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경협은 평화 담보장치…개성공단 재개 마중물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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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9-19   |  발행일 2018-09-19 제7면   |  수정 2018-09-19
회담 특별수행원 3분의 1 경제인
한반도 공동번영 의지 분명히 해
경제적 상호의존 심화가 곧 평화
[특별기고] “경협은 평화 담보장치…개성공단 재개 마중물 기대”
김진향 개성공업지구 지원재단 이사장

평양은 지금 그야말로 ‘역사적’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올해 벌써 세 번째 정상회담을 열고 있다. 문 대통령의 첫 방북이자 한국 대통령의 세 번째 평양 방문이다. 김 위원장 부부는 순안국제공항에 직접 나와 문 대통령 부부를 최고의 예우로 영접했다. 남북 정상이 함께 평양시내를 카퍼레이드하는 초유의 ‘사건’도 있었다. 인도에 나온 수많은 평양시민이 한국 대통령을 열렬히 환영하는 감동스러운 장면은 전세계로 중계됐다.

이번 정상회담의 3대 의제는 ‘남북관계 개선’ ‘비핵화를 위한 북미 대화 중재 촉진’ ‘남북 간 군사적 긴장과 전쟁위협 종식’이다. 이 중 ‘비핵화를 위한 북미대화 중재 촉진’이 최우선 의제라는 견해가 많으나 궁극의 목표인 ‘한반도 평화’를 위한 과정에서 본다면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의제가 없다. 사실 비핵화 문제는 교착상태의 북미관계 진전을 위한 중재자의 측면에서 다뤄질 것이다. 그런 점에서 오히려 남과 북은 4·27판문점선언 이후 큰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남북관계 개선’ ‘군사긴장·전쟁위협 종식’ 분야에서 좀 더 가시적인 성과를 낼 가능성이 높다.

특히 정상회담 특별수행원 중 3분의 1이 대기업(삼성·SK·LG·현대),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그리고 개성공단기업대표 등 경제인이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비핵화·종전선언 등 모든 과정이 사실상 남북한 번영을 위한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남심북심(南心北心)이었을까. 우리 정부의 이런 의지에 북측도 호응했다. 북측은 양 정상의 평양시내 카퍼레이드를 통해 그동안 자신들이 추구해 온 경제개혁의 과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카퍼레이드가 진행된 평양의 여명거리·미래과학자거리 등은 김 위원장 집권 이후 북측의 경제 발전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상징물이다. 카퍼레이드를 통해 이들을 세계에 알린 것은 북한의 현재 모습과 향후 관계 진전을 통한 경제발전 의지를 강하게 나타낸 것이라 할 수 있다.

국제정치학에서 자유주의자들은 ‘경제적 무역관계 등으로 개방된 국가끼리는 전쟁을 하지 않는다’는 명제를 강조한다. 국가 간 경제적 상호의존 관계가 심화하면 그 자체가 평화라고 보는 것이다. 단절돼 있을 때는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지만 의존관계가 많을수록 상호 이해관계가 커져 평화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이런 점에서 남북관계 진전을 통한 경제협력은 그 자체로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온다. 즉 남측 기업이 북쪽에서 사업을 영위하면 그 자체가 평화이고, 종전선언 이후 북미관계 진전을 통해 미국 기업이 북한에 들어가면 그 자체가 실질적인 평화를 담보하는 물리적 장치가 된다.

북측이 미국과 전 세계에 보내는 신호도 바로 이 부분과 관련 있다. 북한은 적대관계의 상징인 휴전협정을 폐기하고 종전을 선언함으로써 미국의 기업이 북한에 투자하길 원하고 있다. 그런 신뢰구축의 과정에서 완전한 비핵화도 하겠다는 의도다. 종전선언과 평화가 담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북측이 안보의 핵심인 핵을 내려놓을 리가 만무하다. 비핵화 의지는 이미 수차례 선언으로 확약했다.

남북경협은 한국경제의 활로 모색에도 매우 중요하다. 수출주도형 경제인 한국경제는 중국의 부상과 선진국의 보호무역주의로 구조적 저성장에 봉착해 있다. 구조적 저성장을 넘어갈 수 있는 유일한 돌파구는 남북경협이다. 남북경협은 업종을 불문하고 그 자체로 다시 중국보다 비교우위에 설 수 있다. 남북경협의 상징인 개성공단 14년 역사가 그것을 방증한다. 남북경협은 한국 경제와 산업 전반에 엄청난 기회로 작동할 것이며, 남북한의 상호보완적 경제를 가능케 할 것이다.

4·27판문점선언의 핵심이자 이번 정상회담의 주요의제인 ‘전면적이고 획기적인 남북관계 개선’은 바로 남북경협에 있다. 그리고 남북경협의 첫 입구에 지난 14년간 남북이 함께 일궜던 개성공단의 재개 문제가 놓여 있다. 개성공단은 남북경협의 상징이자 한반도 평화와 번영의 마중물이다. 이번 정상회담이 개성공단 재개와 남북경협 모색을 위한 작은 분수령이라도 되길 소망해 본다. 그것은 우리 국민의 행복이 될 것이다.
김진향 개성공업지구 지원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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