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시론] 남북 간 군사충돌의 근본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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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0-10   |  발행일 2018-10-10 제31면   |  수정 2018-10-10
[영남시론] 남북 간 군사충돌의 근본원인

지난 9월19일 평양선언의 부속합의서로 남북군사합의가 타결되었다. 역대 군사합의 중 남북정상이 지켜보는 가운데 양 국방장관이 서명한 경우는 전례가 없다. 그만큼 강력한 이행의지를 담으려는 시도다. 정부는 사실상의 종전선언이라는 평가를 내린다. 하지만 이번 군사합의는 북한이 도발을 전혀 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을 때 의미가 있다. 그동안 남북 간 군사적 충돌은 이런 합의가 없어서가 아니다. 충돌의 근본원인은 모두 북한에 있다.

1945년 분단 이후 북한은 줄곧 북한 중심의 통일, 이른바 대남적화통일을 추구해 왔다. 6·25 기습남침도 그 목적이다.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이후 수많은 도발들, 즉 1968년 1·21 청와대 기습, 그해 말 울진·삼척 무장공비 침투, 1976년 판문점 도끼만행, 1983년 버마 아웅산 폭탄테러, 1987년 KAL기 폭파, 1996년 강릉 잠수함 침투, 1999년과 2002년 제1, 2차 연평해전, 2010년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포격, 2015년 목함지뢰 도발 등도 그 일환이다. 북한은 노동당강령에 북한 중심의 통일이라는 명확한 목표를 줄곧 명시하고 있다.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에 전력투구한 것 또한 그 연장선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북한은 대남전략 차원에서 때로는 도발을, 때로는 대화를 번갈아가며 추진해 왔다. 그래서 우리는 이를 화전양면전술로 부르고 있다. 북한이 지금은 대화국면에서 남북관계를 사변적으로 발전시키자고 부르짖고 외견상 놀라운 변화가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대남적화전략의 근본변화가 없다면 언제라도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하는 것이다.

정전협정은 남과 북의 군사력을 분리시켜 충돌을 방지하는 데 목적이 있고 구체적 규정을 담고 있다. 이를 위해 군사분계선(MDL: Military Demarcation Line)을 설정하고 이를 중심으로 각 2㎞ 폭으로 비무장지대(DMZ: De-militarized Zone)를 설정하고 있다. 아울러 정전협정체제를 관리감독하기 위해 군사정전위원회와 중립국 감독위원회를 설치·운영해왔다. 하지만 2016년 국방백서에 따르면 북한은 정전협정을 위반하고 3천여회의 침투 및 도발을 자행했다. 1990년대 초부터 정전체제를 무력화하더니 급기야 2013년에는 정전협정 백지화를 선언했다. 군사충돌 방지를 위한 합의는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와 불가침 부속합의서에 더욱 구체적으로 담겨있다. 2004년에는 남북장성급군사회담을 통해 서해충돌방지와 심리전 중단을 담은 이른바 6·4합의서가 체결되었지만, 북한은 이를 무시하고 천안함 폭침도발을 자행한 일이 있다. 1992년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을 통해 핵개발을 하지 않기로 굳게 약속했지만 이 또한 휴지조각으로 만들었다. 북한이 정전협정 등 불가침합의만 성실히 잘 지켜도 충돌은 일어나지 않을 일이다.

북방한계선(NLL : Northern Limit Line)은 해상에서 군사충돌 방지를 목적으로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직후 유엔군사령관이 설정했고, 이후 북한도 이를 지켜왔다. 그들에게 유리한 선이었기 때문이다.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 11조에서 정전협정의 군사분계선과 이후 쌍방이 관할하여 온 구역을 불가침경계선과 구역으로 설정함으로써 NLL이 기준선이 되었음은 북한도 잘 알고 있다. 서해에서 충돌의 근본원인은 북한이 고의적으로 무실화시키려는 도발을 이어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이 NLL을 준수하고 고의적으로 침범하지 않는다면 충돌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군사충돌의 근본원인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는 북한에 많은 양보를 해가면서 이번 군사합의를 체결했다. 이는 북한이 성실히 지킬 것이라는 기대감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남북 간 이런 신뢰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향후 이행 여부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중요한 이유다. 아울러 북한 도발시 즉각 대응태세를 유지해야 한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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