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 영화·만화·스포츠와 결합 ‘飛上할까’

  • 손선우
  • |
  • 입력 2018-10-11 07:39  |  수정 2018-10-11 07:40  |  발행일 2018-10-11 제25면
다시 기지개 켜는 VR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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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IT업계의 최대 화두는 VR(Virtual Reality·가상현실)였다. SF 소품에 불과했던 VR가 현실 속으로 성큼 들어오면서 크고 작은 IT업체들이 VR산업에 뛰어들었다. 많은 이들이 VR가 가져올 변화를 설레며 기다렸다. 하지만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막상 공개된 VR기기의 가격은 너무 비싸 대중화하기에는 무리였다. 스마트폰에 연결하는 저가형 모델은 체험의 질이 너무 떨어졌다. 고가와 저가형을 막론하고 이렇다 할 킬러 콘텐츠가 없는 것도 치명적이었다. 어지러움과 이동성 제약 등의 문제도 따라붙었다. 자연스레 투자가 얼어붙었고 ‘VR 원년’은 싱겁게 끝났다. 하지만 최근 들어 VR의 사용처가 점차 확대되면서 수그러졌던 VR산업도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영화 ‘부산행’ 접목시켜 주목
교육·경기관람 등 활용처 확대
日 인기만화 소재 韓 상륙예정

정부 융합콘텐츠산업 육성나서
의료 등 공공분야에 기여 가능


◆부산영화제서 VR영화 인기

지난 4일 개막한 부산국제영화제에선 VR 영화가 관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영화 ‘부산행’의 배급사 ‘뉴’는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벡스코에서 열린 아시안필름마켓에서 ‘부산행 VR’를 공개했다. ‘부산행 VR’는 ‘뉴’의 글로벌 판권유통 사업부인 ‘콘텐츠판다’가 싱가포르 특수효과영상 제작사 비비드쓰리와 함께 제작한 VR 영화다. 가상현실 영상과 게임 등이 결합된 VR쇼 형태다.

‘부산행 VR’는 좀비떼가 습격한 열차 역과 부산으로 달려가는 열차의 속도감을 생생하게 재연했다. 좀비가 나타나기 시작한 부산역 내부를 비추는 ‘ZONE 1’과 기차 안에서 좀비 습격을 받는 ‘ZONE 2’, 몸에 각종 장비를 착용한 채 야구방망이 등을 들고 좀비와 대결을 펼치는 ‘ZONE 3’로 구성됐다. 아시안필름마켓 부스에서는 공간적 제약 때문에 ‘ZONE 2’의 데모 버전만 시연했다.

해운대 영화의전당 1층에서도 VR 영화를 경험하는 체험관인 ‘VR 시네마 IN BIFF’가 마련됐다. 이곳에서는 10분 남짓한 VR 단편영화 4편을 묶어 상영하는 ‘VR 무비관’과 5∼27분 분량 VR 영상을 체험하는 ‘VR 경험관’이 마련됐다.

‘VR 무비관’에서는 헤드셋과 이어폰을 착용하고 회전의자에 앉아 360도 VR 영화를 체험한다. 첫사랑의 기억을 다룬 ‘베트남의 크리스마스’, 남녀의 친밀한 순간을 포착한 ‘프레임 너머-친밀한 관계들’, 사후 여행을 다룬 ‘죽은 자들의 섬’, 중국의 미니어처 도시를 담은 ‘복제된 도시’ 등 4편의 VR 영화가 상영됐다.

이 영화들은 360도 VR 기술을 활용해 3차원 공간을 재현해냈다. 사랑을 속삭이는 남녀 주인공 대신 행인을 바라보거나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귀를 기울이기도 한다. 관객에게 고정된 시선을 요구하는 기존 영화의 작법이 무색해진다. ‘VR 시네마 IN BIFF’ 앞은 영화의 새로운 형태를 예고하는 VR 기술을 경험하려는 관객으로 붐볐다.

◆VR콘텐츠 토양 갖춰질 것으로 기대

지난달에는 페이스북이 내년에 399달러(약 44만5천원)로 출시 예정인 올인원 헤드셋 ‘오큘러스 퀘스트(Oculus Quest)’를 공개했다. 퀘스트는 스마트폰이나 PC가 필요없는 독립형 무선 VR 기기다. VR의 약점으로 지적된 어지러움증과 이동성 제약을 해결한 기기로 평가받고 있다. 퀘스트는 PC에 연결하지 않으니 거추장스러운 선도 없고, 값비싼 고성능 컴퓨터를 별도로 마련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큰 장점이다.

‘인사이드-아웃 방식’으로 별도의 외부 센서 없이 어디서나 앉거나 걷는 등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가상현실에 반영시킬 수 있다. 모션 컨트롤러를 통한 손의 움직임까지 더해지면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한층 낮아진다. 해상도도 높은 편이다. 한쪽 눈당 ‘1천600X1천440’ 디스플레이가 탑재돼 기존 오큘러스 리프트 ‘1천80X1천200’ 해상도보다 더욱 선명한 화면을 구현한다. 게임으로만 사용되던 VR의 활용처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월마트는 퀘스트를 직원교육용으로 사용하기로 했고, VR 전용 스포츠와 영화 관람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그룹 산하 IT 전문 기업 현대IT&E가 일본에서 VR존을 운영하는 반다이남코어뮤즈먼트와 이달 중 최종 계약하고 어트랙션과 콘텐츠를 확보하기로 한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현대IT&E는 반다이남코어뮤즈먼트의 VR 콘텐츠를 활용해 올해 안으로 서울 강남역 인근에 실내 VR 테마파크 ‘VR 스테이션’을 연다. 이후 현대백화점 현대아울렛과 유동 인구가 많은 주요 광역상권에 2020년까지 VR 스테이션을 10곳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한국에 상륙할 VR존 콘텐츠는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은 만화·애니메이션을 소재로 삼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기존 국내 VR테마파크에서는 찾아볼 수 없던 콘텐츠다. 국내에서 인기가 높은 드래곤볼, 에반게리온, 공각기동대, 건담 등을 선보인다. 일본의 인기 VR콘텐츠의 상륙은 국내 VR콘텐츠 업계에 자극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쟁 상대가 있는 만큼 양질의 콘텐츠가 만들어질 토대가 구축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 VR업계 시각이다.

최근 정부가 ‘초실감 융합콘텐츠’산업 육성에 나선 것도 VR산업계의 호재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7일 초실감 융합콘텐츠산업 육성을 위해 관련 산학연 전문가 현장간담회를 열었다. 초실감 융합콘텐츠는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실감기술이 방송통신, 국방, 의료, 교육, 제조 등과 결합해 몰입감과 사실감이 극대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분야다. 치매, 알코올중독와 각종 안전사고 예방 등 공공분야 기여도 가능하다.

과기정통부는 VR·AR 플래그십 프로젝트 실증, 전문펀드 결성, 해외 진출 등 다양한 지원에 이어 2019년 5세대 이동통신(5G) 상용화를 앞두고 시장 선점을 위한 정책을 수립할 계획이다.

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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