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인성교육- 잘 노는 것이 공부다

  • 최소영
  • |
  • 입력 2018-10-15 07:51  |  수정 2018-10-15 08:08  |  발행일 2018-10-15 제18면
“아이들이 배워야 할 것들은 ‘놀이’ 속에 다 있다”
아이가 놀면 뒤처질까 불안감 들지만
감정 표출·부적절 정서 정화 효과도
문제해결·의사소통능력 저절로 성장
20181015
일러스트=최소영기자 thdud752@yeongnam.com

우리나라 교육은 국가·사회적 요구 및 교육 수요자의 요구 변화, 교육 여건과 환경의 변화 등 교육 내·외적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개정하고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수차례의 교육과정 개정과 교육방법의 전환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학습량과 그로 인한 학습 부담, 교과에 대한 낮은 흥미도나 자신감 등 학습자의 정의적 영역의 지표가 낮다는 문제 등은 우리 교육의 근본적인 문제점으로 남아 있습니다. 지적 역량 중심의 경쟁교육이 강하게 뿌리내린 교육은 세계적으로 높은 학업성취도에 비해 개인의 삶에 대한 만족도는 OECD 국가 중 최하위에 머무르고 높은 자살률 등 사회적 병리현상도 심해졌습니다.

이에 교육에 대한 불만족과 반성의 목소리가 높아졌으며 교육이 변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습니다. 하지만 막상 그렇게 주장하던 사람들도 우리 아이들과 접하는 순간(특히 내 아이를 접하는 순간)에 그 주장은 사라지고 없습니다. 내 아이가 놀고 있으면 그것이 괜히 불안하다는 부모들과 담임교사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놀고 있는 아이를 보면 책을 보라고, 방에 들어가서 공부하라고, 문제집 풀라고, 학원 가라고 소리를 지르게 됩니다. 아이가 놀 때 다른 아이들은 공부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더욱 불안한 것입니다.

인도 철학자 지두 크리슈나무르티(Jiddu Krishnamurti)는 아이를 이해하려면 노는 모습을 잘 관찰하면서 아이의 여러 감정을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아이가 노는 것을 보면 아이의 과거·현재·미래가 보인다고 했습니다. 우리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의 하나가 바로 아이들을 잘 놀게 하는 것입니다. 잘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 그리고 따뜻하게 바라봐 주는 것, 그것이 교육의 첫걸음이라고 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교육 현장에서도 ‘놀이’라는 말이 많이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최근 교육학자들은 단순히 시간을 소비하는 것으로 놀이를 생각하던 전통적인 통념에서 벗어나 놀이가 아이들에게 그들의 경험이 자연스럽게 성장할 수 있는 방법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한 초등학교의 체육수업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날 아이들은 수업 시간에 신나게 뛰어다니고 있었습니다. 수업 종일 아이들은 일명 ‘러닝맨 게임’이라고 이름 붙여진 그 놀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수업이 끝나고 선생님께 무식함을 무릅쓰고 왜 수업 시간에 잡기놀이 같은 ‘러닝맨 놀이’를 했는지 질문했습니다. 그러자 그 선생님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러닝맨 놀이는 하고 나면 저절로 민첩성이 길러지는 거죠. 오늘 배워야 할 내용이 ‘민첩성 기르기’거든요. 그리고 애들이 재미있어 하면 적극적으로 참여하니까요.”

저는 무릎을 딱 쳤습니다. 그렇습니다. 아이들은 오늘 배울 내용이 민첩성 기르기인지 아닌지 아무런 상관없습니다. 그냥 민첩성이 길러지면 되는 것이니까요. 그러니 아이들은 러닝맨 놀이를 통해 피해 다니며 잡기놀이를 하고 놀면서 민첩성을 길렀던 것입니다. 놀다보니 저절로 아이들에겐 배움이 이뤄진 것입니다.

‘수업놀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단순히 아이들이 노는 것이 아니라 그 놀이 속에 배울 내용을 담아서 노는 것을 의미합니다. 알프레드 아들러는 ‘항상 나를 가로막는 나에게’라는 책을 통해서 “아이에게 있어 모든 놀이는 미래에 대한 준비다. 놀이에 어떻게 다가가는지, 무엇을 선택하는지 다양하게 드러나는 놀이에 대한 태도는 그의 삶 전반에 대한 태도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러므로 놀이는 성인이 의도한 학습보다도 아이의 정신 발달에 더 중요하다”라고 말했습니다. 아이들은 그냥 노는 것이 노는 것이 아니라 놀면서 배움이 일어나고 있던 것입니다.

놀이는 아이들의 정서적 발달에 영향을 미칩니다. 아이는 놀이를 통해서 별다른 부담 없이 자신의 정서를 표출할 수 있으며, 부적절한 정서를 정화시키는 것입니다. 또 아이는 놀이를 통해 인지적 발달과 언어적 발달을 가져옵니다. 놀이를 통해 아이들은 문제 해결력을 기르게 되고 의사소통능력을 기르게 됩니다. 또 놀이는 규칙을 가지고 있고 그 규칙을 지키는 과정에서 사회적 발달을 가져오게 됩니다. 결국 우리가 학교와 가정에서 아이들에게 배우게 해야 할 것이 놀이 속에 다 있었던 것입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학교에서나 가정에서 아이들에게 배워야 할 것을 강요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됩니다. 아이들은 그 강요 속에서 인성도 배움도 단지 머리로 배우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한 배움이 결국 피상적인 모습으로 나타나 실천하는 인성이 안 된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됩니다. 이제 우리는 아이들에게 배우고 싶은 자율을 선사해야 합니다. 아이들이 진정으로 배우고 싶도록 그 방법을 놀이로 접근하는 것이 어떨까요? 우리 아이들의 노는 모습에서 나오는 천진난만한 미소가 바로 진정한 인성교육이고 우리의 미래일 것입니다.

김원구<대구 포산초등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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