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불황의 늪’ 구미산단, 지방경제 황폐화 웅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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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9-22   |  발행일 2018-09-22 제23면   |  수정 2018-09-22

대구·경북의 전자산업 메카로 위상을 드높였던 구미산업단지가 심각한 불황에 빠졌다. 2013년 367억달러에 이르렀던 구미산단의 수출 실적은 지난해 283억달러로 급감한데 이어 올해도 하향세가 지속되고 있다. 8월 말까지 171억달러로 집계돼 작년 동기보다 4% 감소했다. 국내에서 차지하는 구미산단의 수출 비중 또한 2005년 10.7%에서 지난해엔 5% 아래로 꼬꾸라졌다.

구미산업단지의 불황은 지방세 체납과 실업률 상승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구미지역 지방세 체납은 2015년 302억원이었으나 올해는 8월 말 현재 345억원을 넘어섰고, 올 상반기 구미 실업률은 5.2%로 전국 기초단체 중 넷째로 높았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지난 20일 아시아포럼21 초청 토론회에서 “구미의 중소기업 가동률이 40%대로 전국 최하위 수준이며, 대기업이 떠나고 있어 추락 직전”이라고 말했다.

구미산업단지 불황의 결정적 동인(動因)은 전자 대기업의 수도권 집중 투자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평택에 15조6천억원을 투자해 세계 최대 반도체공장을 지었고, LG디스플레이는 파주에 대규모 생산시설을 건립했다. SK하이닉스는 이천에 15조원을 투자해 메모리 반도체 생산라인을 증설할 예정이다. 모두 경기도다. 삼성전자는 이미 평택-수원-화성으로 이어지는 IT 삼각벨트를 구축했다. 삼성의 향후 투자계획도 수도권 위주로 이뤄질 전망이다.

구미산업단지의 수출 부진은 구조적이고 추세적이며 구미만의 지엽적인 문제가 아니다. 황폐화돼가고 있는 지방경제의 한 단면이다. 정부의 획기적 대책이 없고서는 상황이 반전되기 어렵다. 강력한 지역균형발전 정책과 대기업 지방 유인책이 필요하다. 대통령과 장관이 나서서 기업의 지방 투자를 독려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의 대응은 안이하다. 지방경제에 대한 위기의식도 전혀 없다. 어제 국회를 통과한 지역특구법안은 비수도권에 규제자유특구를 지정한 뒤 각종 규제특례를 적용해 지역혁신성장산업과 지역전략산업을 육성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이 정도론 꺼져가는 지방경제의 성장동력을 살려내기 힘들다.

법인세 공동세화 같은 홍심(紅心)을 찌르는 대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법인세 50%를 지방세로 돌릴 경우 지역균형발전과 지자체 재정 건전화, 대기업의 지방이전 촉진 등 다목적 포석이 될 수 있다. 120여개에 달하는 수도권 공공기관의 추가 지방이전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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