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교육] 당신에 대해 말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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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0-01  |  수정 2018-10-01 07:55  |  발행일 2018-10-01 제15면
[행복한 교육] 당신에 대해 말해 주세요
김희숙 (대구 새론중 교장)

퇴근 시간이 지났는데 선생님이 황급히 들어왔다. “하도 머리를 긁어서 머리를 감겼는데 머리 밑과 목덜미에 이런 엄청난 상처가 있네요.” 우리 학교에서 가장 돌봄이 필요한 학생의 사진이었다. 조치를 취하고 기다리는 동안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일반 사람은 도무지 어떻게 대화할지도 모를 정도지만 이 학생은 창의적이고 표현력이 좋아요. 그런데 아이가 입학한 이래로 이 아이에게 쏟아야 할 저의 에너지와 시간을 그 어머니에게 60%는 쓴 것 같아요.”

토·일요일을 보내고 오면 아이는 더 거칠고 괴성을 지르며 자주 흥분했다. 어머니는 딸을 감당하지 못했다. 비슷한 처지에 있는 어머니들과의 커뮤니티도 아직까지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한없이 생떼를 쓰는 것만 같은 딸의 버릇을 고친다고 달래고 혼내고 때리기도 하면서 스스로 지쳐갔다. 그 반작용으로 교사는 시달리고, 부모의 처지를 이해하고 부모의 수용 정도에 맞추어 이야기의 수위를 조정하며 법적인 문제까지 코칭한다.

이제 겨우 이십 대 후반, 아직 어린 선생님이 어떻게 저렇게 지혜롭게 학생과 부모를 대할까 볼수록 놀랍다. 차분하게 미소는 짓지만 이를 드러내 시원하게 웃지 않는다. 삼남매 막내로, 7살이나 차이 나는 중간의 오빠가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다고 했다. 가족 모두가 신앙의 힘으로 오빠를 돌보고 서로를 소중하게 생각하며 특히 많은 짐을 진 어머니를 극진히 섬긴다고 한다. 인간극장이나 영화에 나올 보석 같은 가족이었다. 삼십대 중반이 된 오빠와 함께한 신산한 삶…. 가족 모두 단단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일을 겪었을까 짐작하기도 쉽지 않았다.

자폐증 연구가인 아스퍼거는 “가장 훌륭한 교사는 다른 사람과 똑같이 행동하라고 강요하지 않고 스스로 다가가 중간지점에서 만나자고 하는 사람이다. 이들을 이끄는 데는 엄청난 노력과 고도의 집중력을 필요로 한다”고 말한다.

이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극심한 시대 변화로 타인과의 삶이 피로해지고 자기 회의에 빠진 평범한 사람들이 늘어난다. 또한 언제나 희생과 헌신으로 굳건히 자기 자리를 지켰던 어머니, 여자들이 달라지고 있다. 짓눌리고 틀 안에 가두었던 모성은 차라리 내던지고 싶은 것이다.

그런가하면 어떤 학부모는 딸이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과 이런저런 일로 다투면서 속상해하자 피해자 코스프레로 온 학교를 뒤집어 놓는다. 사실 ‘모성’은 자식을 낳아 기르는 정만 의미하는 게 아니다. 다른 사람을, 특히 약한 사람, 힘든 사람들을 아우르고 포용하는 마음이다. 극단적인 이기주의자들은 곪아터진 자신을, 스스로의 상처를 가까이에서 바라보는 힘이 부족한 사람이다. 정신과 진료와 꾸준한 상담을 당연히 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아니면 말고’라는 식으로 어깃장을 놓는다.

‘내가 아는 많은 것은 식탁에서 배웠다’라고 말하도록 가정이 회복되어야 한다. 감정과 생각을 존중 받아야 개인이 자존감을 느끼고 스스로 만족하는 법을 안다. 그리고 타인의 자존감도 인정하고 배려할 수 있을 때 더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Speak Yourself’ 며칠 전 유엔총회에 참석한 방탄소년단이 던진 화두다. 부모, 학교는 절대반지가 아니다. 이 시스템에 아이들이 짓눌리지 않도록, 반대로 흔들리는 어른들에게 아이들이 절대 권력을 휘두르지 않도록 스스로를 사랑하고 성장 경험을 나누며 살아가야 한다.
김희숙 (대구 새론중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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