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칼럼] 한 대의 기계에 불과한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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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9-18   |  발행일 2018-09-18 제30면   |  수정 2018-09-18
출산주도성장 제안은 황망
아이를 경제도구로만 보나
저성장과 저출산을 엮어서
미래세대 평가절하 말아야
육아복지의 고민이 먼저다
20180918
김대식 열린연구소장

“출산주도성장을 제안합니다.”(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성장과 출산, 이 두 가지 문제를 한데 묶어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지난 7일 리얼미터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출산주도성장에 대한 반대는 61.1%, 찬성은 29.3%이다. 자유한국당 지지층에서도 절반이 거부 의사를 밝히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 실제 출산과 육아를 마주하고 있는 30대와 2030대 자녀를 둔 50대 부모의 반대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달리 말하면 출산주도성장은 ‘그들’에게만 멋진 아이디어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F까지 만들어 정책에 살을 붙이려 노력하는 것을 보면 진심으로 좋은 해법·대안이라 믿고 있는 것 같다.

저성장과 저출산의 유일한 연결고리는 인구다. 출산이 감소하면 노동가능인구가 줄어들고 노동인구의 노령화가 나타나게 된다. 인구의 감소는 곧 생산의 감소로 여겨지기도 하므로, 누군가는 출산이 늘면 노동인구가 증가하고 노동연령 또한 젊어진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경제와 출산이 이처럼 1차원적이고 단순하다면 저성장과 저출산의 해법을 찾기 위해 우리는 왜 지금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 그리고 재정을 소비하였을까?

직접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출산과 육아가 얼마나 복잡하고 어려운 것인지 이해할 것이다. 김성태 원내대표가 이야기한 출산장려금 2천만원과 연수당 400만원이 출산과 육아를 쉽고 심플하게 만들어주지 않는다는 사실 역시 알고 있다. 즉 이 정책을 제안한 사람은 출산과 육아를 지금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보통의 젊은 세대와는 다르게 경험한 것이다. 저출산의 원인이 아이 낳는 것에 큰 중요성을 두지 않는 요즘 청년들의 자기중심적 가치관에 있다고 이야기한, 김학용 전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의 발언이 이 사실을 확인시켜준다. 아이를 낳는 것만 중요하고 그 아이가 잘 자라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인가? 그들에게는 아이들의 삶의 질은 안중에도 없고 그저 양만 중요한 것일까? 이런 정책을 만드는 어른들과 함께 대한민국에서 성장해야 하는 내 아이들이 불쌍해 등골이 서늘해진다. 내 아이들도 그들 눈에는 숫자 1, 2로 보일 것 같아 화가 치밀어 오른다. 아빠, 엄마, 아이들을 국가경제성장의 도구로밖에 생각하지 않는 그들에게 내 가족의 삶이 영향을 받는다는 현실이 황망하다.

가장 중요한, 사람에 대한 존중이 빠져있다는 문제를 제외하고도 출산주도성장은 몇 가지 모순을 안고 있다. 김성태 원내대표의 연설문에는 공무원 증원에 쓰이는 예산이 미래세대에 세금폭탄을 전가하는 부도덕한 돈이기 때문에 이 예산을 출산정책으로 돌리면 된다고 적혀 있다. 공무원은 다시 줄일 수 없어 미래에 지속적인 부담을 주지만 출산 문제는 1회의 지원으로 저출산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우리나라의 노동인구는 만 15세 이상으로 정해져 있다. 만약 당장 내년에 출산율이 높아져 많은 아이가 태어난다 하더라도 노동인구에는 15년간 큰 영향을 끼칠 수 없다. 그렇다면 노동인구에 포함되지 않는 15년이라는 시간 동안 아이들은 무가치한 존재인 것인가?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국가는 그들이 성장하는 동안 멋진 성인이 될 수 있도록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가야 할 책임이 있다. 비용의 측면에서 평가해야 한다면 이러한 비용도 포함하는 것이 당연하다.

조선일보와 한겨레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공무원이 일반 직장인보다 약 2배 많은 아이를 낳아 기르고 있다고 한다. 단순히 당장의 비용 문제라면, 공무원의 월급이 30대 직장인 평균소득보다 낮은데 왜 이런 결과가 나올까? 공무원의 출산율이 높은 이유는 육아휴직 등의 정책이 제도에 그치지 않고 실제 작동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반 기업은 그렇지 않다. 억지로 저성장과 저출산을 엮어 청년세대의 가치관과 미래세대의 중요성을 평가절하하지 않기를 바란다. 지금 필요한 건 육아복지와 워라밸의 문제를 진정성 있게 들여다보는 자세다. ‘그들’만의 정치는 이제 그만하고 ‘우리’를 위해 해야 할 일을 했으면 한다. 젊은 아빠의 작은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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