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진의 사필귀정] 범죄자는 사회로 되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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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0-17   |  발행일 2018-10-17 제30면   |  수정 2018-10-17
[박순진의 사필귀정] 범죄자는 사회로 되돌아온다
<대구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국회 국정감사에서 사면을 둘러싸고 한바탕 논란이 있었다. 한편에서는 지난주 문재인 대통령이 제주도에서 열린 국제관함식에 참석하여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문제로 10년간 정부와 갈등을 빚어온 강정마을 주민들에 대하여 유감을 표명하며 사면복권을 검토하겠다고 한 것을 두고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야당이 강력하게 반발한 일이 있었다. 다른 한편에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 당시인 2009년 8·15특별사면에서 살인범 320명을 사면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그 절차와 정당성을 두고 의혹과 비판이 제기된 일이 있었다.

사면을 둘러싼 여러 논란이 새로운 일도 아니고 쟁점도 다양하지만, 필자가 여기서 주목하는 것은 사면을 둘러싼 논란의 이면에 범죄자를 사회로부터 배제하고 수용하지 않으려는 태도가 우리 국민 사이에 완고하게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중의 분노를 일으키는 사건들이 끊이지 않고 발생하면서 범죄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흉악한 사건을 저지른 범죄자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은 매우 부정적이며, 이들을 공동체의 일원으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가 확고하다.

올해는 유난히 성폭력을 둘러싼 논란이 심했다. 여성과 아동을 대상으로 잔혹한 성폭력이 끊이지 않으면서 범죄가 얼마나 파괴적이고 비인간적인지 국민은 깊이 공감하고 있다. 성범죄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크고 엄중한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청소년 범죄에 대해서도 엄벌주의가 확산되었다. 청소년이 저지른 행동이라 보기 어려운 흉악한 사건들에 대해 국민은 분노하고 있다. 형사책임연령을 하향조정하라는 요구가 지속되고, 보호적 관점에서 청소년을 관대하게 처분하는 소년법을 폐지하라는 청원이 제기되었다.

범죄자의 처벌을 강화하는 것에 대해서는 정치인들도 대체로 동조하는 분위기다. 형벌을 강화하여 범죄자를 사회로부터 격리하고 범죄자를 공동체로부터 배척하는 것이 날로 심각해지는 범죄문제에 대한 합리적인 접근법이라는 분위기가 사회 전반에 자리하고 있다. 피해자가 당한 고통이나 범죄자에 대한 대중의 분노를 생각하면 범죄자를 강력하게 처벌하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하지만 엄벌주의가 범죄자를 사회로부터 단순히 더 오래 격리하는 것만을 의미한다면 그것으로 범죄문제가 해결되거나 완화되기는 쉽지 않다.

교도소에서 형기를 마친 범죄자는 교화·개선되었든 그렇지 않든 사회로 돌아온다. 엄벌에 처해진 범죄자일수록 사회와 격리된 기간이 길어지므로 석방된 이후 사회에 다시 적응하는 것은 그만큼 더 어려워진다. 범죄자를 공동체로부터 배척하고 받아들이지 않는 사회에서 전과자가 사회에 성공적으로 적응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이처럼 사회로부터 적응하지 못하는 범죄자는 더 심한 범죄의 길로 내몰리기 십상이다. 청소년 범죄와 성인 범죄에서 재범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는 것은 문제의 심각성을 잘 드러내준다.

강력범죄자를 거부하고 배척하는 대중의 태도는 지극히 자연스럽다.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에 대하여 엄벌에 처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그것대로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 하지만 대중의 요구대로 범죄자를 엄벌에 처한다고 해서 흉악범죄가 줄어들고 사회가 더 안전해진다고는 선뜻 장담할 수 없다. 엄벌주의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범죄자 처우와 사회 복귀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합리적 정책에 대한 공론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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