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추억 ‘아날로그 감성’

  • 김수영 이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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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0-19   |  발행일 2018-10-19 제33면   |  수정 2018-10-19
카메라·차탁·전축·타자기 옛 생활용품
도자기와 어울리는 장식품 찾다 빠져
수리할 곳 많아 시간 투자도 만만찮아
작업 잘 안될때 LP 들으면 마음 위안
수집하며 일상 생활에도 활용 매력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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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예가 이태윤씨가 자신의 공방에 수집해 놓은 다양한 옛 물건 중에서 가장 아낀다는 1960년대 전자기타로 연주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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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예가 이태윤씨가 자신의 공방에 수집해 놓은 다양한 옛물건들.

# 1 옛 물건 모으는 도예가 이태윤씨

옛 물건 수집에 관심이 많다는 도예가 이태윤씨(47). 자신이 수집한 것의 일부를 보여주겠다는 소리에 그의 도예공방을 찾아갔더니 도자작품보다 골동품이 더 많은 듯했다. 카메라, 전축과 LP, TV, 전화기는 물론이고 기타, 반주기, 타자기, 인두, 양철도시락 등 옛 시절을 되돌아보게 하는 손때 묻은 생활용품이 가득하다. 세월을 더께를 느낄 수 있는 낡고 볼품없는 것처럼 보였지만 평소 얼마나 손질을 잘 했는지 먼지 하나 없었다.

“전부 오래된 것들이라 깨끗하지가 않지요. 전혀 돈 안되는 것입니다. 그저 재미삼아 모으고 있지요. 음악을 좋아하다보니 전축은 매일 사용합니다. LP로 듣는 음악은 좀 다른 느낌을 줍니다. 몇십년 전에 레코딩된 음악을 들으면서, 때로는 LP가 주는 약간의 소음을 즐기면서 도예작업을 하면 마음이 왠지 편안해집니다.”

LP의 경우 전곡을 다 듣는데 15~30분밖에 안걸리는 것이 많아 판을 자주 바꿔줘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손을 깨끗이 씻고 조심스레 다뤄야 오래 사용할 수 있다. 도자작업을 하다가 손을 씻고 다른 무언가를 한다는 것이 쉽지 않지만 음악을 들으면서 작업하는 것이 집중도를 높여주기 때문에 이 정도의 번거로움은 행복하게 감수한다.

공방에는 기타도 서너 개 자리하고 있다. 학창시절 밴드활동을 한 그는 우울하거나 작업이 잘 되지 않을 때 1960년대 전자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하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말도 곁들였다.

“오래된 물건이다보니 사용하는 데 불편함이 따르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이곳저곳 수리할 것이 많아 시간투자도 해야 하지요. 그래도 그것이 주는 장점이 더 많습니다. 빠른 삶, 편리한 생활에 익숙해진 이에게는 가치없는 것일 수 있지만 불편함이 주는 향수, 매력 같은 것이 있습니다.”

그 공간에서 그의 이런저런 설명을 듣다보니 마치 1980~90년대, 때로는 1950~60년대로 시간여행을 온 느낌이었다. 과거 속 공간에 살고 있는 듯한 그가 옛 물건 수집에 나선 것은 도예가로서 욕심 때문이었다. 도자기를 만들면서 이에 어울리는 장식용품을 구하기 위해 차탁, 문살 등을 모으다가 인두, 화로, 대야 등 옛날 생활용품을 두루 수집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단순히 수집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쓸 수 있는 것은 그대로 사용한다. 취재온 손님에게 내민 찻잔을 받친 쟁반, 수돗가에 물이 담겨있는 놋쇠대야 등도 옛 물건이었다.

“제 도예공방이 있는 곳은 주택 밀집지입니다. 어른들이 많이 살다보니 옛 물건을 집 앞에 버리는 분이 많지요. 또 주변에 고물상, 재활용품점 등이 있어 시간나면 그곳에 들렀습니다. 이렇게 20여년 모으다 보니 어느새 종류가 다양해지고 물건의 생산연도도 폭 넓어졌습니다.”

팔공산에도 작업실이 있는 그는 그곳에도 수집한 것이 상당히 많다고 했다. 앞으로 팔공산 작업실에 도자기를 감상하고 차도 즐길 수 있는 카페를 여는 것이 꿈이라서 옛 물건 수집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다.

“개인전을 열어 돈이 좀 생기면 바로 집 주변의 고물상이나 가창에 있는 골동품 경매장으로 달려갔습니다. 이런 곳에서 몇십만원하는 것을 단돈 몇만원으로 사올 때도 있고, 오래되고 가치있는 것이라 해 꽤 비싼 값을 지불했는데 별 것 아닌 물건을 사올 때도 있었습니다. 좋은 물건을 싼 가격에 구입할 때 그 기분은 말로 할 수 없지요. 제가 옛물건을 수집한다는 것을 아는 친척이나 지인들이 집에 쓰지 않는 것을 주는데 예기치 않게 좋은 물건일 경우 횡재한 느낌입니다.”

이말 끝에 그는 얼마 전 공방 인근에 사는 주민이 1984년에 나온 마돈나의 2집 앨범 ‘Like A Virgin’의 원판LP를 선물로 주어서 너무 감동했다고 말했다. “그 앨범의 카피본을 겨우 구해 듣고 있었는데 원판을 선물로 주니 행복할 수밖에요. 가끔 이런 횡재를 하는 것도 수집의 또다른 기쁨입니다.”

캐나다의 비즈니스 및 문화전문 저널리스트인 데이비드 색스는 그의 저서 ‘아날로그의 반격’에서 디지털시대에 밀려 사라져간 아날로그가 새롭게 주목받을 것을 예견했다. 디지털이 일상화되면서 오히려 평범한 것이 되었고 아날로그는 색다른 것이 되었기 때문이다. LP, 필름사진 등이 1020세대 에게는 기존에 본 적이 없던 ‘새로운 물건’이다. 이런 흐름으로 포스트디지털시대의 핵심 키워드가 된 아날로그는 디지털 일상을 반격하고 강렬하고 새로운 세상을 제시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아날로그가 젊은층에게는 새로운 세계를, 중장년층에게는 복고의 세계를 열어주기 때문에 전 연령층에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스마트폰, 디지털카메라, 컴퓨터 등에 밀려 사라질 것만 같던 필름사진, 손편지와 연필, 책 등이 아날로그의 붐을 타고 부활하고 있는 것이다.

글=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

사진=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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