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남북한 상생은 ‘ICT 협력’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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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0-01   |  발행일 2018-10-01 제30면   |  수정 2018-10-01
4차 산업혁명 시대적 변화
평양공동선언에서 쏙빠져
ICT는 남북협력에 필수적
한반도 DATA고속道 필요
자유로운 정보교류 시작을
[아침을 열며] 남북한 상생은 ‘ICT 협력’에 있다
박문우 한국정보화진흥원 사회혁신 TF팀장·북한학 박사

지난달은 한반도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평양에서 열렸던 남북정상회담에 관한 이야기로 가득했다. 평양 순안공항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포옹으로 시작된 평양정상회담은 김정은 시대 북한의 변화상을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김정일 시대와는 달리 화려해진 평양 시내의 고층 건물들과 스카이라인, 잘 정비된 도로와 깨끗한 식당, 평양 주민들을 위해 새롭게 오픈한 각종 인민봉사기지(편의시설) 그리고 한층 밝고 부드러워진 평양 주민들의 모습이 여과 없이 전 세계로 중계됐다.

이러한 변화의 자신감이 그대로 ‘평양공동선언’으로 이어졌고, 한반도 비핵화 의지 표명과 평화정착을 위한 상호 적대행위 종식, 철도와 도로 연결을 비롯한 상호 협력의 가속화, 이산가족 문제해결을 위한 상호 간 노력, 문화·예술분야의 교류 증진 그리고 김정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 등 지난 4월 ‘판문점 선언’보다 좀 더 구체적이고 진전된 합의가 나왔다.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동·서해선 철도와 도로연결의 연내 착공, 산림 및 보건·의료분야 협력, 이산가족상설면회소 설치, 화상상봉과 영상편지의 교환, 평양예술단의 서울공연 등은 물론 비록 ‘조건이 마련되는 데 따라’라는 전제가 붙긴 했지만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사업 정상화, 서해경제공동특구, 동해관광공동특구 등 민족경제의 균형발전을 위한 조치들이 제시됨에 따라 국내에서는 북한과의 교류협력 기대가 한층 높아졌다.

하지만 이번 ‘평양공동선언’에 제시된 교류·협력 내용들은 미래 한반도를 준비하기에는 다소 아쉬운 면이 있다. 남한은 정보화 사회를 넘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고 있고, 북한 역시 김정은 집권 후 ‘과학기술발전에서의 새로운 비약을 이룩하자’는 구호 아래 ‘인민 경제의 현대화, 정보화를 통해 지식경제로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정보화 사회의 높은 단계, 대자료(빅데이터) 시대’를 강조하며, 전국적으로 1만4천여개의 과학기술보급거점들을 ‘과학기술전당 과학기술보급실망체계’로 연결·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4차 산업혁명 시대적 변화를 공동선언에 담지 못한 듯하여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ICT와 과학기술 분야의 교류·협력이 다양한 국제제재에 가로막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유엔 대북제재(제2375호)에 의해 북한과의 합영·합작이 금지되어 있으며, 우리 정부의 5·24조치에 따라 남북교역·대북투자 역시 금지되고 있다. 또한 미국은 독자적 행정명령에 의해 북한과의 달러거래 금지는 물론 다양한 분야에서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인도 제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시대 ‘상호호혜와 민족경제의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ICT 분야에서의 남북한 간 교류와 협력은 필수적이다. 이는 북한도 지향하고 있고,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 역시 ICT에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우선 ICT 분야의 인적교류가 선행되어야 한다. 우수하다고 알려진 북한 SW인력과 교류를 통해 상호 기술수준과 우위분야를 확인하고,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또한 막혀 있는 정보교류의 장벽도 걷어야 한다. 북한은 최소한 ICT 분야의 교류를 위한 네트워크 개방을, 우리 정부도 북한 사이트 접속차단 해제를 포함해 네트워크를 통한 대북접촉을 허용해야 할 것이다. 즉 남북한 간의 자유로운 정보의 왕래가 가능한 ‘한반도 DATA 고속도로’를 만들어야 한다. 또한 남북한 ICT 전문기관 간의 교류를 추진해야 한다. 이러한 정보와 인적교류는 ICT 분야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 남북한이 상호 이해하고 상생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할 것이며, 4차 산업혁명시대 한반도 신경제구상의 미래비전을 제시해 줄 수 있을 것이다.

10월 깊어지는 가을 만큼 ‘한반도의 평화’와 ‘ICT로 남북이 통(通)하는 시대’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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