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북도 출자·출연 기관장 일괄사퇴는 당연한 수순

  • 뉴미디어부
  • |
  • 입력 2018-09-20   |  발행일 2018-09-20 제31면   |  수정 2018-09-20

뭉개기와 눌러앉기가 정치권의 전유물만은 아닌 모양이다. 경북도 출자·출연 기관장의 거취를 둘러싸고 말들이 많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하등 논란이 일 이유가 없는데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도지사가 선임하는 경북도 산하 기관장이라면 일괄 사퇴를 하는 게 정해진 수순이다. 물론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일부 기관은 예외일 수 있다. 나아가 경영능력을 인정받은 기관장은 재신임을 받을 수도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 모든 예외조차 신임 도지사의 객관적인 평가 절차를 거쳐야 마땅하다. 지방정부 수장이 바뀌면 기관장은 누가 뭐라고 하기 전에 자리를 내놓아야 한다. 좌고우면 우물쭈물하다가는 능력은 고사하고 예의도 염치도 없다는 소리를 듣기 십상이다.

경북도 출자·출연기관장들이 버티는 이유가 뭔지 궁금하다. 부산, 광주, 경기, 경남 등 다른 시·도에선 민선 7기 출범에 맞춰 산하 기관장들이 이미 일괄사표를 내고 재신임 절차를 거치고 있다. 도지사가 임명하는 기관장은 사실상 정무직이기에 임기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임기를 앞세워 기득권을 주장하는 것은 낙하산이 낙하산 타령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볼썽사납기 그지없다. 급기야는 경북도의회가 총대를 메는 해프닝을 연출했다. 이춘우 도의원은 최근 임시회 5분자유발언을 통해 전임 도지사가 임명한 25개 출자·출연기관장들은 전원 일괄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많은 의원들도 이러한 주장에 동의를 표한다.

일부 반대 논리로 임기보장을 해야 책임 경영이 가능하다는 주장은 백 번 옳다. 그러나 임기보장 또한 재검증을 거쳐 선별돼야지 무조건 자리를 지켜주는 방식으로는 곤란하다. 이철우 도지사는 ‘출자·출연기관장의 일괄사퇴는 없다’고 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한마디로 기관장들이 이 도지사의 입장을 헤아려야지 그러지 못하면 무능력자란 소리를 듣게 돼 있다. 이 도지사는 전임 도지사 시절 정무부지사를 역임한 바 있다. 기실 재직 중인 기관장 중에는 전임 도지사 임기 말에 특임된 인사라는 비판도 없지 않다. 기관장의 인사가 정실과 보은 탓에 파행을 해서는 안 된다. 인사는 조직의 원리원칙과 타 지역의 선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으면 형통하게 된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기관장들이 일괄 사퇴하고 재신임을 묻기 바란다. 그런 절차적 정당성을 거쳐야 기관장으로서 권위와 권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더 이상 갑론을박을 할 여지가 없다. 재신임 여부를 묻는 게 인사권자에 대한 당연한 도리이자 자신에게도 떳떳한 일이다. 자리보전에 급급한 모양새는 도민들까지 남세스럽게 할 뿐이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