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펑펑' 전인지 "가슴에 콕 박힌 악플, 무서웠다"

  • 입력 2018-10-14 00:00  |  수정 2018-10-14
"중환자실에서 저를 못 알아보신 할머니께 우승 보여드려 기뻐"

전인지(25)는 2년 1개월 만의 우승을 차지하고 눈물을 펑펑 쏟았다.
 처음에는 눈물을 훔치는 정도였지만, 점점 감정이 올라왔는지 뺨을 타고 흐르는눈물 양이 늘었다.

 전인지에게 2년 1개월은 단순히 추가 우승이 없는 기간이 아니라, 마음이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져 바닥을 친 암흑기였다.
 그러나 전인지는 14일 인천 스카이72 골프클럽 오션 코스(파72)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오르면서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전인지는 찰리 헐(잉글랜드) 등 공동선두에 2타 뒤진 공동 4위로 4라운드를 출발했지만, 최종 16언더파 272타로 헐을 3타 차로 따돌리며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시상식을 마치고 기자회견장에 들어온 전인지는 "지난 힘들었던 시간과 저를 끝까지 믿고 응원해주신 모든 분이 생각나서 눈물을 많이 보였다"고 털어놨다.

 그는 "힘든 시간이 어느 순간 '탁' 온 게 아니다. 조금씩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되고 자신을 스스로 자꾸 바닥으로 밀어 넣었다. 가족과 매니지먼트 등 옆 사람들을정말 힘들게 했는데, 우승으로 보답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전인지는 인터넷 악성 댓글(악플)을 보면서 우울한 마음이 커졌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는 "악플이 힘들었던 마음과 아예 관계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아주 큰 부분을 차지했다"고 말했다.

 외국 기자가 '당신은 한국 골프의 '국보'가 아니냐'라고 물어볼 정도로 전인지는 한국을 대표하는 골프 스타다. 하지만 그 엄청난 인기에는 그를 흠집 내려는 악플도 뒤따랐다.

 전인지는 "20살, 21살에 막 투어에 올라와서 우승하고 관심과 사랑을 받으니 얼마나 신기했겠나. 예전에는 인터넷에 제 이름을 치면 '전인지, 후인지', '파전인지 김치전인지'라는 말만 검색됐는데, 이제는 제 사진과 뉴스가 실시간으로 나오는데"라며 갑자기 얻은 인기에 어리둥절하면서도 기뻐했던 과거를 떠올렸다.

 이어 "그런데 사람으로서, 여자로서 참기 힘든 속상한 말을 듣고 아무리 반응하지 않으려고 해도 가슴에 콕 박혀서 머리에서 떠나지 않더라. 제가 그 말에 반응한다는 게 더 한심하고 미웠다. 밑에서 움직이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들었다. 너무 무서웠고, 나라는 사람을 보일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며 악플의 충격을 털어놨다.


 근거 없는 소문도 전인지를 흔들었다.
 그는 "올해 4월에 머리카락을 잘랐다. 평소 해보고 싶었던 스타일이었고 별 의미 없이 잘랐다. 그런데 루머가 마구 생겨났다. 남자친구와 결별했다더라, 하지도 않은 약혼을 했는데 파혼했다더라, 부모님이 강제로 잘랐다더라 등 말이 나왔다"고 말하며 허탈한 듯 웃었다.

 전인지는 "누구보다 저를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안 좋은 방향으로 입방아에 오르는 게 너무 속상했다. 지나고 보면 작은 일이지만, 그때는 전혀 작지 않았다. 너무 크게 반응했고, 그런 게 모여서 정신상태가 스스로 건강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게 됐다"고 돌아봤다.


 그는 이런 경험으로 '선플'(착한 댓글) 운동도 펼치고 싶다고 밝혔다.
 전인지는 "저를 보였을 때 듣게 되는 욕이 싫다고 제가 아닌 모습을 연기하고 싶지 않았다. 진실한 모습으로 쭉 투어 생활을 하고 싶었다"며 "앞장서서 그런 분위기를 바꾸고 싶다"며 "상대 선수를 깎아내리기보다 같이 응원하는 따뜻한 환경이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기대했다.

 시즌 초보다 체중이 8㎏ 빠질 정도로 마음 고생을 했던 전인지가 마음 건강을 되찾기로 다짐한 계기도 있었다.
 어린 시절 바쁜 부모님을 대신해 자신을 돌봐주신 할머니의 병문안을 갔을 때였다.

 그는 "생일(8월 10일)에 할머니의 축하를 받고 싶어서 새벽부터 병원에 갔다. 중환자실에 계셨는데 면회 시간 30분 중 29분 동안 저를 기억 못 하셨다. 제가 나오는 순간 제 손을 잡고 '건강해야 해'라고 말씀해주셨다. 병실에서 나오면서 '건강하지 못한 정신상태를 건강하게 해봐야겠다. 다시 시작하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할머니께 우승하는 모습 보여드리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은데 기회를 만들지 못해 힘들었다. 오늘 그런 기회가 돼서 기쁘다"며 울먹임을 멈추고 미소를 지었다.


 "사람들이 저를 위해주는 말에 진심을 보려고 노력했다"는 전인지는 지난주 국가대항전 UL 인터내셔널 크라운에 한국 대표로 출전해 4전 전승으로 우승을 이끈 것을 전환점으로 삼으려고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람들은 UL 인터내셔널 크라운이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격려했지만, 나는 조금씩 지쳐간 마음이 한순간에 좋아질 수는 없다고 부정적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이럴 때 진심을 그대로 받아들여 보자고 생각하며 그 말을 믿으려고 했다"고 부진을 극복한 과정을 설명했다.

 이번 대회 기간에 갤러리와 수도 없이 하이파이브를 나눈 전인지는 "많은 팬분 앞에서 응원받으면서 제가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고 있고 복 받은 사람인지 느낄 수있어서 감사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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