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인성교육- 어떤 선택을 할건가요?

  • 최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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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0-08 07:48  |  수정 2018-10-08 07:48  |  발행일 2018-10-08 제18면
“포기, 습관되지 말아야” 복통에도 달린 마라토너
선택 속에 인생 가치관 담겨있어
결정에 신중함·책임감도 갖춰야
성공보다 성장에 초점 맞춰보길
[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인성교육- 어떤 선택을 할건가요?
일러스트=최소영기자 thdud752@yeongnam.com

마라톤대회에 참여한 19세 청년이 있었습니다. 마라톤 하프종목에 출전했던 이 청년은 경기 도중 갑자기 설사를 할 것 같았습니다. 청년은 망설였습니다. 마라톤을 멈추고 근처 화장실을 찾아갈 것인가, 아니면 설사를 하면서 뛸 것인가. 만약 여러분이 이런 상황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건가요?

이 청년은 설사를 하면서 뛰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2㎞ 지점에서 시작된 설사는 10㎞ 지점을 넘을 동안 계속되었고, 청년은 바지는 물론 다리, 운동화까지 똥물이 흐르는 가운데 계속 달렸습니다. 함께 달리던 다른 마라토너도 청년의 주변에서 멀찍이 떨어져서 달리고, 똥 범벅이 된 채 달리는 청년을 바라보던 사람도 코를 감싸 쥐고 인상을 찌푸렸습니다. 대회가 끝나고 이 청년은 유명해졌습니다. 대회에서 우승해서 유명해졌으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21위에 머물렀고 ‘똥싼 마라토너’라는 별명을 얻어서 유명해졌습니다.

이 청년은 단순히 똥 싼 웃긴 마라토너로 끝난 건 아니었습니다. 스웨덴에서 태어난 이 청년의 이름은 미카엘 에크발입니다. 에크발이 설사를 하면서 21위의 결과를 얻은 대회는 2008년 스웨덴 예테보리 하프마라톤 대회로 4만여명이 참가한 세계 최고의 하프마라톤 대회였습니다. 게다가 그 당시 에크발은 19세의 어린 선수였습니다. 하프마라톤의 절반을 설사와 복통으로 힘들어 하면서도 그는 완주했고 기록은 1시간9분43초였습니다. 4만여명의 참가자 중에서 21위면 10대 선수로서는 꽤 좋은 기록인 것입니다.

에크발은 다음해 같은 대회에 출전해서 9위를 기록했습니다. 또한 계속 멈추지 않고 노력해서 갈수록 성적이 좋아졌습니다. 2014년 3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하프마라톤 대회에서는 1시간2분29초라는 스웨덴 신기록까지 세우게 됩니다. 또한 유럽육상선수권 대회에 스웨덴 국가대표로도 출전하게 됩니다.

저도 마라톤을 하고 있습니다. 비록 아마추어이긴 하지만 2년 연속으로 춘천마라톤대회 풀코스를 완주했습니다. 달리는 동안 수많은 사람과 풍경을 마주하게 됩니다. 근육 경련이 일어나서 종아리를 부여잡고 바닥에 누워 있는 사람도 있고, 호흡이 가빠서 구급차의 도움을 받는 분도 있습니다.

지난 주말 참여한 대구달서하프마라톤 대회 에서 만난 분 중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습니다. 약 17㎞ 지점에서 반환점을 돌아 저와 반대편에서 뛰어오는 남자분이 두 손에 신발을 한 짝씩 잡고 맨발로 달리는 겁니다. 원래 바닥에 있어야 할 신발이 공중에 떠있으니 이상하다 싶어서 나름대로 해석하려고 머리를 굴렸습니다. 잠시 힘든 것도 잊고 말입니다. 아마 그 남자분은 신발이 불편했을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리기를 포기하지 않고 신발을 들고 뛰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혀 모르는 낯선 분이지만 그 분의 삶의 태도가 짐작되었습니다.

다시 에크발 이야기로 돌아가겠습니다. 에크발이 똥 싼 마라톤 대회를 마치자 한 기자가 물었습니다.

“대체 왜 경기를 관두고 씻으러 갈 생각을 안 했습니까?” 에크발은 망설임 없이 대답합니다.

“시간 낭비니까요. 한 번 멈추면 그 다음, 또 그 다음에도 멈추게 되기 쉽지요. 그러면 습관이 됩니다.”

다시 긴 말을 덧대지 않아도 에크발의 말에는 선택을 할 때 무엇을 중요하게 여겼는지가 담겨 있습니다.

어느 책에서 사람의 삶을 알파벳 ‘BCD’로 표현한 것을 봤습니다. ‘B’는 태어남을 뜻하는 ‘Birth’이고, ‘C’는 선택을 뜻하는 ‘Choice’, ‘D’는 죽음을 뜻하는 ‘Death’입니다. 즉 사람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끊임없는 선택의 연속이라는 의미입니다. 한 번의 선택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선택을 할 때 신중에 신중을 기하게 되고, 잘못된 선택으로 평생을 후회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어떠한 선택을 하든지 그 선택에 책임을 질 수 있고, 선택의 방향을 성공보다는 성장에 초점을 맞추면 좋겠습니다.

이수진<대구시지초등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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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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