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춤을 춰본 적이 없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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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9-18 07:50  |  수정 2018-09-18 07:50  |  발행일 2018-09-18 제25면
[문화산책] 춤을 춰본 적이 없는 것처럼
김휘<웹 소설 작가>

“She’s a maniac, maniac on the floor. And she’s dancing like she never danced before.” -그녀는 광적이야, 무대 위에서 미쳤어. 그리고 그녀는 춤을 추지. 한 번도 춤을 춰 본 적이 없는 것처럼-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영화 ‘플래시댄스’ 삽입곡, ‘매니악’의 가사 일부다. 지난 7월, 제12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 공식 초청작으로 플래시댄스가 뮤지컬로도 공연되었다. 당시 영국 팀의 역동적인 무대를 감상하던 중 나는 깊은 감명을 받았다. 배우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가 관람석까지 전해진다는 것에 놀랐고, 모니터에 비친 노래 가사를 보고 심장이 뛰었다. 노랫말 자체는 꿈을 이야기하는 플래시댄스의 줄거리와 그것을 연기하는 배우들과 적절한 삼박자를 이루고 있었다. 춤을 춰 본 적 없는 것처럼 춤을 춘다는 의미는 이야기 속 인물, 알렉스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플래시댄스의 주인공 알렉스는 이른바 투잡을 뛰며 꿈을 키우는 18세 소녀다. 낮에는 용접 일을 하고 밤에는 식당에서 플로어댄스를 추며 댄서가 되기 위해 분투한다. 그러나 열악한 환경, 사회적 제약 등의 문제로 꿈을 향한 길은 멀기만 하다. 사람은 처음 접하는 뭔가에 신선함과 흥미를 느끼고 몰입하기 쉽다. 하지만 그것이 익숙해지고 좀처럼 진전이 없을 때에는 관성에 젖거나 결국 포기해 버리기 일쑤다. 꿈을 가진 알렉스 역시 재능이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먼 길을 돌아와야만 했다. 제대로 된 교육환경이나 재정이 뒷받침되었더라면 보다 빨리 성공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11년 정도 글을 썼다. 어릴 적부터 글쓰기에 재미를 붙였고 포털사이트에서 소설을 연재했다. 운 좋게도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출판사에서 연락이 와 책을 출간할 수 있었다. 이후에도 작품 활동을 계속했지만 큰 성과는 없었다. 학업과 취업준비라는 과제에 밀려 쫓기듯이 글을 썼다. 작법을 전문적으로 배울 기회도 없었고 웹소설이라는 장르 자체도 이제 막 정착되는 시기였다. 지금은 제법 큰 연재 플랫폼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그러기까지 10년가량의 시간이 걸린 셈이다.

요즘은 창작자를 위한 인프라가 놀랄만큼 잘 갖추어져 있다. 지역에서는 콘텐츠코리아랩이 웹툰, 웹소설, 영상 등 문화콘텐츠창작자들을 위한 프로그램과 시설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창작자들은 꿈을 실현하는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

가급적 많은 사람이 찾아서 이용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마침내 알렉스가 인정을 받았듯, 재능꾼들이 자기 무대에서 열정적으로 춤출 수 있기를 기대한다. 마치 한 번도 춤을 춰 본 적이 없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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