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어린이집도 감독 강화하고 회계 투명성 높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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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0-19   |  발행일 2018-10-19 제23면   |  수정 2018-10-19

사립유치원 비리사태의 파장이 어린이집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유치원 비리에 화가 난 학부모와 시민단체들은 유치원처럼 국가 지원금을 받는 어린이집도 유사한 사례가 많다며 철저한 조사를 통해 사실을 밝혀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어린이집은 아이들이 유치원보다 많고 나이도 어려 더 철저한 관리·감독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복지부도 이 같은 요구를 수용해 연말까지 비리 의심 정황이 있는 어린이집 2천 곳을 추려 조사하고, 내년 상반기까지 전수조사도 한다는 계획이지만 실효성 있는 점검이 될지는 미지수다.

지금까지 알려진 어린이집의 비리 유형은 다양하다. 가장 흔한 것이 원아 부정 등록을 통한 보조금 횡령이다. 어린이집에 다니지 않는 아이를 원생으로 등록해 1인당 월 수십만원에 이르는 정부 지원금을 가로채는 수법이다. 원장 배우자나 자녀를 운전기사와 보조교사로 등록하고 지원금을 챙기는 방법도 널리 쓰인다. 가짜 영수증을 첨부하거나 물건 구매 금액을 부풀린 뒤 일부를 돌려받는 수법도 동원된다. 전국공공운수노조 보육1·2지부와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이 17일 폭로한 내용을 보면 더욱 기가 찬다. 아이들의 식자재 구매비로 원장 집 제사상에 올릴 문어를 구입하는가 하면 심지어 술을 구매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 닭 한 마리를 곰탕으로 끓여 영유아와 교사 20여명이 나눠 먹고, 고기 한 점 없이 떡국을 만들고, 두부 두 모로 끓인 국을 수십 명에게 배식했다는 또 다른 증언도 있다. 아이들이 자기 자식이라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올 6월까지 어린이집 380곳이 지원금 33억원을 부정하게 받았다가 적발됐다. 하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일 가능성이 크다. 민간·가정어린이집을 포함한 전국의 어린이집이 3만9천여개에 이르고, 겉으로는 관련 영수증을 갖춰 놓아 여간해서는 숨겨진 비리를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 내부 종사자와 학부모들의 적극적인 제보가 중요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전국 3만9천여개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은 올해 2조586억원으로 유치원(1조8341억원)보다 많다. 막대한 국민의 혈세가 엉뚱한 곳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복지부와 지자체는 차제에 투명한 회계시스템을 갖추고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지원금 성격인 누리과정 세목도 ‘보조금’으로 바꿔 이를 유용하면 횡령죄로 처벌하고 환수하는 방안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정부도 실태 점검에 나서기로 한 만큼 면죄부만 주는 수박 겉핥기가 되지 않도록 철저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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