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불상 원위치는 경주 이거사”

  • 송종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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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0-17 07:17  |  수정 2018-10-17 07:17  |  발행일 2018-10-17 제2면
일제강점기 사료서 이전 내력 발견
주진옥 신라문화유산硏 팀장
“1916년 ‘신라사적고’서 확인”
불상 이전·절터 정비 등 급물살
“청와대 불상 원위치는 경주 이거사”
청와대 대통령 관저 뒤편에 있는 보물 1977호 ‘경주 방형대좌 석조여래좌상’. 연합뉴스

경주 반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청와대 경내 ‘경주 방형대좌(方形臺座) 석조여래좌상’(보물 제1977호)의 본래 소재지가 경주 ‘이거사(移車寺) 터’라는 결정적인 근거가 나왔다.

주진옥 신라문화유산연구원 보존관리팀장은 16일 일제강점기 자료인 ‘신라사적고(新羅寺蹟考)’에 따르면 도지리(道只里) 이거사 터 항목에 ‘다이쇼(大正) 2년(1913년) 중에 총독부로 불상 이전을 했다’는 내용이 있다고 밝혔다. 임경택 전북대 일본학과 교수는 이 글을 ‘과거에 완전한 석조여래좌상 1구가 엄존했는데, 지난 다이쇼 2년 중에 총독관저로 옮겼다. 그 외 목 부분에 손상이 있는 석불 1구와 후광(장식)이 있는 석불입상 1구, 석탑 1기 등이 절터 부근 땅속에 묻혀 있었다’고 번역해 석조여래좌상의 당초 위치가 이거사 터였음을 재확인했다. 그동안 청와대 석조여래좌상의 본래 위치를 놓고 경주 이거사 터와 남산이라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 왔다.

신라사적고는 경주 금관총 발굴에 관여했다가 1933년 조선총독부박물관 경주분관(현 국립경주박물관) 초대 관장을 지낸 모로가 히사오가 1916년에 자비로 출판한 책이다. 이거사 터 관련 부분은 주 팀장의 남편인 고(故) 이근직 교수가 일본 덴리도서관 소장 서적을 복사해 보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로가 히사오는 당시 경주 문화재 사정에 밝은 데다 문제의 불상 반출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것이 이미 드러났다. 그가 이거사 터 석불좌상 이전 시기로 적시한 때와 청와대 불상이 옮겨진 시점이 일치하고, 현재 이거사 터에 모로가가 묘사한 그대로 석탑 기단부와 옥개석 일부가 남아 있는 점으로 미뤄 책에 기술된 내용은 사실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거사는 경주 시가지 동남쪽에 있는 사찰이다. 삼국사기 신라본기에 성덕왕이 재위 35년(736)에 죽자 ‘시호를 성덕(聖德)이라 하고 이거사 남쪽에 장사 지냈다’는 기록이 전한다.

청와대 불상이 본래 이거사에 있었음을 뒷받침하는 사료가 발견되면서 불상 이전과 이거사 터 정비 논의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경주문화재제자리찾기시민운동본부는 지난 2일 청와대 석조여래좌상의 경주 반환을 촉구했다. 시민본부는 역사의 맥을 잇고, 민족 정기를 바로 세우기 위해 석조여래좌상 경주 반환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경주=송종욱기자 sj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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