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회 영남일보 책읽기賞] 중·고등부 최우수상 (경북도교육감상) 김보민<경산 삼성현중 1년> ‘아름다운 아이’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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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0-18   |  발행일 2018-10-18 제25면   |  수정 2018-10-18
“친절 베푼다면 언젠가 더 나은 세상이 오지 않을까”

“너는 입이 왜 삐뚤어졌어?”

“네 입, 보기 거슬린다. 짜증나.”

“네가 말할 때 입 삐뚤어지는 거 너도 아니?”

나는 단지 태어날 때부터 입이 왼쪽으로 삐뚤어져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친구들에게 이런 말들 혹은 더 심한 말들을 수도 없이 들어왔다. 나의 입에 대한 이야기들은 아무리 많이 들어도 익숙해지지 않았고, 주변 사람들이 내 입 이야기를 할 때마다 나는 상처를 받았다. 부모님은 내 입을 낫게 하려고 여러 군데에 수소문해 그 방법을 찾아보았지만 분명한 치료 방법은 없었고 어떤 병원이든 다 잘 모르겠다는 이야기뿐이었다. 그렇게 나는 나의 삐뚠 입과 함께 점점 더 위축되었다.

누군가 어거스트를 1초만 바라봐도 어거스트는 그 사람이 어떤 눈빛으로, 어떤 생각을 하며 자신을 바라보는지 다 안다. 나도 그랬다. 아이들의 눈초리가 따갑게 등에 꽂히고 속닥거리는 소리가 내 귀에서 점점 커진다. 어떤 사람이든 누군가가 자신을 따가운 눈초리로 본다는 것을 어느 정도 알아차릴 수가 있다. 누구든 자신을 향한 차가운 목소리가 저 멀리에 있어도 똑똑히 들을 수가 있다. 특히 자신의 깊은 곳을 건드리는 소리일수록 더 크게, 더 선명히 들려온다. 어거스트가 믿었던 잭에게 자신의 험담을 듣는 순간처럼. 어거스트는 피 흘리는 스크림 가면을 써도, 아무리 귀가 잘 들리지 않는다 해도 자신을 깎아내리는 잭 윌의 목소리만큼은 똑똑하고 분명하게 들렸을 것이다. 그런 말들은 어거스트를, 그리고 나를 작고 검은 구멍에 스스로 삼켜지게 했다. 나는 그 구멍에서 스스로를 원망하고 타박했다. 모든 것이 내 입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내 입이 남들과 똑같은 입이었으면 모든 것이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나는 내 입이 다른 사람들과 같았어도 또 다른 나의 약점을 찾아 스스로 그곳을 건드리며 똑같이 움츠러들고, 나를 깎아내리고 혼자 지내려고 했을 것이다. 그것을 알아냈을 때부터 나는 나를 삼켜버린 작고 어두운 구멍에서 스스로 나올 수 있었다.

어거스트에게 잭은 어떤 의미였을까? 그것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정말 소중한 존재였다는 것만큼은 알 수 있다. 마치 내가 내 친구에게 그러했던 것처럼. 나는 어거스트처럼 친구들에게 아무렇지 않게 농담을 툭툭 던질 수 있는 아이가 아니었기 때문에 친구를 사귀기가 매우 어려웠다. 이 때문에 내가 내 입에 관해 상처를 받은 날이 있어도 학교에서 의지할 수 있는 친구가 없었다. 그런 나에게 잭 윌 같은 아이가 나타났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나는 그 아이를 의지하게 되었고, 그 아이는 상처를 받은 날 진심으로 위로해 주었다. 덕분에 나는 이 세상에서 혼자 그리고 함께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차차 알아가게 되었다.

‘만약 옳음과 친절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친절을 택하라.’

브라운 선생님의 금언 중 하나다. 어거스트가 중학교에 입학하고 난 뒤 처음 들은 금언이기도 하다. 이 말은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남에게 조금 더 좋은 하루, 좋은 세상을 선물해 줄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그 ‘남’이 어떤 사람이든, 어떻게 생겼든 우리가 반짝이는 미소가 아닌 자연스레 나오는 평범한 미소를 지으며 친절을 베푼다면 그 사람이 하루 서른여섯 시간 중 단 몇 분, 몇 초만이라도 좋은 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 수 있게 한다.

세상이 정한 미의 기준에 맞춰 꾸미고, 얼굴을 바꾸고, 예쁘지 않다며 불평하는 사람들. 우리는 이러한 사람들을 자연스레 만난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은 세상이 정한, 자신이 정한 미의 기준에 맞춰 살아가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한다. 이런 것들이 무조건 나쁘지는 않다. 하지만 어거스트, 그리고 나와 같은 청소년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아이들은 일명 ‘외모 지상주의’ 사회에 살아가면서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고, 그 시선에 맞춰 자신을 꾸미려고 한다. 그런 것들이 일반 사회와 같이 퍼져나가면서 작은 사회, 학교의 학생들은 ‘예뻐지기 위해’ 노력한다.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면서 아이들은 친구의 외모를 보게 되고,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남을 평가하며 점수를 매긴다. 그런 아이들의 행동 때문에 어거스트와 나는 상처를 받는다. 아이들은 성격을 먼저 보지 않는다. 사람의 첫인상을 보면 성격보다는 외모가 먼저 보이는 경우가 대다수이지만 외모로 봐서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성격조차 보지 않고 사람을 판단해 버린다. 그러한 일들은 나의 입이 세상 밖으로 고개조차 내밀지 못하게 한다. 어거스트가 학교에 가고 싶지 않게 만든다. 하지만 그런 아이들의 행동은 어거스트를, 나를, 우리를 다시 한 번 작고 어두운 구멍에 빠지게 만들 수는 없다. 우리는 모두 세상을 극복해 나가고 있기 때문에, 그리고 극복할 것이기 때문에.

나는 아픈 과거가 있었고, 현재도 아픈 과거를 지니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어거스트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더 이해할 수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어거스트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했다. 나도 어거스트가 겪은 모든 일들을 회피하지 않고 맞서야 하는 수많은 사람 중 한 명이기 때문에.

이 우주는 어기 풀먼에게, 그리고 모든 사람들에게 결코 녹록지 않다. 하지만 한 개씩 한 개씩 극복해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기립박수를 받을 날이 오지 않을까? 평범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바라본다면 언젠가는 좋은 삶을 살았다고 스스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온전한 나의 이야기 담아…미소지으며 살아갈 수 있길”
■ 수상 소감

자연스레 나오는 미소는 다른 사람을 웃게 한다. 순수한 그 미소는 우리의 우주에 조그마한 별을 남긴다. 그 별은 작아 보이지만 어느 순간 반짝거리며 세상을 극복할 수 있게 자신을 빛내준다.

아픈 과거를 지닌 사람일수록 작고 어두운 구멍이 많을 것이다. 그 구멍은 우리를 삼켜버렸으며 세상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했다. 설령 그 구멍을 빠져나왔다 해도 자신이 만든 구멍은 언제든지 틈을 비집고 나올 수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자라면서 세상을 극복하고, 또 극복할 것이다. 그럴수록 그 구멍은 작아지고 작아져 보이지 않게 될 것이다. 그럼 우리는 이제 구멍이 만든 상처를 대신해 작은 별들을 수놓을 차례다.

나에게 ‘아름다운 아이’는 내가 나 자신을 똑바로 쳐다볼 수 있게 해 준 책이다. 이 책을 읽고 쓴 글은 순전히 나의 이야기였고, 그래서 낯부끄럽기도 창피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내가 지나온 길들을 돌아봤을 때 내가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지 알 수 있도록 나의 이야기를 써내려갔다.

지금의 내가 걸어온 길, 그리고 걸어갈 길도 나중에는 평범한 미소를 지으며 되돌아볼 수 있기를 원한다. 내가 웃으며 생활할 수 있게 도와준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나를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지도해주신 선생님께 감사를 표하며, 내가 나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평범한 미소를 지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내가 만나는 사람들에게, 그리고 앞으로 만날 사람들에게 평범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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