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 세상보기] 문자공해

  • 천윤자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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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0-03   |  발행일 2018-10-03 제10면   |  수정 2018-10-03
[시민기자 세상보기] 문자공해

‘참 잘나셨습니다.’ 이 말이 갖는 반어법적인 의미에 기분 좋을 사람이 있을까. ‘잘나다’는 얼굴이 잘 생기거나 능력이 남보다 뛰어난 사람에게 쓰는 말이다. 그런데 이 말이 지닌 본래의 뜻보다는 못난 짓을 하는 사람에게 비꼬아 쓰기를 더 즐겨하는 것 같다. 대개 앞뒤의 상황이나 어투에 따라 쓰임이 구분되지만 후자의 경우, 듣는 사람에게 모욕감을 주거나 다툼의 원인을 제공한다.

최근 한 동호회 단체 카톡방에서 시비가 벌어졌다. 문화센터에서 함께 그림을 배우는 수강생들이 모인 이 동호회는 단톡방에서 주로 공지사항, 전시회·공모전 정보, 훌륭한 작품, 좋은 사진 등을 공유하고 더러는 감동적인 글을 올리거나 입상 축하인사를 나눠 왔다. 그러다 어느 날부터 이 단톡방에 장황한 글이 올라왔다. 누구에게나 교훈이 될 법한 내용이었다. 처음 한두 번은 좋은 글을 올려줘 고맙다고 하던 회원들이 매일 반복해서 게재되는 장문의 글을 불편해 했다. 한 회원은 ‘듣기 좋은 꽃노래도 반복하면 스트레스’라며 가끔씩 올려 달라는 주문을 했다.

하지만 이 요청이 글을 올린 게시자의 기분을 상하게 한 모양이었다. 이로 인해 나이와 인격까지 거론하며 ‘조심하라’ ‘자제하라’ 등 서로를 훈계하는 말이 오갔고, 급기야 ‘참 잘나셨습니다’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상황이 이렇게 변하자 서로 자중하고 참으라며 중재하는 회원도 있었지만, 하나둘씩 단톡방에서 퇴장하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이 필수품이 된 요즘 카카오톡이나 문자메시지는 음성전화보다 더 많이 쓰인다. 이 때문에 문자 남용에 따른 공해를 유발하기도 한다. 더욱이 한 자 한 자 정성스레 쓰는 손글씨와 달리 여기저기 퍼와서 사용할 수 있는 점도 문자공해에 한몫한다.

지난 추석에 안부 문자메시지가 잇따랐다. 감사의 마음을 만나서 전하고 싶었지만 바쁜 일상에 쫓겨 문자메시지로 전하고 싶었던 게다. 고마운 일이다. 그러나 잘 알지 못하는 정치인, 영업 목적을 가진 사람 등에게서 받는 문자는 그리 유쾌하지 않다. 내 정보가 어떤 경로로 유출됐을까 의구심마저 든다.

단톡방은 개개인에게 전할 소식을 한꺼번에 알릴 수 있는 편리함 때문에 단체활동에서 자주 사용된다. 여러 사람이 함께 공유하는 만큼 서로의 마음을 헤아리며 조심해야 할 것 같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상대의 자존심에 작은 상처라도 줬다면 먼저 사과하는 것이 성숙한 일이며, 좋은 자세일 것이다. 지난 한가위 보름달처럼 풍성하고 참으로 잘난 사람이 많은 세상이 되길 소망한다.

천윤자 시민기자 kscyj8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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