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포용정치 고민 없는 포용국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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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0-08   |  발행일 2018-10-08 제30면   |  수정 2018-10-08
대기업 독과점 비판하면서…
지방분권을 내세우면서도…
한반도 평화를 모색하면서…
국내 정치에선 포용은 실종
포용국가론이 변화 이끌길
[아침을 열며] 포용정치 고민 없는 포용국가론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 정치학박사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포용국가 전략회의’를 주재하면서 포용이 우리 사회의 가치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제하지 않는 포용’이 중심에 서야 한다는 포용국가론에 매우 공감한다. 문재인정부가 포용을 가치로 내세운 게 새삼스러운 건 아니다. 포용적 복지국가는 애초 문재인정부의 국정과제에 포함된 주요 전략의 하나였다. 최근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한 논란이 일 때에도 포용적 성장이 문재인정부의 경제 정책에 함께하고 있다는 점을 내세우기도 했다. 그럼에도 포용의 가치에 새삼스럽게 주목하는 것은 우리의 정치에서 실종된 포용의 정치 때문이다.

물론 문 대통령의 포용국가론은 사회경제적 차원의 포용에 초점이 있다. 그러나 우리의 정치 또한 과도한 배제가 지배하고 있다. 포용이 우리 사회의 중심 가치로 자리하려면 국가의 기조를 주도하는 정치도 포용적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동안 우리의 정치는 이런저런 가치와 정책을 내세우면서도 스스로의 문제는 간과하거나 제외시키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대기업의 독과점을 비판하는 경제민주화를 주장하면서도 스스로는 거대 정당 독과점의 특권을 포기하려 하지 않았다. 지금도 그렇다. 지방분권을 내세우면서 막상 정당의 지방분권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적대적 관계에 있던 북한 정권과 한반도 평화와 공동번영을 모색하면서도 국내 상대 정치세력에 반평화 세력이라는 말을 쉽게 한다.

이런 점에서 이번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한 포용국가는 이전과는 다른 차원의 국가전략이 되어야 한다. 배제가 아닌 포용의 가치를 정치 영역에서도 과제로 던져야 한다. 물론 적나라한 권력 투쟁의 정치현실에서 포용은 쉽지 않을 수 있다. 정치권력 자체가 독점적 경향이 있다. 그러나 정치권력의 이런 부정적 속성을 최소화시키는 것이 정치의 발전 방향이고 과제이기도 하다. 제도적 조건과 정치문화에 따라서도 정치의 양상은 달라진다. 권력 독점의 정치제도에서는 적대적 대립이 상승하고 배제의 정치 유혹에 빠지기 쉽다. 협치와 공존의 정치문화를 가진 나라도 있고, 배제와 독점이 지배하는 경우도 있다.

상황에 따라서 배제의 정치가 당연시되기도 한다. 혁명 정권의 시대가 그렇다. 척결과 청산의 대상이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를 두고 촛불혁명을 배경으로 탄생한 정부라 부르는 사람도 있다. 국회 대정부 질의 과정에서 ‘촛불혁명’의 개념 논란이 있기도 했지만, 정치와 정치문화의 혁명적 변화의 계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촛불혁명이라 부를 수 있다. 그러나 문재인정부는 혁명을 주도해서 정권을 잡았던 혁명정부가 아니라 혁명적 요구를 실천해야 하는 정부다. 혁명적 과제의 실천 주체이면서 촛불 시민의 요구를 감당해야 할 대상이기도 하다.

그런 문재인정부가 협치를 내건 것은 당연하고 바람직했다. 협치는 배제와 독점이 아닌 바로 공존과 포용의 정치다. 유감스럽게도 아직까지 이런 변화는 이뤄내지 못했다. 경쟁 대립하고 있는 여야 정치세력 모두에 책임이 있지만, 집권세력의 정의 독점 사고 경향에도 책임이 있다. 집권 초 적폐청산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초래된 측면도 있었다. 그러나 여전한 정의 독점의 사고는 ‘배제의 정치에서 공존과 포용의 정치로’라는 우리 정치의 발전 방향에 역행하는 정치문화다. 또 독점과 배제의 정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치제도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점은 정치권 대다수가 공유해왔던 바이다. 이 또한 유감스럽게도 지지부진하다.

세계적으로 자유화와 민주화 흐름 이후 정치가 새로운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는 진단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포용국가론은 매우 바람직한 방향 제기다. 사실 민주화 이후 우리의 민주주의 과제는 공존의 정치였고, 포용의 국가였다. 사회경제적 영역에서는 경제민주화, 포용적 복지 등으로 진전되었다. 그러나 정치는 여전히 독재타도의 유산인 1987년 체제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포용국가론이 배제와 배타의 정치를 성찰하고 포용의 정치를 모색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 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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