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오페라 ‘돈 카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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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9-20 08:03  |  수정 2018-09-20 08:03  |  발행일 2018-09-20 제22면
[문화산책] 오페라 ‘돈 카를로’
마혜선<성악가>

매년 대구국제오페라축제의 개막작은 관객뿐만 아니라 성악가에게도 아주 큰 관심과 기대를 갖게 한다. 이번 제16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의 개막작에 대한 궁금증 또한 어느 해보다도 높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대구오페라하우스가 발표한 것처럼 이번 개막작 오페라 ‘돈 카를로’에는 대한민국 성악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베이스 연광철의 출연이 확정되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개막 한 달 전부터 매진의 조짐이 보일 만큼 예매의 속도가 빨랐다고 했다.

독일어권 성악가 최고 영예인 ‘궁정가수(캄머쟁어)’호칭을 부여받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그와 함께 지역을 대표하는 유럽의 떠오르는 샛별인 테너 권재희, 그리고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소프라노 서선영 등이 호흡을 맞췄다. 또한 지난해 오페라대상을 받은 이회수의 연출 역시 굉장한 기대를 갖게 했다. 단일 캐스트로서 주역들의 컨디션과 부담감은 몇 배일 것이나 밀도 높은 무대가 될 것임에는 틀림없어 보였다.

16세기 스페인 궁정실화를 바탕으로 다섯 주인공 사이의 엇갈린 사랑과 배신, 오해와 비극을 치밀하게 그려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다섯 명이 모두 한 곡 이상의 완전한 아리아를 가지고 있고 이중창, 삼중창까지 진정한 ‘아리아의 성찬’을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다시 말해 ‘돈 카를로’는 유럽판 사도세자로 불리며 인간의 심리와 감정을 섬세하게 묘사한 베르디의 걸작이다. 베이스 이중창 등 묵직한 저음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무대를 맞이하는 순간 마치 16세기의 그곳에 있는 듯했다. 조금은 단조로운 듯하나 고풍스러우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으로 객석을 압도하는 무대와 역동적인 영상미가 두드러졌다. 어둡고 무거운 무대를 현대적 감각의 LED 조명으로 다양한 색감을 가볍지 않게 표현해냈다. 또한 객석을 오가며 관객과 호흡을 함께하는 연기자들의 움직임은 자칫 어둡고 무거운 주제로 인한 지루함을 무색하게 했다.

10년 전 만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오페라의 무대기술들이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실현되고 있다는 현실이 지역성악가의 한 사람으로서 자부심을 느끼게 했다. 하지만 아직도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무대들을 제작하는 제작소가 대구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제작되는 공연이 지난해부터 10편 이상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에 발맞추어 무대와 소품을 직접 제작하고 보관할 수 있는 제작소가 지역에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무대와 소품을 직접 제작하는 일, 적지 않은 예산을 투입해 공들여 만든 무대나 소품 등이 한두 번 사용 후 보관 공간이 없어 폐기되는 환경을 개선하는 일은 대구 오페라, 대구 예술 발전을 위해 우선적으로 시급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마혜선<성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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