차 ‘EV1’을 내놓았다. 최고 시속 130㎞에 1회 충전으로 최대 160㎞를 달릴 정도로 성능이 뛰어났다. 하지만 7년 만에 전량 폐기됐다. 당시 알려진 EV1의 제작 중단 이유는 비싼 제작비용, 무거운 배터리, 긴 충전시간 등이었다.

10여년 뒤 전기차는 대기오염이 전 지구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시대적 대세가 됐다. 폭스바겐의 디젤차 배출가스 조작 사태는 전기차 부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현재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나라는 중국이다. 코트라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순수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 수소전기차를 합친 친환경차 판매량 1위는 10만9천485대를 판매한 중국의 비야디(BYD)였다.

중국이 전기차 개발 경쟁에서 앞서갈 수 있는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규제와 정책적 지원이 있었다. 중국 정부는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자 2015년부터 친환경차 구매보조금을 지원하고 충전 인프라를 늘리는 등 전기차 시장 활성화에 상당한 비용을 투입했다.

중국이 정부 주도로 전기차의 역량을 키웠다면 미국은 완성차 업체들의 힘으로 전기차 강국이 됐다. 미국의 전기차 전문 제조사인 테슬라는 지난해 10만3천122대를 판매하며 글로벌 친환경차 판매순위 3위에 올랐다. 5위는 볼트EV 등을 앞세워 5만4천308대를 판매한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차지했다.

전기차는 해외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지만 이에 비해 국내 전기차 시장은 첫발을 뗀 수준이다. 현대자동차는 차세대 친환경차를 수소차로 정하고 거기에 올인하다가 전기차 진입이 늦었다.

◆전기차 대세…부품업계의 우려

한국도 글로벌 전기차 보급의 확대 흐름을 타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가 마련한 포럼에서는 전기차 시대가 도래할 수밖에 없는 이유 3가지가 제시됐다.

첫째는 글로벌 환경 규제다. 유럽의회는 자동차 이산화탄소(CO●) 배출량을 2030년까지 40% 감축하도록 권고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유럽의회는 전날 새로 생산하는 자동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25년까지 20%, 2030년까지 40% 줄이도록 권고하는 법안을 표결에 부쳤다. 전기차는 환경이 날로 오염되고 있는 지구에서 필연적인 대체 이동수단인 셈이다.

둘째는 미래교통수단으로 꼽히는 자율주행차와 가장 잘 부합하는 차도 전기차다. 자율주행차는 각종 센서와 통신 장비를 탑재해야 하는데, 이 설비들을 가동하는 데에는 전기모터가 기반인 전기차가 적격이다. 화석연료의 고갈로 태양열과 풍력, 조력 등 대체에너지 및 재생에너지산업으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고, 내연기관 부품에 비해 전장부품의 유지 보수가 수월하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셋째는 전기차의 뛰어난 승차감과 주행감이다. 전기차는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소음과 진동이 거의 없고 주행감이 좋다. 엔진소음과 배기음이 없으니 시내에선 일반 중형 세단보다 더 편안한 승차감을 느낄 수 있다. 또 전기모터로 인한 재빠른 기동력은 운전자에게 큰 매력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내연기관을 중심으로 한 자동차 부품업체들에 빠른 전기차의 보급은 걱정거리다. 전기차는 내연기관 대신 전기모터를 쓰면서 엔진 부분의 블록부터 헤드, 피스톤 등 사실상 모든 부품이 불필요해지기 때문이다. 연료분사장치나 동력을 전달하는 크랭크샤프트 등 정밀한 기계가공이 필요한 부품 역시 전기차엔 필요가 없다. 윤활장치와 흡배기장치, 점화장치 또한 사라진다. 모두 자동차산업의 핵심 기술로 꼽히던 주요 부품이다. 내연기관차 부품을 생산하던 공장들은 판로를 잃게 된다.

지역 한 부품업체 관계자는 “내연기관 중심으로 이미 전 세계에 문어발식 생산라인을 깔아 놓은 상황에서 예상보다 빨리 전기차 시대가 오게 되면 도산을 얘기할 정도로 위험해진다. 전기차용 부품을 새로 만들면 되지 않냐고 하겠지만 그것은 자본도, 연구인력도 든든한 대기업 계열의 자동차 부품업체들에나 해당되는 말”이라고 했다.

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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