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건정치칼럼] 업무추진비 논란, 文정부답게 처리해야

  • 송국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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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0-01   |  발행일 2018-10-01 제30면   |  수정 2018-10-01
정부지침 어긴 사용은 명백
불가피성 있다면 설명하고
양해 구해 기준을 바꿔야지
억지해명 급급하는 모습은
文정부답지 못한 일처리법
[송국건정치칼럼] 업무추진비 논란, 文정부답게 처리해야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업무추진비’는 기관을 운영하고 정책을 추진하는 등 공무를 처리하는데 사용하는 비용이다. 신용카드(클린카드·정부 구매카드) 이용이 원칙이지만 불가피한 경우 현금 지출도 가능하다. 통상 ‘판공비’로 불리기도 하는데 예산서상으론 업무추진비로 표시된다. 업무추진비의 사용 기준이 모호하고 사후 정산방법이 명확하지 않아 논란이 되기도 한다는 점에서 ‘눈먼 돈’이라고 불리는 특수활동비와 성격이 비슷하다. 이명박·박근혜정부 시절 청와대의 특수활동비 불법 사용으로 두 전직 대통령이 단죄를 받고 있는 시점에 문재인정부 청와대의 업무추진비 사용이 도마에 올랐다.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실이 기획재정부 재정정보 시스템에 나타난 내역들을 잇따라 폭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보 취득의 적법성 여부, 일부 착오에 의한 문제 제기 같은 논란이 일어나고 있지만 뚜렷이 눈여겨볼 대목도 많다. 그중 하나가 참모들의 클린카드 사용 지침 위반 의혹에 대한 청와대의 인식이다.

정부의 예산집행지침엔 클린카드 사용제한 업종이 규정돼 있다. 유흥업종(룸살롱·유흥주점·단란주점·나이트클럽), 위생업종(이용실·미용실·사우나·안마시술소·발마사지), 레저업종(실내외 골프장·노래방·사교춤·비디오방), 사행업종(카지노·복권방·오락실) 등에선 사용할 수 없다. 특히 술의 경우 당초 기획재정부는 업무추진비를 사용할 수 있는 곳과 안 되는 곳으로 구분했는데, 국민권익위원회는 2011년과 2014년에 ‘업무추진비는 클린카드로 쓰고 클린카드론 일체 술을 마시지 말도록 하라’고 권고했다. 또 클린카드는 법정공휴일 및 토·일요일, 관할근무지와 무관한 지역, 비정상시간대(23시 이후 심야시간대 등)의 사용도 원칙적으로 제한된다. 다만 출장명령서·휴일근무명령서 같은 증빙서류를 제출해 클린카드 사용의 불가피성을 입증하는 경우엔 가능하다.

심 의원실에 따르면 청와대 참모들은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작년 5월부터 16개월 동안 심야시간대에 231건(4천132만8천690원), 공휴일 및 토·일요일에 1천611건(2억461만8천390원)을 업무추진비로 결제했다. 주점에서도 총 236건에 3천132만5천900원을 사용했고, 이와 별개로 ‘비어(Beer)’ ‘호프’ ‘맥주’ ‘펍’ ‘이자카야’ ‘와인바’ ‘바(Bar)’ 상호를 가진 곳에서도 사용한 걸로 나타난다. 청와대는 ‘주점’에 대해 “불가피한 사유로 늦은 시간 간담회 개최 때 대부분의 일반식당이 영업을 종료해 실제로는 다수의 음식류를 판매하는 기타 일반음식점에서 부득이 사용한 것”이라고 했다. ‘심야시간대’와 ‘주말’ 사용은 “대통령비서실은 국정운영 업무의 특성상 365일 24시간 다수의 직원들이 긴급 현안 및 재난상황 관리 등을 위해 관련 업무를 긴박하게 추진한다”고 했다. ‘사우나’ 사용분에 대해선 “평창 동계올림픽 때 고생하는 군·경을 목욕시킨 게 뭐가 문제냐”고도 한다.

그럼에도 청와대의 해명은 명쾌하지 않다. 불가피한 시간대 사용 부분은 사유서 같은 증빙서류를 제출받았다고 하지만 늦은 시간 주점에서 어떤 국정현안을 놓고 간담회를 했는지 궁금하다. 업무 특성상 24시간 비상대기하고 현장에 투입되는 군인이나 경찰, 119구조대도 청와대처럼 심야시간대와 주말에 업무추진비를 사용할까. 청와대의 업무 특성상 불가피성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명백하게 국정 운영 꼭대기에 있는 청와대의 정부지침 위반이다. 아마도 이런 행태는 전임 정부에서도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그런 적폐를 답습하는 건 문재인정부 청와대답지 않다. 차라리 국민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새 지침을 만드는 게 문재인정부다운 일처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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