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하기 좋은 대구 만들기 .2] 부산예술인복지지원센터

  • 최미애
  • |
  • 입력 2018-09-19   |  발행일 2018-09-19 제9면   |  수정 2018-09-19
창작공간 내주는 ‘반딧불이 사업’ 7호점까지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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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 사업으로 운영되는 부산 남구 감만동의 반딧불이 2호점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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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 2호점 입주단체인 ‘쓸모있는 일 연구소’가 시민 참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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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최초의 지역 예술인 복지 지원 기관인 부산예술인복지지원센터의 내부 전경.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은 예술인을 위한 복지 사업을 수행하는 거점기관이다. 사업 특성상 여느 기관보다도 예술인들이 쉽게 찾아갈 수 있는 곳에 위치해야 하지만, 서울에 있어 지역 예술인에게는 멀게만 느껴질 수밖에 없다. 2016년 3월 전국 최초의 지역 예술인 복지 지원 기관인 부산예술인복지지원센터가 문을 열었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과 연계·협력해 정부의 복지 관련 사업을 추진하면서 동시에 지역 실정에 맞는 예술인 복지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센터의 역할이다.

전국 최초 지역예술인 맞춤지원
재개발 지역 등 빈 집 기부 받아
개보수비용 700만∼800만원 부담
김밥 만들며 미술 이야기 하는 등
동네주민 참여 공간으로도 활용

일자리파견·박람회사업도 진행
참여 기업도 올해 35곳으로 늘어
대부분 홍보·제품기획 분야 근무


◆지역 예술인들에 맞는 사업

정부의 예술인 복지 사업의 혜택을 지역 예술인은 상대적으로 누리기 쉽지 않다. 이런 현실은 부산에 예술인복지지원센터가 생기게 된 계기가 됐다. 센터는 운영 첫 해에는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대표적인 사업 중 하나인 예술인 활동 증명대행 업무 정도로 시작했다. 지난해 센터가 공간을 마련하면서 본격적으로 부산만의 자체 예술인 복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예술인 일자리 파견 지원사업, 예술인 일자리 박람회, 반딧불이 사업, 예술인 법률 상담 및 신문고 운영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지역 예술인에 맞는 정책을 수립하기 위한 실태 조사도 3년마다 진행하고 있다. 2015년 처음 시작했으며, 올해 조사도 착수 단계에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예술인 실태 조사와 비슷하지만, 좀 더 부산 실정에 맞게 지역 예술단체 회원, 센터에서 예술인 활동 증명 대행을 이용한 예술인과 재단을 방문했던 예술인 등을 대상으로 조사한다.

센터의 예산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센터에 따르면 올해 예산은 10억원으로, 100% 시비다. 사업만 하던 첫 해는 1억원으로 시작해 예술인들이 찾아올 수 있는 예술인복지지원센터가 문을 연 지난해 예산은 4억원으로 올랐다.

부산예술인복지지원센터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이환희씨는 “이전까지만 해도 지원사업에 궁금한 점이 있으면 문화재단에 부서를 확인해 물어봤는데 센터가 생기면서 예술인들이 자신과 관련된 지원사업에 대해 일상적으로 물어볼 수 있게 됐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인 것 같다”고 말했다.

◆빈집 활용한 창작 공간 제공

지난달 16일 오후 3시 부산 남구 감만동의 한 주택. 미술, 연극 등의 분야에서 활동 중인 부산의 젊은 예술인으로 구성된 ‘쓸모있는 일 연구소’가 이날 처음으로 ‘시민예술식당’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첫 프로그램으로 김밥을 직접 만들어 먹으며 현대미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마련됐다. 창작활동에 필요한 것 중 하나는 공간이다. 공간이 생기면 그 곳을 중심으로 활동을 하게 되고 다양한 아이디어가 모이기 때문이다. 감만동에 위치한 이 주택은 부산예술인복지지원센터의 대표적인 사업 중 하나인 반딧불이 사업으로 조성된 반딧불이 2호점이다.

반딧불이는 재개발 지역 등의 빈 집을 연(年) 단위로 기부받아 문학, 연극, 영상, 시각예술 등의 분야에서 활동 중인 예술인들의 창작공간으로 제공하는 사업이다. 현재 7호점까지 운영 중이다. 빈집을 그대로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부산예술인복지지원센터에서 개보수비용(700만~800만원)도 부담한다. 창작공간은 동네 주민들과 함께하는 연극 만들기, 액세서리 만들기 등 주민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공간으로도 활용한다.

반딧불이 2호점에 입주한 쓸모있는 일 연구소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이지안씨(25)는 “단체가 생긴 지 얼마되지 않다보니 레지던시 공간에 입주하기는 어려운데 운 좋게 공간을 얻었다. 도시재생에 관심이 많은 단체라서 이곳에서 활동하며 지역 주민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가까이서 들어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지역 기업과 연계하는 일자리 파견 지원사업

예술인에 대한 채용 수요가 있는 기업이나 기관에 일자리를 찾는 데 관심이 있는 예술인을 연결시켜 주는 사업도 운영 중이다. 예술인 일자리 파견 지원사업이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이미 시행 중이지만, 좀 더 지역 기업과 예술인의 수요에 맞게 진행하고 있다. 월 30시간 이상 60시간 미만 일하는 조건으로 120만원의 월급을 받게 된다. 지난해 13개 기업이 참여했고, 올해는 2배 이상인 35개 기업이 참가했다. 예술인들이 일하게 되는 분야는 기업의 홍보, 제품에 대한 기획 등 기존에 하던 창작활동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가 대부분이다.

예를 들면 결혼식 영상 촬영처럼 전혀 관련 없는 분야의 일이 아니라, 내가 했던 창작 활동을 연장해 기업이나 기관에서 홍보 영상 촬영 등을 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이 사업과 연계해 예술인 일자리 박람회도 진행하고 있다. 올해 열린 일자리 박람회에는 예술협동조합과 같은 예술단체, 부산도시공사와 같은 공공기관, 복지시설 등 여러 분야의 기관·기업이 참여했다.

일부 아쉬운 점도 있다. 기관 수가 늘어나면서 일자리의 질은 오히려 낮아졌다는 평가도 나온다는 게 부산예술인복지지원센터 측의 설명이다.

부산예술인복지지원센터 관계자는 “예술인과 기업이 협업이 되는 구조가 되어야 하는데, 그냥 일반 직원처럼 일하는 경우도 있다. 내년에는 공기업보다는 향토기업의 참여를 늘리고, 기업의 예술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 실질적인 예술활동을 통한 협업을 유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부산에서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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