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9·19 평양공동선언의 의미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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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9-21   |  발행일 2018-09-21 제4면   |  수정 2018-09-21
[특별기고] 9·19 평양공동선언의 의미와 과제
정희석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가운데 열린 제5차 남북정상회담이 막을 내렸다. 정상회담 결과 채택된 평양공동선언은 지난 4·27 판문점선언을 철저히 이행해 남북관계를 ‘새로운’ ‘높은’ 단계로 진전시키려는 진일보한 조치를 담고 있다. ‘새로운 높은 단계’는 화해협력을 통한 남북평화공존관계 구축이다.

평양공동선언에서 눈길을 끄는 합의는 남북군사공동위원회의 조속한 가동이다. 이 기구는 우발적 무력충돌 예방은 물론 군사적 신뢰구축을 통해 일상화한 전쟁공포에서 벗어나고 제도화한 평화로 나아가는 데 긴요한 역할을 할 전망이다. 군사분계선을 따라 사격·비행을 금지하는 완충지대를 설치한다는 내용의 부속합의서 채택 역시 군사적 적대관계 종식과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중대한 조치로 평가할 만하다. 공동선언문에는 이밖에 경제, 환경, 보건의료, 문화예술, 그리고 인도적 협력 분야 등에서 공동번영을 이루기 위한 실질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의 초미의 관심사는 역시 북미관계를 교착상태에 빠뜨렸던 북한의 비핵화 문제였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김정일 위원장이 자신의 육성을 통해 한반도를 핵무기도, 핵위협도 없는 평화의 땅으로 만드는 것이 자신의 의지라는 사실을 확약한 점이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공식적으로 대외에 비핵화를 천명한 전례가 없다. 4월27일 판문점 남북정상회담과 6월12일 센토사 북미정상회담에서는 비핵화 사항이 선언문에 명기됐을 뿐이다. 더구나 김일성·김정일 시대와 달리 정상회담 생중계, 퍼스트레이디 역할, 사열 때 각하 호칭 사용, 김정은 위원장 집무실이 있는 노동당 청사에서의 정상회담,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방문 약속 등 상징적 외교행위를 통해 정상국가 이미지를 대외적으로 각인시키려는 김정은 위원장의 육성 선언이란 점에서 더욱 무게감이 실렸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관련해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발사대를 관련국가 전문가의 참관 하에 영구 폐기하기로 명기한 것도 상당한 진전이다.

평양공동선언이 발표되자 국내외 일부 전문가는 핵무기·핵시설 리스트 제출과 같은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내용이 빠져 있어 기대에 못 미친다고 지적하면서 북미 간 교착상태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하지만 트럼프 미 대통령은 “우리는 북한과 관련해 엄청난 진전을 이뤘다”면서 남북정상회담의 결과를 환영했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북한과의 협상재개 입장을 밝혔다. 결국 평양공동선언이 북미 간 비핵화 협상 재개의 명분을 제공한 셈이다. 이달 들어 지지율이 40%대 아래로 떨어진 트럼프 대통령이 11월6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북한 비핵화를 ‘관심전환 외교정책(Diversionary Foreign Policy)’의 일환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된다. 즉 실질적인 비핵화 결과물을 자신의 지지율 회복과 중간선거 승리를 위한 카드로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이제 공을 넘겨받은 트럼프 대통령이 성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할 때다. 거래과정에서 상대에게 요구만 하고 받기만을 기대하는 자는 거래의 달인일 수가 없다. 9월25일 한미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전향적 자세를 기대해 본다. 더불어 초기단계의 미국 독자 대북제재라 할 수 있는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을 해제해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를 견인해 주길 바란다.

평양공동선언이 실질적으로 이행되기 위해선 무엇보다 국민의 지지, 특히 국회의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예산이 수반되는 동·서해선 철도 및 도로 연결사업을 비롯한 경제협력사업은 국회의 동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판문점선언에 대한 국회비준은 여야의 첨예한 입장 차이로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당리당략을 떠나 대승적 차원의 협치가 절실한 시기다. 우리는 지금 한 번도 가 보지 못한 한반도 평화로의 길 입구에 서있다.
정희석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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