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교육보국

  • 마창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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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0-16   |  발행일 2018-10-16 제31면   |  수정 2018-10-16

고(故)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은 대일청구권 자금으로 포스코를 설립해 ‘제철보국’을 실현하기도 했지만 ‘교육보국’도 이뤘다. 그는 포항제철소 건설 당시 직원들의 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곡주택단지를 만들었다. 이어 직원 자녀들의 교육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71년 1월 포스코교육재단의 모태가 된 제철장학회를 설립했다. 설립 자금은 고가의 제철설비 보험 사례비 6천만원으로 출발했다. 이후 포철교육재단을 거쳐 포스코교육재단으로 명칭이 변경됐다. 포항·광양·인천에 유치원에서부터 초·중·고등학교에 이르는 12개 학교 (유치원 2, 초등학교 4, 중학교 2, 고등학교 4)를 운영하고 있다. 포항지역의 학교가 자리잡은 지곡단지는 녹지와 공원이 많아 전국에서 손꼽힐 정도의 주거환경을 갖추고 있는 데다 교육환경도 좋아 많은 포항시민이 전세나 위장전입하는 방식으로 자녀를 입학시킬 만큼 주목을 받았다. 박 명예회장의 교육보국의 결정체인 포스텍(포항공대)도 지곡단지 내에 자리잡고 있다.

포스코 직원들과 포항시민의 교육보국에 앞장서온 포스코교육재단이 최근 의무교육대상인 유치원과 초·중학교를 공립으로 전환하는 계획을 세워 논란이다. 제철소 건설 당시에는 대부분 직원 자녀들이 입학했으나 지곡단지가 포항시민에게 개방된 2009년 이후 이곳으로 옮긴 포항시민이 늘면서 현재는 포스코 패밀리 임직원 자녀 비율이 50% 미만에 머물고 있는 것이 문제가 된 것 같다. 재단 측은 직원 자녀가 아닌 일반 시민 자녀에까지 교육혜택을 줄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또 포스코가 해마다 250억원을 출연하는 것도 부담이 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포스코교육재단은 전담추진반을 구성해 논의해볼 계획이다.

이 같은 계획이 알려지자 포항시의회와 재단 내부 등 안팎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곡단지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박희정 포항시의원은 “포항제철이 포스코로 이름이 바뀌고 경영체제가 민영화됐다고 해도 국민기업이라는 사실은 결코 변할 수 없다”며 “이는 포스코가 사회적 책임과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동댕이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포스코교육재단 직장협의회도 ‘재단 폐교(공립화) 반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직원들을 대상으로 공립 전환 반대 서명운동에 들어갔다. 포스코가 지난 50년 동안 지역민들의 이해와 관심, 사랑으로 지역사회와 함께 동반성장해온 것을 생각하면 이번 계획은 전혀 포스코답지 않다. 박 명예회장의 교육보국과 최정우 회장이 강조하고 있는 ‘with POSCO’ 정신과도 맞지 않은 듯하다.

마창성 동부지역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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