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영화] 죄 많은 소녀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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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9-14   |  발행일 2018-09-14 제42면   |  수정 2018-09-14
실종된 여고생 친구, 모두에게 의심받다
20180914

여고생 영희(전여빈)는 자신을 둘러싼 세상과 맞서고 있다. 같은 반 친구 경민(전소니)의 실종이 마지막까지 함께 있었던 그녀 때문이라고 모두가 의심하면서부터다. 경민의 엄마(서영화)부터 형사(유재명), 담임선생님(서현우), 같은 반 학우들까지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영희를 가해자로 지목한다. “어딘가에 살아 있을 것”이라고 항변해보지만 소용없다. 영희는 이미 그들로부터 죄 많은 소녀라는 보이지 않는 주홍글씨의 낙인이 찍혀 있다.

근거없는 오해와 의심은 누군가에겐 치명적인 무기가 된다. 결국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 경민의 실질적 가해자로 몰린 영희가 그 경우다. 모두가 영희를 향해 “니가 그렇게 만든 거야”라며 비난하고 책임을 전가시키려 하지만, 누구도 경민의 죽음에 대해 명백한 진실을 아는 사람은 없다. 영화 ‘죄 많은 소녀’는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한 영희의 외롭고 힘겨운 발걸음을 따라가는 동시에 그녀와 연관된 인물들의 상반된 심리와 행동을 날카롭게 포착한다.


친구 엄마·형사·선생님·학우들도 가해자로 지목
이기적 본성을 지닌 평범한 사람들의 희생양일뿐


웃음기를 거둔 영희는 시종 억울함으로 가득한 눈물 맺힌 눈과 굳게 다문 입으로 일관한다. 주변 사람들 모두에게 살인의 가해자로 찍혔으니 소녀 혼자 감당하기엔 너무나 벅차고 무서운 현실일 것이다. 사회의 약자로 추정되는 아버지는 그런 딸에게 아무런 힘이 되어 주지 못해 안타까움을 더한다. 영희는 경민의 죽음으로부터 자유롭고 싶은 그들의 희생양일 뿐이다. 자신의 잘못을 인지하고 있는 영희의 단짝 한솔(고원희), 가정보다 일이 우선이었던 경민의 엄마와 아빠, 사건을 빨리 매듭짓고 싶은 형사, 그리고 학교의 이미지를 생각해야 하는 교장과 담임선생님은 그녀를 통해 각자 마음의 짐을 덜어내려 한다.

그렇다면 이들은 나쁜 사람일까. 일정 부분 그렇게 볼 수 있지만 이분법적으로 선을 그을 수는 없다. 자신의 탓이 아니길 바라며 필사적으로 자기와 가장 먼 답을 도출해 내려는 이들은 책임과 고통 앞에서 한없이 나약하고, 결국 자기 자신을 가장 먼저 생각하는, 인간의 이기적인 본성을 지닌 평범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자전적 경험을 토대로 시나리오를 썼다는 김의석 감독은 이 영화를 “10대를 통해 바라본 현대사회의 단면을 보여준 강렬한 드라마”로 정의했다. 그의 말처럼 단순하지 않은 플롯과 함께 인간군상의 다양한 심리를 예리하게 포착해 이를 사회적 문제로 환기시킨 건 인상 깊다. 특히 극 중 캐릭터에 완벽하게 녹아든 배우 전여빈은 차기작이 궁금해질 만큼 누구보다 빛났다.(장르: 드라마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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