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운전에 밑반찬 마련까지…의사들의 '갑질'

  • 입력 2018-10-10 11:46  |  수정 2018-10-10 11:46  |  발행일 2018-10-10 제1면
리베이트는 '기본'…제약사 영업사원에 각종 심부름시켜
제약사서 최고 2억원 리베이트 챙긴 의사 등 127명 적발

 의약품 처방을 조건으로 많게는 수억원의 리베이트를 주고받은 의사와 제약사 관계자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됐다.
 적발된 의사 중에는 의료인이 반드시 받아야 하는 보수교육에 제약사 직원을 참석시키거나 대리운전을 하도록 한 사례도 있어 의료계의 갑질 행태가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의사들에게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약사법 위반)로 A 제약사 공동대표 남모(37) 씨와 간부급 직원 등 1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0일 밝혔다.
 또 이들로부터 리베이트를 수수한 혐의(의료법 위반)로 의사 106명과 사무장 11명을 입건하고, 이 중 혐의가 중한 의사 윤모(46) 씨를 구속했다.
 연 매출 1천억원 상당의 중견 제약사인 A 사는 2013년 1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전국의 병·의원 384곳의 의사와 사무장 등을 상대로 의약품 처방을 조건으로 300만원∼2억원까지 총 42억 8천만원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A 사는 특별상여금, 본부지원금 등 다양한 예산을 지급한 뒤 실비를 제외한 비용을 회수해 리베이트 자금을 조성했다.
 영업직원들은 이를 활용, 자사 의약품 처방을 조건으로 처방 기간과 금액에 따라 의사들에게 처방액의 10∼20%를 현금으로 제공했다.


 신제품이나 경쟁이 치열한 특정 의약품에 대해서는 일정 기간 처방금액 대비 100∼300%까지 리베이트를 건네기도 했다.
 리베이트를 받아 챙긴 의사 중 일부는 이른바 '갑'의 위치에서 영업직원들에게 각종 심부름을 시켰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한 의사는 매년 의료인이 8시간 이상 이수해야 하는 보수교육에 영업직원을 대리로 참석시켰고, 다른 의료인은 술을 마신 뒤 영업직원에게 술값 계산 및 대리운전을 하도록 했다.


 병원장 자녀의 유치원 등원접수를 하고, 행사에 참석하거나 기러기 아빠인 병원장의 아내를 대신해 밑반찬과 속옷을 챙겨줬다는 영업직원의 진술도 나왔다.


 경찰은 지난해 중순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제보를 받아 수사에 착수했다.


 수사가 시작되자 일부 의사는 영업직원들에게 허위 진술을 할 것을 강요한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리베이트는 의약품 가격을 왜곡해 보험 수가 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실제 소비자인 국민에게 리베이트 비용을 전가하는 등 사회적으로 유해한 결과를 야기한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해당 의사와 A 사에 대해 면허정지 및 판매업무 정지 등 행정처분 하도록 보건복지부에 통보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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