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딸이 부르는 ‘자살송’에 깜짝

  • 양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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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9-20 07:35  |  수정 2018-09-20 10:47  |  발행일 2018-09-20 제11면
‘대박자송’ 조회수 100만 넘어
식충 등 자기비하 표현 가득
청소년끼리 SNS 공유·인증샷
게시자는 처벌 규정조차 없어

장선미씨(여·39)는 최근 초등생인 딸이 흥얼거리는 노래를 듣고 귀를 의심했다. ‘나는 밥만 먹는 식충. 엄마 미안해요. 물론 아빠도 미안해요’ ‘대가리 박고 자살하자’라는 끔찍한 가사를 반복했기 때문이다. 이 노래는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확산하고 있는 ‘대박자송’으로 ‘식충’ ‘멍청이’ 등 자기비하 표현이 가득하다. 장씨는 “가사의 의미가 무엇인지 아이에게 설명하고 다시는 이 노래를 부르지 않기로 다짐을 받았다”면서 “또래들 사이에서 제법 유행인 것 같다. 아이들도 볼 수 있는 SNS에 영상과 함께 노래가 버젓이 게시돼 있는 것을 보니 걱정이 크다”고 했다.

자살·자해 등 자극적 내용을 담은 ‘자살송’이 청소년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다. 지난해 등장한 ‘대박자송’은 조회수 100만회 이상을 기록 중이다. ‘스스로 목줄에 목을 맸어’와 같이 구체적 자살 방법을 언급하는 노래도 온라인공간에 게시돼 있어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청소년들은 자살송 영상을 SNS에 공유하거나 가사내용에 따라 사진을 찍어 게시하는 인증샷도 올리고 있다.

이에 여성가족부는 지난 17일 자살·자해를 언급하는 가요 29곡을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지정하고 유통을 금지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보다 실효성 있는 법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자살 관련 정보를 ‘불법정보’로 취급하고 게시자에 대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것. 실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상 자살 관련 정보는 ‘불법정보’가 아닌 ‘유해정보’로 분류돼 게시자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다. 또한 유튜브·인스타그램 등 해외 사이트에 게시된 자살 관련 정보는 운영자 협조를 얻어야만 성인인증 대상물로 지정될 수 있고, 이를 강제할 순 없다.

박은영 대구가톨릭대 교수(심리학과)는 “자살송 등장에는 ‘헬조선’ ‘3포세대’ 등 기성세대가 해결하지 못하는 현실적 어려움이 영향을 준 것 같아 씁쓸하다”며 “청소년이 중독성 강한 자살송을 듣다 보면 은연 중에 충동적으로 가사 내용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 이를 게시하기 전에 심의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SNS 플랫폼 업체도 자발적으로 자살 관련 정보를 모니터링해 이를 정리하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학교에서도 단순한 자살예방 교육이 아닌 토론·활동 등을 통해 자살의 심각성을 깨닫게 하는 캠페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양승진기자 promotion7@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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